누구나 죽음을 두려워 한다. 사실상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갖고있는 돈이나 재산정도야, 당연히 아깝지 않을 것이고, 필요하다면 죄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짓도 할 수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니 사실은 누구나 결국은 죽느다는 사실이다. 더하여 ,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또 누구나 알고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자신의 죄값을 받으러 지옥이나 염라대왕에게 가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다. 또 죽음이후의 상황에 대하여 전혀 모르므로, 단지 알수없는 곳? 혹은 알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수 있다. 이 막연한 공포도 상당하다. 또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슬픔, 좋아하는 것 , 일이나, 물건, 사람과도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것도 꽤나 두렵고 고통스럽다. 하여튼, 죽어서 좋은 일이야 있겠는가? 나의죽음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나를 제외한 어느 누구의 죽음도 전혀 좋은일은 아니다. 심지어 전쟁에서 싸우는 병사들도, 적의죽음에 대하여 예를 표하지 않던가?
종양내과의사로서, 많은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를 경험하였고, 실제로는 매일매일이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고, 환자, 가족, 동료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사실상 직업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다. 동료중에는 너무나 오랜도안 죽음을 만나고 대하다 보니, 상당히 죽음에 대하여 무디어졌다는 느낌을 말하기도 한다. 어떤 동료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무신경하게 느낀 자신을 보고 오히려 놀랬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환자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죽음은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상 두려운 것은 죽음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두렵다고 말한다.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육체적 고통, 통증, 호흡곤란, 아끼는 사람을 남기고 떠나는 정신적 괴로움 등, 죽음에 이른는 과정이 괴롭지, 사실 죽음 그 자체는 두렵지 ㅇ낳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런것인지, 아니면 죽음이 두렵다고 해봐야, 어차피 안죽게되기는 어려우니, 담당의사에게 편안하게 죽게 해달라는 심정으로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있는가 ?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지않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굳이 약물의 힘을 빌리거나, 안락사를 택하거나, 아니면, 연탄개스나, 목을 매다는 등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고도, 제 수명을 살면서도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는 것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