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diagnosed: Making People Sick in the Pursuit of Health (Paperback) - Making People Sick in the Pursuit of Health
H. Gilbert Welch / Random House Inc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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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내과 외래에서 고개를 떨어트리고 하염없는 울고있는 30 대 중반의 여성을 보게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으로 안타깝고도, 또 흔히 보고 듣는 이야기였다.

 

이 여성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늦은 결혼이다보니, 기쁜 마음에 그리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비싼 돈을 주고 건강검진을 받기로하였다.

 

 대학병원에 적지않은 비용을 주고 한 건강 검진은 그야말로 재앙의 수준이었다. 물론 암이나, 당뇨병, 고혈압이 발견된것은 아니다. 그녀에게 나타난 비정상은일반적으로 30-40 대 여성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미한 이상으로, 열거해보면, 유방에 자그만 석회화증, 소변에 소량의 혈뇨, 위에 나타난 위축성 위염, 자궁의 자그만 결절, 난소의 물혹, 경미한 단백뇨. 등등이다.

 

이제그녀에게는 산부인과, 외과, 신장내과, 소화기 내과의 전문의를 예약하고, 이들을 만나서 치료 방침에 대하여 상의하라는 지시(?) 가 떨어졌다. 어쩌겠는가 , 만나야지.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녀가 만나본 어떤 전문의도 그녀에게 그 정도는 누구에게 나타날 수있는 현상이니, 걱정하지 말고 결혼하셔도 된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좀더 자세한 진단을 위하여 CT 검사를 해보자거나,  앞으로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아야 한다는 말뿐이다.

 

결혼을 앞둔 그녀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고,  이 무서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아득하기만 할 뿐이다.  20년간 내과 전문의로살아온 나에게 이 30대 중반의 이 여성은지극히 정상적인 건강 상태이다. 그 망할놈의 건강진단만 받지 안았다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살고 있어야 맞다.  

매년 온갖 X-ray, CT, 온갖 혈액 검사, 암 표지자 검사 등등을 포함하고, 심지어 암을 진단한다고 PET 검사까지 권하는 나라가 이세상에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의학계에서는 오랜동안 유방암을 조기진단한다고 말해온  유방암 자가 검진( Breast Self Exam) 은 물론이거니와, 정기적인 유방 촬영술 ( Mammography) 마져도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하여 불꽃튀는  논의중이다.

 

전립선 암을 조기 진단한다는 PSA 검사도 그 유용성을 심각하게 의심하는 형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암의 조기 진단 효과가 인정되어온  이들 검사마저 유용성이 의심된다면, CT, PET 검사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세상 어떤 의사가  CT, PET 검사를 건강검진에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지 정말 모를 일이다.

 

CT, MRI, PET 등 최신 기기는  증상이 있고, 병이 있는 사람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는 더할 나위없이 유용한 기기이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는 근처에도 가서는 안되는 흉기나 다름이 없다.  그런대도, 이나라에서는 이러한 기계를 사용하여 멀쩡한 사람을 검사하여 대량의 암 의심환자로 만들어 인생을 망치게 하는 일을 전 국가적으로 하고있는 것이다.   

 

 

 

** 수년전 Dr. Welch 박사의 책을 읽고 2012년에 쓴 글인데 이제야 올리게되었다. 최근 이 책이 원자력 의학원 홍영준 교수 번역으로 " 과잉진단 "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누구나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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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3-24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다 읽었습니다. 초반부에는 논리적 오류와 비약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제 서재에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 번역서 과잉진단 p284 ~ p311입니다. 의사를 설득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보입니다.

Ralph 2014-03-24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잉진단에 대하여 강의도 해보고, 토론도 해보았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긍정을 이끌어내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정도입니다. 일반인이든 의료인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주위동료에게 설명해도 마찬가지고.. 가까운 친구에게 설명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조기진단이 왜 나쁘다는 거야.. 정도지요. 이 개념을 받아드리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워낙 상식파괴적( iconoclastic) 인 개념이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영문 wikipedia의 overdiagnosis 항목을 한번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립간 2014-03-24 09:30   좋아요 0 | URL
지동설이 진리이지만, 발표된 직후 모든 사람이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과학사학자들은 천동설을 믿는 사람이 지동설로 설득된 것이 아니라, 천동설을 믿는 사람들이 사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조기 진단을 믿는 의사와 환자의 세대 교체가 이뤄져야 될지도 모르죠.

Ralph 2014-03-2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orried Sick : A Prescription for Health in an Overtreated America" 의 저자인 Nortin Hadler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요.. 이러한 의료( 과진단이 없는 ) 가 결국 실현된다는 것은 말할필요도 없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분명한 것은 "나의생애에 그 날이 오지는 않을 것 " 이다. 라고한적이 있습니다. 결국 논리의 문제라기보다 믿음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마립간 2014-03-25 08:03   좋아요 0 | URL
'과잉진단'을 읽으면서 저처럼 생각한 사람이 저 혼자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믿음 보다도 이 책의 '거미줄'이라고 표현된 구조적 상황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