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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는 종다리 - 청년사 저학년 문고 02
이상권 지음, 김호민 그림 / 청년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이상권 동화작가가 쓴 글인데, 책 서문에 보면 이 이야기들은 전남 함평군 해굴마을에 사시는 강을금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라고 한다. 강 할머니는 소문난 이야기꾼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으면 전라도 사투리인 ‘거시기’를 말씀하신다고 해서 별명도 거시기 할머니‘라고 한다. 아무튼 강 할머니가 들려주신 재밌는 이야기 7편이 실려있다.
<욕하는 종다리>, <까치밥>, <이씨는 자라, 문씨는 살쾡이, 박씨는 제비>, <꿩, 저만 춥지>, <석공네 고양이>, <열아홉 고개>, <호박엿 먹고 이 빠진 이야기>가 실려 있다.
욕하는 종다리는 솔개에게 물려가던 꽃뱀을 우연찮게 구해 주었는데 그 꽃뱀이 종달새 알들을 잡아먹게 되면서부터 할머니가 종달새들부터 욕을 듣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까치밥은 탐스럽게 열린 감을 보고 지나가던 도시 사람이 할머니 감을 사가겠다고 하고선 까치밥은 남겨두라고 할머니 말씀을 무시한 채 욕심스럽게 감을 다따가 감나무에서 떨어져 놓고는 할머니에게 욕을 하고 사라졌다는 얘기다.
이씨는 자라, 문씨는 살쾡이, 박씨는 제비는 성씨마다 동물 조상이 있다는 얘기인데 재미있다. 박씨는 제비랑 쉽게 연관이 되는데 나머지 것들을 연관성을 못 찾겠지만 아무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이 밖에도 나머지 이야기들은 할머니 동리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야기들이어서 재밌다.
열아홉 고개는 일부 도시 사람들이 많이 부끄러워해야 할 얘기다. 농촌에다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사람들 얘기다. 쓰레기를 마을에다 버리고 도망가는 고개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미안해서 되돌아본 횟수를 고개의 이름에 붙인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열아홉 번이나 되돌아본 사람은 조금은 양심이 있었던 것 같다.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재밌게 그려 놓았다. 아이들은 일기를 쓸 때마다 또는 글짓기를 할 때마다 무얼 써야 하나 망설인다. 하지만 글을 쓰려고 찾아보려고 생활 속의 모든 일 속에서 글감을 찾을 수 있다. 안 찾아서 그렇지.....이 책을 보니까 이야기란 것이 별 것 아니고 글쓰기가 결코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들처럼 유려한 문장이나 화려한 수식어는 없더라도 그저 생활 속에서 느낀 재미난 일들을 이야기하는 쓰면 글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야기 짓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