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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개정판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독특하다. 아홉 살 인생. 아홉 살이라는 나이에 인생을 논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론 조숙한 아이도 있다. 형편상 세상을 일찍 알아버린 아이도 있다. 주인공 여민이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였을까?
여민이는 아홉 살답지 않게 인생이 무엇인지를 일찍부터 깨닫는다. 한때 폭력배였지만 엄마와 결혼을 하고 나서는 180도 달라진 아빠를 통해, 그들 가족이 둥지를 튼 서울 산꼭대기 동네에서 만나게 된 여러 사람들을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를 일찍부터 터득한다.
누나와 외롭게 살고 있으며 거짓말을 예사로이 하는(어찌 보면 상상력이 무지 풍부한) 기종이, 주먹으로 동네 짱이 된 검은제비, 어두컴컴한 집에서 혼자 살다가 생을 마감한 동굴 할매, 산꼭대기 동네에서 악착같이 월세를 받으러 다니는 풍뎅이 영감, 아이들에게 미치광이라고 불리는 고시 준비생 골방 철학자, 만날 싸움하는 금복이네, 골방 철학자의 편지 심부름 때문에 알게 된 피아노 선생님 윤희 누나, 기종이 누나와 결혼하게 되는 월남전 상이군인 고물장수, 교육자로서나 인간적으로나 자질 없는 선생님 등 여민이가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그가 느꼈던 인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여민이는 윤희 누나가 소설가가 되면 좋겠다고 싶을 정도로 말도 잘 하고 인생에 대한 고찰도 예리하다. 그의 부모와는 다르게 영특하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하다. 그걸 보니 불현듯 ‘난 그 나이에 뭐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공터나 골목에서 애들하고 신나게 놀기만 했을 때다. 인생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던 때다. 물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내가 너무 깊이 없이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이 글을 스물아홉 살에 쓰기 시작해 서른 살에 마무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물아홉 해 동안 살아오면서 느끼고 배웠던 인생 이야기를 아홉 살짜리를 통해 정리해 본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아홉수, 아홉 고개란 말을 자주 쓴다. 아홉 살에서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작가도 적어 놓았다. 남 몰래 슬펐던 ‘아홉 살 인생’에 한 살을 더 채우고 보니, 어쨌든 마음이 담담해졌다. 아홉수, 넘을 때가 힘들지 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그 얘기다. 그렇지만 아홉이라는 나이는 어쨌든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다가올 삶을 설계하기에는 좋은 나이다. 한번쯤 읽어 보면서 인생에 대한 다짐을 새로이 하는 것도 좋으리라.
나는 한 번도 산동네에 살아 본 적은 없었지만 그 시절 이야기가 공감이 된다. 신기하다. 아마 나이 탓이리라. 60~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그 때를 추억하며 삶을 돌이켜 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