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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의 비밀노트 ㅣ 고려대학교출판부 인문사회과학총서
필립 라브로 지음, 조재룡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0년 4월
평점 :
‘비밀노트’라는 제목에서 낭만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청소년도서라고 해서 한창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소녀적인 감수성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이 많으리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처음 이야기부터 약간은 충격적으로 시작된다.
스테파니가 생리를 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또 학교를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으로 지칭하고 있고 자기 부모님을 비정상적이고 이해 못 할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그야말로 부모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보고 있고, 학교도 정의는 없고 아이들만을 옥죄는 곳으로 그리고 있다.
스테파니는 학교와 부모,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모든 자기 감정들을 비밀노트에 적어 놓는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느껴야 하는 열네 살을 기절하기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든 것들에서 피하기 위해 숨을 참아 기절을 시도할 것인지 죽을힘을 다해 깨어 있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럴 즈음 아빠는 멀리 떠나고 엄마의 불륜을 목격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가출을 시도하지만 엄마의 사랑을 깨닫고 집에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 세상의 많은 일들로 힘들어 하거나 고민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볼 때는 아무 생각 없고 자신에게 무관심하게 보였던 부모님도 많은 생각들을 하고 살아가며 자신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 가출에서 돌아온 직후에 스테파니는 그렇게 걱정했던 생리를 시작했고 여엿한 여성이 되었지만 그것을 통해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도 느낀다.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마음이나 생각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비롯해 친구들같이 자기를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려보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비밀노트 쓰기를 중단한다.
스테파니가 비밀노트쓰기를 중단했지만 또 다른 비밀일기를 썼으면 좋겠다. 이제 관심을 갖기도 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써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게도 이제 만 열네 살을 향해 다가가는 딸이 있다. 그 아이도 서서히 학교에 대해, 그리고 부모에 대해 좋지 않은 면들이 크게 보이고 세상이 자신을 그냥 놔두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학업 스트레스가 엄청난 곳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 프랑스 아이가 학교를 농장이라고 표현한 데서 다소 놀라웠다. 유럽의 국가들은 교육 환경이 자유스럽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춘기의 특성인 질풍노드의 시기는 교육 환경에 무관한 것 같다.
스테파니는 이 시기를 다소 호되게 앓았다. 그만큼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내 아이가 스테파니처럼 너무 자신에게만 빠져 세상을 우울하게 보는 것도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시기를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이 시기를 힘들게 거쳐 부모와 마찰이 다소 생기더라도 아이 스스로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