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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 2010년 뉴베리상 수상작 ㅣ 찰리의 책꽂이
레베카 스테드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뉴베리상 수장작이라는 것만으로 눈길을 끄는 책이다. ‘미란다’는 이름도 친숙하고. 미란다 원칙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미란다 원칙은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차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당시 범죄용의자로 체포되었던 멕시코계 미국인 에르네스토 미란다에 의해 비롯된 원칙이다.
이 책에도 미란다가 이름 때문에 엄마에게 불평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튼 특별한 이름을 가진 미란다의 이야기이고 어느 날 생긴 일이라는 제목에서 호기심을 자아내기 때문에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는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 모호했다. 누군가 미란다에게 한 장씩 네 장의 쪽지를 보내는데, 누가 어떤 의도로 보내는지 종잡을 수 없다. 맨 나중에 가서야 그 쪽지를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매들렌 랭글이 쓴 ‘시간의 주름’(한글판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했다)이라는 책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미란다가 아주 좋아하는 책이었고 책 내용을 동네 아주머니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미란다의 절친한 친구 샐을 때린 아이인 마커스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도 이 책이기 때문이다. 왜 미란다가 이 책 이야기를 열심히 했는지도 책 말미에 가면 이해가 된다.
‘시간의 주름’은 주름치마처럼 주름이 잡힌 시간의 주름을 타고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다는 개념이다. 지구에서 별나라로 가는 순간이동은 물론이고 미래에서 과거 로 돌아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세상이다. 환갑도 지난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아이 적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개념이다. 이해하기 힘들고 영화 같은 이야기다.
‘어느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은 바로 이 개념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마커스가 갑자기 나타나 길을 가던 샐을 느닷없이 때리고 이 일로 충격을 받은 샐은 미란다를 멀리 한다. 이 일 때문에 미란다는 다른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갖다. 하지만 샐에게 마커스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샐은 다시 마커스를 보게 되자 무작정 도망치다 트럭에 치이게 될 운명이다. 이럴 때 샐은 도와준 것은 미란다가 ‘웃는 남자’라고 표현한 노숙자다.
그가 누구였는지, 왜 계속 미란다 주변을 배회했는지는 책의 끝에 밝혀져 있다. 그리고 왜 주인공의 이름이 미란다였는지도 이해가 될 것이다. 마커스의 잘못을 해명해 줄 역할을 해줄 사람이 미란다였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차원의 문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그렇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아마 세상은 정신이 없어질 것 같다. 과거에서 미래로 간 사람과 미래에서 과거로 간 사람이 혼재하면서 어제 봤던 사람이 오늘은 완전히 달라 보일 수도 있겠고 나쁜 일이 생겨도 금방 바로잡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시간의 문은 찾을 수 없다. 한 번 벌어진 일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애초에 후회할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