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족사진
최지은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가족사진만큼 한 가족의 단란한 때를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가족사진 한 번 찍어봐라. 사진관에서 얼마나 연출을 하는지....연출하지 않고 늘 이런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연출된 사진이나마 가족 모두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기회도 없다. 또 이런 사진이 아니면 언제 가족들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는가?
나도 아이들이 조금 커서 초등 고학년, 중학생이 되니 아이들 얼굴을 들여다볼 시간도 없어졌다. 남편은 물론이고. 가족이지만 모두가 사회생활에 바쁘다 보니 남들보다 얼굴을 마주대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 책은 그 단란한 가족사진 아래에 감춰져 있는 가족 구성원들의 고민과 아픔을 들춰서 보여준다. 여러 유형의 가정이 나오는데, 가족사진에서처럼 환한 모습의 온전한 가정은 하나도 없다. 민제의 가족은 부모님과 아들과 딸로 구성된 전형적인 모범 가정이었지만 딸 호정은 동성을 사랑하는 성 정체성에 문제가 있었고 민제 엄마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정도가 지나쳤다. 지은은 미혼모 가정의 딸로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호정을 스토킹 하는 짧은 머리의 여자는 부부간의 사랑이 지나쳐 자식에게는 무책임했던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였고, 짐이라는 남자는 혼혈아로서 쌍둥이 동생을 해외로 입양 보낸 가정의 아들로서 동생에게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이밖에도 지은 엄마의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저마다 가정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만큼이나 가정의 문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정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성이나 부모의 역할 또는 가정의 역할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갖게 되거나 인생을 헛되이 살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 그런 희망적인 메시지가 미약한 것이 아쉽다. 결론도 너무나 파국적이다. 읽는 내내 여러 가닥으로 얽힌 가정의 문제들이 어떻게 풀릴지 조마조마하면서 보았는데, 허무하게 끝이 났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어느 곳에든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가정이라고 왜 문제가 없겠는가? 식구들이 등을 돌리면 남보다 더 못하게 지내는 경우를 여럿 봤다. 가정이라면 어떤 문제든 쉽게 풀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문제 제기를 하기도 어렵고 해결하기도 어렵다. 가족이니까 말 안 해도 이해해 주겠지, 가족이니까 굳이 다독여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 하는 믿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의 모든 문제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갖고 있는 곳도 가정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다. 굳이 이런 날이 있다는 것도 우습다. 이런 날을 특별히 제정해야 할 정도로 가정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어쨌든 모두 평상시에 잘해야 할 관계들이다. 아무튼 이 책을 보면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것의 막중함을 느낀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보다 더 관심을 쏟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