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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다, 살아난다 ㅣ 문지아이들 53
이상교 지음, 김유대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7월
평점 :
이상교 시인의 시집인데, 생활 속 이야기가 많다. ‘속상한 좀벌레’, ‘짝이 좋아’, ‘매미는 힘이 세다’, ‘마른 풀내 폴폴폴’, ‘뿌리끼리 손잡고’로 편이 나뉘어 실려 있다.
일반적으로 해당 단원에 실려 있는 동시 한 편의 제목을 단원 제목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동시명이 아니라 동시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사용했다. ‘속상한 좀벌레’라는 말은 ‘좀약’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 나온다. 아이들이 하얀 빛이 꼭 박하사항처럼 생긴 좀약을 알까? 아마 모를 것이다.
‘이른 아름에 내린 홑겹 눈처럼 시리게 반짝이는 좀약...(중략) 입에 넣으면 싸아한 박하사탕 맛이 날 것 같은 새하얀 좀약’. 좀약에 딱 맞는 표현이다.
‘짝이 좋아’는 ‘여자 짝’이라는 동시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성규가 여자 짝하고 앉아서 기분이 좋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요즘은 정말로 남자 애들이 많아서 남자끼리 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매미는 힘이 세다’는 ‘여름 숲에서’라는 시에서 나온다. ‘정말로 매미가 힘이 셀까?’ 하고 의아스럽겠지만 달콤한 낮잠을 매미 소리 때문에 방해받은 사람이라면 매미가 힘이 세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 시에도 ‘매미는 힘이 세다. 온 숲은 뒤흔다. 맴맴맴맴_ 듣고 있던 나뭇잎들도 너도나도 매미가 된다.’라고 멋지게 표현해 놓았다. 시 옆에 그려진 삽화도 재미있다. 매미가 나무를 통째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마른풀내 폴폴폴’은 ‘터널 속에 갇힌 꽃내’란 시의 한 구절. 아카시아 꽃을 떠난 꽃내가 망설망설 떠돌아다니다가 터널 속에 갇혔고 덕분에 터널은 매운 자동차 연기 대신에 향긋한 꽃냄새가 가득찼다는 아름다운 내용이다. 이밖에도 겨울에는 나무들이 뿌리끼리 손잡고 땅 밑으로 큰다는 시처럼 생명의 신비가 느껴지는 시도 실려 있다.
표제가 된 ‘살아난다 살아난다’는 주문 같지만 차 소리도 끊기고 인적도 끊긴 조용한 아파트 뒷길에서 낮 동안 세상의 소음 때문에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다시 들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멋진 표현들이 많다.
생활 속의 이야기들이라서 아이들이 공감하기 쉬운 동시들이며, 근사한 언어 표현들을 익힐 수 있는 동시 모음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