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아래에서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68
수 레딩 지음, 이미영 옮김 / 마루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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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속의 사람들이 마치 레고 블록에 들어있는 장난감 인형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더 흥미로워 보인다. ‘수 레딩’이라는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산업 디자인과 부교수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그의 직업 때문인지 화풍이 여느 그림책과는 약간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세상의 위아래를 한꺼번에 살펴보는 재미있는 시각의 그림이다. 우리 눈에는 땅 위의 모습만 보이지만, 같은 시각 땅 속에서도 분명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단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 땅 위와 땅 속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바로 그런 가정에서 출발하다.

  땅 위의 여러 장소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여 주면서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땅 아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그림의 상하로 나눠서 재미있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땅 위에서 가족들이 하루를 시작하느라 분주한 시각에 땅 속에서는 생쥐 한 마리가 잠을 자고 있다는 식이다. 땅 위에서는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고, 그 아래서는 진행 요원들이 무대와 의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런 식으로 여러 곳에서의 위와 아래에서의 활동들을 비교하면서 재미있게 그려 놓았다. 얼마나 많은 곳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상상해 보는 즐거움을 준다. 또한 세상을 더욱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간혹 그림책 중에는 건물 전체를 통째로 보여주면서 각 층마다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해 놓은 것들이 있는데, 이런 그림들도 이 책처럼 아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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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놀이터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0
김태호 글.그림 / 한솔수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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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부터 아빠의 정이 물씬 느껴진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엄마와 아빠의 몸이 놀이터가 된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말처럼 기어가기도 하고 누워서 발등에 아이를 올려놓고는 비행기를 태워 주겠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물론 아빠도 이런 역할을 같이 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이렇게 부모가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최고로 즐거운 일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커서 이렇게 부모와 몸을 부비고 노는 것보다는 또래와의 놀이를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유아 때는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참 중요하다고 한다. 이때 형성된 애착 관계가 성격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바쁘더라도 짬을 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좋겠다. 아이들도 사랑을 받은 만큼 줄 줄 안다. 존경받는 부모, 사랑받는 부모가 되려면 부모 먼저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표현해야겠다.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데 준비물은 필요 없다. 그저 아빠만 있으면 된다. 이 책에서처럼. 팔로 철봉을 만들어 주고 말 잔등이 되어 주면 된다. 발과 팔로는 비행기를 만들어 주면 되고. 심지어 침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의 동물친구들이 찾아와 함께 논다는 것. 맨 처음 집에 찾아온 것은 토끼지만 갈수록 몸집이 큰 동물들이 찾아온다. 시밍저 코끼리와 공룡까지 등장한다. 도저히 아빠 몸으로는 놀이터 역할을 감당할 수 없는 동물들이... 하지만 구원자가 있는 법. 누굴까? 아빠는 이런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잘 모면할까? 궁금하면 책을 보시라.

  이 책은 어린이 책이라기보다 아빠들을 위한 책이다. 아이랑 놀아주는 것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즐겁게 같이 놀면 되는 것이다. 요즘 아빠 노릇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렇게만 한다면 힘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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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이 어루만짐, 후스르흐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6
김성희 글 그림 / 한솔수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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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의 유래를 담은 이야기인 <수호의 하얀 말>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그림은 <수호의 하얀 말>과 다른 느낌이지만, 별이 총총한 사막의 밤하늘 아래서 몽골의 전통복장을 한 남자가 마두금을 연주하는 모습에서 금세 몽골의 이야기임을 알아챌 수 있다. 저 멀리 엄마 젖을 빨고 있는 아기 낙타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예전에 서울 서초동에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여러 나라의 대사관 직원들을 초청해 해당 국가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나라의 지리적 위치, 화폐, 생활풍습 및 의상 등에 대해 쉽게 알려 주는 것이었는데, 그때 참여한 곳 중 하나가 몽골이었다. 그래서 몽골이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가 <수호의 하얀 말>이기도 하고.

  <후스르흐>의 주인공은 낙타다. 처음 새끼를 낳은 낙타 중에는 자신을 아프게 한 새끼가 두려워서 새끼를 낳자마자 새끼를 멀리하는 어미가 있다고 한다. 어미낙타는 새끼에게 젖도 안 물리고 그저 피하기만 한단다. 그만큼 산고가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몽골에서는 이 때 어미 낙타에게 마두금을 연주해 주고 낙타의 등을 따스하게 쓰다듬어 준단다. 그러면 어미 낙타의 아픈 마음이 풀려 어미가 새끼 낙타를 찾아 젖을 물리고 돌본게 된단다. 몽골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이러한 전통을 ‘후스르흐’라고 한다.

  작가 김성희는 2008년 여름 내몽골 차깐노르에서 마두금 소리를 듣고 이 이야기를 생각했다고 한다. 몽골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런 방법으로 낙타의 마음을 어루만졌을까 궁금해 하면서, 인간과 동물이 정을 나누고 살고 있는 모습에서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이다.

  동물을 자기 몸처럼 아끼는 사람들을 간혹 본다. 나이 들어 걷지 못하는 개를 업어주는 사람 등 동물을 사람 못지않게 정성껏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 역시도 귀중한 생명을 타고 났으며, 그들 역시도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 때 그만큼 보답을 하는 것 같다. 며칠 전에 <하치 이야기>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에서도 인간과 동물간의 정 나눔을 느낄 수 있었다. 정을 나누고 교감하는 것이 사람 사이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자연의 모든 것에서 가능함을 깨달을 수 있다. 나누면 나눌수록 힘이 되고 훈훈해지는 것이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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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이 딸꾹
마저리 퀼러 지음, 엄희정 옮김, S.D. 쉰들러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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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해골이 등장하지만 무섭기보다는 재미가 느껴진다. 해골이 코를 잡고 물을 마시는 장면이다. 딸꾹질 때문이다. 딸꾹질과 연관해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들다니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 ‘마저리 퀼러’라는 미국의 그림책 작가인데 <가장 크고 가장 멋진 눈사람>, <100일 걱정> 등의 작품을 썼다.

  딸꾹질 때문에 무덤 속에 잠들어 있던 해골이 깨어난다. 도대체 웬 딸꾹질? 무엇을 몰래 훔쳐 먹지는 않았을 테고, 너무 추웠나? ‘이 곳에 평화로이 잠들다’라는 해골 머리맡 침대 글이 무색해진다. 해골이 뭘 하든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다. 
  친구인 유령과 놀려고 세수하고 준비하는 동안에도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다. 신나게 유령과 놀고 있는 동안에도 마찬가지. 결국 유령이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조언한다. 우리가 딸꾹질을 멈추고자 할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들이다. 숨을 참아라, 설탕물을 먹어라 등이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하는 방법 중 또 하나는 엄청 크게 놀라게 하는 것이다. 유령도 이 방법을 쓰기는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해골의 등 뒤에서 크게 소리를 질러 놀라게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유령은 최후의 방법을 떠올린다. 단방약이다. 진작 이 방법을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떤 방법인지는 책을 보시라.


  웃지 않으면 못 배길 것이다. 이런 재미있는 책이라면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도 책에 찰싹 달라붙게 할 것이다. 해골이지만 표정들이 살아있어 한층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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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 현암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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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란 느낌이 든다. 내용 자체는 재미있는 동화지만 읽고 나면 뭔가 철학적인 깨달음을 얻은 듯 할 것이다. ‘거기 누구 없어요?’라는 제목부터가 화두 같지 않은가?

  이 책은 ‘요아킴’이라는 여덟 살 짜리 남자애가 엄마가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간 사이에 혼자 집을 보다가 ‘에르요’라는 우주 먼 곳의 별나라에서 온 ‘미카’라는 아이와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카는 지구의 생명체와 진화에 흥미를 보였고 특히 공룡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그 이유는 미카의 별에서는 공룡이 멸종되지 않았고, 오히려 진화돼 미카와 같은 종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카는 자기 종족은 ‘멈보’라고 불리며 공룡처럼 알에서 태어난다고 했다. 이렇게 멈보와 인간은 생김새도 다르고 세상에 나오는 방식도 다르지만 세상을 인지하는 데 오감을 이용하는 것은 똑같다고 미카는 말했다.

  그러나 미카는 인간과 달리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미카는 요하킴의 생각을 읽으면서 요하킴에게 동생의 탄생을 축하하라고 말하면서 자기 별나라로 떠났다. 미카와의 만남은 하루만에 끝났고 요아킴은 바람대로 남동생을 얻었다. 그리고 이 만남이 계기가 돼 요아킴은 천문학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요아킴이 곧 동생을 보게 될 조카 카밀라에게 생명의 신비를 깨닫게 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들려준 것이다. 미카와의 만남 이후 요하킴은 동생을 위해 우주에서 바라보는 멋진 지구 그림을 그려 주고는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라고 적어 놓는다.

  이 책에서처럼 우주의 어느 별에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천문학자들이 음성 메시지를 보내고 무인우주선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우주에 관한 많은 비밀들이 풀렸다. 그러나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이러한 우주의 무한광대함에 비춰 보면 인간은 미미한 존재 같다. 하지만 인간의 탄생은 정말 신비로운 일이다. 어떻게 공룡이 살던 땅에 그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인간과 같은 새로운 존재가 생겨나 지금의 세상을 이룰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인간의 탄생과 진화의 신비를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우주에 대한 호기심도 갖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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