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제아 ㅣ 창비아동문고 175
박기범 지음, 박경진 그림 / 창비 / 1999년 4월
평점 :
이 책은 아이들의 권장도서 목록에 자주 실리는 책 중 하나다. 그래서 진작부터 보고 싶었으면서도, <문제아>라는 제목에서 뻔한 내용일 것이라고 섣부른 짐작을 하다 보니 이제야 책을 들었다. 잘못된 예측은 후회를 낳는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왜 이리 늦게 접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 책 앞쪽에 실린 변산공동체학교 대표인 윤구병의 추천사에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들려주어야 할 아주 소중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동화로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눈과 따뜻한 마음을 키워주기 위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손가락 무덤>, <아빠와 큰 아빠>, <독후감 숙제>, <전학>, <문제아>, <김미선 선생님>, <끝방 아저씨>, <송아지의 꿈>, <겨울꽃 삼촌>, <어진이>라는 10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작가가 처음 쓴 동화집이라는데, 굉장하다. 우리 사회의 아픔과 그늘을 보여주는 글들이다.
아이들에게는 되도록 좋은 것만 알려주고 보여주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사회가 감춘다고 감춰지는 사회인가? 그리고 아이들도 사회인인데 사회를 몰라서야 되겠는가. 이 책은 영세 철거민 문제, 정리해고 및 노사 문제, 축산농가의 시위, 도시의 빈부 격차 문제, 민주화운동 등의 사회문제들을 동화로써 쉽게 들려주는데,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사회를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기 위해서도 아이들에게 이런 문제들도 자세히 알려주고 올바른 해결법을 탐색해 보게 할 필요가 있다.
10편의 이야기 중 <문제아>는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더욱 인상 깊을 것 같다. 우연한 일로 ‘문제아’로 찍힌 하창수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창수가 문제아로 찍힌 뒤로는 그가 하는 모든 행동에 이유 불문하고 ‘문제아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창수도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분하고 억울했지만 자기 힘으로는 어찌 할 도리도 없고 또 문제아처럼 행동하는 것이 편하기도 해서 더욱 문제아처럼 군다. 그러나 자기의 진짜 마음을 알아주는 봉수 형 앞에서는 아주 평범한 보통애가 된다.
그 글의 마지막에 이런 글이 있다. ‘나는 나를 문제아로 보는 사람한테는 영원히 문제아로만 있게 될 거다. 아무도 그걸 모른다. 내가 왜 문제아가 되었는지, 나를 보통 아이들처럼 대해 주면 나도 아주 평범한 보통 애라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동학자들은 문제아는 없다고 말한다. 문제 행동이 있을 뿐이지. 문제 행동에 대해서만 바로잡을 것을 요구해야 하는데, 우리는 한 가지 행동만을 보고도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해 버린다. 우리 주위에 있는 문제아도 창수 같은 경우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박래전이라는 대학생이 1988년 6월에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것과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모란공원이라고 민주화열사 묘역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같은 시대를 호흡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에 너무나 무심했다는 반성을 했다. 아이들에게 글로벌 인재가 되라고 가르치기 전에 우리 사회부터 알려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