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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백온유 작가의 <유원>을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 책도 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30대 중반쯤 된 정인수라는 옥탑방에서 혼자 사는 남자다.
남자는 옥상 난간에 걸터 앉아 동네를 내려보다가 이호라는 고등학생 또래의 남자 애가
고의로 차에 부딪힌 뒤 운전자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아이가 그러는 것을 두 번째 목격했을 때는 자신의 과거가 떠올라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차 있는 데로 내려가서 사건을 무마시킨다.
인수는 17살 때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아버지로터 폭행을 당하면서도 아버지 편을 뜨는 엄마를
참을 수가 없어 가출한다.
그 뒤로 가출한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여러 일을 겪는다.
이렇게 이 책은 인수의 현재와 과거 얘기를 교차해서 들려주면서
인수가 이호의 일에 개입해서 이호를 집에까지 와서 살게 하는 이유를 들려준다.
제목의 '경우'는 인수가 가출해서 지낼 때 만난 아이다.
가출해서 여러 아이를 만났지만 '경우'처럼 경우가 바른 아이도 없었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경우'는 중의적인 의미로 쓰인 것 같다.
주인공의 이름이자, 가출한 아이들이 집을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계기가
너무 경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럼에도 경우는 반듯하게 살려고 애쓴다.
그동안 가출 청소년들을 비행 청소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이 가출하게 만드는 상황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아이들이 보호받을 기회를 가져 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이 책의 제목 때문에 정은숙 작가의 <용기 없는 일주일>과 드라마 <나의 아저씨>도 떠올랐다.
<용기 없는 일주일>의 용기도 주인공 이름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니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그런 힘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