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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브러리 - 유혹하는 도서관
스튜어트 켈스 지음, 김수민 옮김 / 현암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학교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요즘처럼 책을 너무나 안 읽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읽힐까 고심이 많다. 학생들을 도서관에 올 수 있게 하는 행사도 추진하고 책으로 유혹하는 게시물을 만들기 위해서도 애쓰며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책도 읽어 적극적으로 추천도 하고 있다. 이 책 <더 라이브러리>도 학생들을 책과 도서관으로 유혹하기 위한 게시물을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날마다 책을 다루고 도서관에서 생활하지만, 정작 책과 도서관의 역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 라이브러리>는 책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책이라 할 수 있는, 호주 원주민이 조상의 이야기를 새겨 놓고 소중히 여기는 돌인 ‘추링가’에서부터 시작해 점토판, 파피루스, 양피지 같이 종이의 발명 이전에 사용해 기록 매체의 변천을 포함해 종이의 등장 이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책의 역사에 대해 들려준다. 또한 그런 책을 수집, 보관하고 널리 이용시키는 도서관의 역사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변천사야 많이 들어왔던 것이지만, 초창기 서적들이 담았던 내용이라든가 검열, 바티칸도서관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서양에서 쿠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사용해 성경을 인쇄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대부분의 서적들이 성경류의 경건한 내용을 담았을 것 같지만 당시에는 외설적인 내용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에도 검열이 있었는데, 이는 외설보다는 반역에 대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흥미롭다. 이 글을 보니 조선시대에도 춘화 제작이 무척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다.
또, 도서관 하면 움베르토 에코의 책인 <장미의 이름>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이 책에서도 종교계가 책을 독점하던 이야기를 비롯해,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 이야기도 들려준다. 또한 에코의 책을 영화화한 <장미의 이름> 촬영지였던 멜크수도원 도서관처럼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회자되고 있는 몇몇 도서관의 천장까지 닿는 서가의 꼭대기 부분은 가짜 책이라는 얘기도 흥미로웠다. 정조 이래로 조선시대 사람들도 ‘책가도’라는 책이 촘촘히 꽂힌 책꽂이 그림을 병풍으로 사용해 책에 대한 소유욕을 해소하고 지식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밖에도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럿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세상에서 진기한 것들을 구입, 보관하고 전시함으로써 자신의 재력이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호기심 캐비넷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중 책은 도서관으로의 발달을 이끌었고 다른 물품들은 박물관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그런 물건들을 ‘매돔’이라 했고 이 용어를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족의 이야기를 할 때 사용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듯 이 책은 지식의 보고라 불리는 ‘도서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나는 요즘 주위에 작은 도서관이 많이 생겨나서 너무 좋다. 우리 집의 이점 중 하나도 도서관이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우려도 많지만, 주위에 도서관이 늘면 늘수록 독서율도 증가하리라 기대한다. 이 책에서도 봤듯이, 책 등장 초기에는 아무나 가지거나 볼 수 없던 책을 지금은 누구나 볼 수 있으며 게다가 도서관을 통해 무료를 이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졌는가. 그리고 별별 책이 다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책과 도서관과 더 친해졌으면 좋겠고, 모두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것도 책이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이다. 그런 책과 그 책을 소장하는 도서관의 역사에 대해서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