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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라 손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 중에서도 그의 대표작이라고 칭송(?)받는 '해변의 카프카'를 친한 후임으로부터 빌려서 읽었다. 전에부터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
솔직히 이렇게 이 책을 읽고 감상평을 쓴다는 것 자체가.....흠...'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것이라고 할까..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한동안 책에 너무 빠져 살았나보다-_-;;
정말 그 정도로 이 책은 너무나도 기이하고 독특하고 초현실적이다. 정말 책 제목이자 소설 안 주인공 이름인 '카프카'처럼-독일의 초현실 작가 '카프카'처럼 말이다-하루키의 이 소설 역시 초현실로 내닫는다.
소설은 독특하게 홀수 장과 짝수 장의 이야기가 다르다. 홀수 장에는 주인공 '카프카'의 이야기를 담았고, 짝수 장에는 '나카타 상'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것이다.
4살때 엄마와 누나가 집을 나가고 혼자 외롭게 그러나 강인하게 자란 카프카-무심한 아버지로 인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결국 과도기인 15살 생일날 집을 나가게 된다. 가출하여 무작정 간곳은 '고무라 도서관'. 거기에서 카프카의 일생일대를 바꿀 사람과 사건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날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집단 실신사건. 원인도 규명하지 못한채 군당국의 철저한 보안 아래 사건은 조용히 흘려져버리지만, 당시에 3주 동안이나 깨어나지 못한 '나카타 상'은 그 후 전에 있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결국 소외되고 힘든 인생을 살게 된 그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다 어느새 늙어버린 나카타 상.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지닌 덕분에 돈벌며 지내다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살인까지 해버리고 무조건 서쪽을 향해 달려나가는 나카타 상은 '호시노 짱'을 만나 결국 '고무라 도서관'까지 이르게 되는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이야기가 2개로 되어 있으면서도 얼핏 연관이 있는 것 같은 두 이야기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결국 카프카와 나카타 상 둘은 만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열쇠를 쥐고 있는 '사에키 상'과 만나고, 결국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죽는다는 흐름이다.
절묘하게도 각 인물들은 이 세계와 저 세계를 넘나들고, 현실인 것 같으면서도 현실이 아닌 극중 구성은 매력이 넘쳐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게 하고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극 중 카프카를 많이 도와주고 지켜보는 '오시마 상'의 독특한 인물 구성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마치 여성과 남성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듯한 그의 말과 행동은 카프카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는 물론 사에키 상과도 통할뿐만 아니라 나카타 상, 호시노 짱 등 모든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아가는 그의 캐릭터도 참 독특하기 그지없다.
초등학생이었을 적에 나카타의 실신과 망각도 초현실적이다. 결국 왜 당시 초등학생들이 집단 실신했는지 그 원인은 나오지 않고, 나카타가 왜 3주 동안 못 깨어났는지도 깨어난 후 왜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는지 그 이유도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다.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살다온 것처럼, 나카타 상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며 특이한 말투를 구사하고 심지어 하늘에서 거머리가 떨어지고 번개까지 치게 하는 등 비범한 능력까지 선보이는 것이다. 덕분에 호시노 짱은 새로운 인생을 발견했지만 말이다.
이처럼 이것저것 이해하기 어려운 궁금증 투성이인 이 작품은 오히려 이러한 점에서 더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이해하려 들지 않아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 작품은 작품대로 읽는데에 재미가 있고 느낌이 있으며 먼가 얻는 게 있는 것이다. 특히 까마귀 소년을 통한 '암시'가 와닿았으며,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드는 서술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글 쓰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동안 이 작품 '해변의 카프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의 글쓰는 방식이나 서술 방식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겠다. 요즘도 엉뚱한 상상을 할때면 '만약 카프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표현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ㅋ
아, 그리고 정말 작가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먹는 것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ㅎ
Also, 책 제목인 '카프카'의 의미에 정말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카프카는 중국어로 '가후-가' 즉 '그릇됨-옳음'의 의미이고, 체코 말로는 '까마귀', 또한 독일에서는 '대표적인 초현실 작가'로 유명하며 무엇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인 것이다.
Anyway, 지극히 엽기적이고 외설적으로 다가오는 이 작품이 나는 하루키 최고의 작품이라고 인정하고 싶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엄마'라고 믿어지는 사에키 상이 전면에 부곽된 반면, '누나'라고 느껴지는 사쿠라 상은 너무 뒤로 쳐진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조만간 빨리 '태엽 감는 새'나 '상실의 시대' 등도 읽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