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골리 단편선
니콜라이 고골리 지음, 오정석 옮김 / 산호와진주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러시아 산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대가, '고골리'(혹은 '고골'. 러시아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데 각각의 의견 차이가 항상 발생한다.) 말로만 들었던 그 명성의 대표 작품 두 개를 보게 되었다. 제목부터 심플한 「외투」와 「코」이다.

우선 「외투」는 가난한 만년 9급 관리인 '아카키 아카키에비치 바쉬마치킨'이라는 사람이 겪은 일화를 그린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특이하게도 서술자가 주인공과 그 분위기 및 자신의 견해 등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며 시작된다. 매우 가난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아카키에게도 추운 겨울이 찾아오는데..큰 맘 먹고 구입한 외투가 너무나 좋았던 아카키. 그러나 행복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외투를 빼앗기고 그는 죽어서 유령이 된다는 내용이다. --;

다음 작품인 「코」도 비범하기 그지없다.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에게 어느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빵에서 사람의 코가 나온 것이다. 이런 생뚱맞은 일이..그 코는 다름아닌 8급 관리 '코발로프' 소령의 것이다. 한편 자신의 코가 없어진 것을 안 코발로프는 기절초풍. 게다가 자신의 코가 5급 관리 복장으로 나돌아다니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 앞에서 그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코를 찾으려하지만 헛수고. 그런데 우연히 코를 찾아내게 되고, 붙지 않던 코도 어느날 감쪽같이 제자리로 돌아와있다. 정말 어이없는 내용이다. --;

정말이지 극히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이 아닐수 없다. 유령과 걸어다니는 코라.. 참 작가의 상상력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이러한 엽기적인 글이 시사하는 바나 호응을 별로 못 얻었을텐데... 하지만 '역시 고골리답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들이었다.

우선은 관리들의 삶과 황당한 위기, 그리고 어이없는 결말 등을 통해서 당시의 관리들을 풍자하고자 했고, 또한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의 매력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또한 유령이나 걸어다니는 코를 등장시켜 현실을 벗어난 세계의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특했던 것은 서술자의 태도였다. 서술자는 분명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는데, 서술자가 마치 작가인양, 그리고 독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양 말을 하는 부분이 보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할지도 모르겠다.' 등등으로 독자에게 이야기하듯 글쓴 부분은 참 신선하고 색달랐다. 덕분에 더욱 재미있고 쉽게 글을 접할 수 있었다..

고골리라는 사람,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유쾌하고 대단한 사람 같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역시 최고네! 앞으로 그의 다른 작품도 많이 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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