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란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완벽성을 추구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나아지는 것이다.

번역가의 즐거움은 인지도가 낮은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를 발굴해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6년 전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국어를 배운 지 3년 만에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다. 한국어 이외에 내가 구사하는 외국어가 없기 때문에 외국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읽은 한국 문학과 사랑에 빠진 뒤 번역을 하고 싶다는 강한 동기와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익힐 수 있었다.

번역가는 작가처럼 이야기와 플롯, 인물, 배경을 구상할 필요가 없고 일하는 시간만큼 글을 쓸 수 있지만, 작가는 시간을 들인 만큼 글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상은 그저 상일 뿐이고, 작가가 위대한 책을 써서 독자들이 책을 읽고 음미한다면 작가에게 그보다 더 좋은 보상이 있겠는가.

2016-06-15 서울 코엑스 기자 간담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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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한테 아들은
평생 아픈 손가락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유독 아픈 손가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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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잡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숙면에서 깨어난 몸과 마음이 한없이 느긋하다. 일요일 아침, 세상이 평온하게 열려있다.

브루크너 교향곡 ˝낭만적˝을 듣기에 안성맞춤 같다. 한 시간이 넘는 연주 시간도 이 순간보다 더디지는 않으리라. ^^;


https://www.youtube.com/watch?v=sg4Let9Gc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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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한다. 단군신화가 우리 민족 정신의 밑바탕이 되었듯이 그리스 신화 역시 서구 정신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서양 음악의 기원 찾기를 시작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 신들은 거인족(Gigantes)과 전쟁에서 승리하고나서 제우스(Zeus)가 으뜸신 지위를 차지하고 여러 신들에게 지배 영역을 나눠 주어 질서를 확립하였다. 제우스는 신들 사이 분쟁 조정 역할을 맡고, 포세이돈(Poseidon)은 바다를, 하데스(Hades)는 저승을, 데메테르(Demeter)는 대지를 담당하는 식으로 말이다. 승리를 축하하는 잔치를 벌이지만, 음악도 부족하고 승리를 찬양해줄 신이 부재함을 깨달은 올림푸스 신들은 제우스한테 음악과 찬양, 승리를 기록하고 기념해주는 신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올림푸스 신들의 요구에 따라 제우스는 거인족과 전쟁에 대해서 모든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와 아홉 밤을 지냈고, 아홉 딸을 낳았다고 한다.

이 아홉 자매를 무사(Mousa), 영어로 뮤즈(Muses)라고 부른다. 흔히 요정(정령)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여신 지위에 있다. 아홉 여신은 문학, 예술, 과학의 특정 영역을 관장한다.

첫째 클레이오(Kleio, 명성)는 역사,
둘째 우라니아(Urania, 하늘)는 천문학,
섯째 멜포메네(Melpomene, 노래)는 비극,
넷째 탈리아(Thalia, 풍요와 환성)는 희극,
다섯째 테르프시코레(Terpsichore)는 합창과 가무,
여섯째 폴리힘니아(Polyhymnia, 많은 노래)는 찬가,
일곱째 에라토(Erato, 사랑스러움)는 연애시,
여덟째 에우테르페(Euterpe, 기쁨)는 서정시,
아홉째 칼리오페(Kalliope, 아름다운 음성)는 서사시와 현악기.

이 여신들은 예술에 대한 자존심이 강해서 자신들한테 도전하는 자한테 굉장히 잔혹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트리키아의 타미리스가 무사들보다 노래가 뛰어나다고 자랑하자 타미리스를 만나서 장님을 만들고 기억을 빼앗아 버렸다. (에라토가 타미리스의 어머니였다고도 한다.) 마케도니아인 피에로스와 에우히페 사이에 태어난 아홉 자매들이 무사들에게 도전하여 이겼는데 오만함 때문에 까마귀로 변했다. 몸의 반은 새이고 반은 여자인 세이렌(Seiren)들이 노래를 잘 부른다고 자랑하니까 그들의 날개를 뽑아버렸다. (멜포메네 또는 테르프시코네가 세이렌들의 어머니였다고도 한다.)

아폴론(Apollon)은 궁술의 신이기도 하지만, 무사들의 후견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음악의 신으로도 불린다. 아폴론은 칼리오페를 사랑한 적이 있는데 두 아들을 낳았다. 히멘과 이알레모스.

한편, 칼리오페와 트라키아 왕 오이아그로스(Oeagros) 사이에서 영웅 오르페오(Orfeo)가 태어났다. (또는 아폴론과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그는 아폴론을 사사한 최고의 리라 연주자이기도 했다. 그의 연주로 나무와 암석이 춤추고 맹수가 얌전해졌다고 한다. 또한 칼리오페는 가락과 박자를 만든 음악가 리노스(Linos)의 어머니였다고도 한다.

그리스 시대를 대표하는 악기로, 관악기인 아울로스(aulos)와 현악기인 리라(lyre)가 있다. 이 악기들이 탄생한 배경에도 신화가 있다.

아틀라스(Atlas) 딸 마이아(Maia)와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Hermes)는 전령을 맡은 신이면서 통행, 상업, 발명, 간계, 도둑질을 관장한다. 손재주가 좋은 헤르메스는 거북의 등껍질 끝부분에 구멍을 아홉 개 뚫고, 아폴론한테서 훔친 황소 힘줄을 걸어 악기를 만들었다. 바로 리라이다. 아홉 무사들한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리라의 현을 아홉 개로 만들었다고 한다. 헤르메스는 리라를 아폴론에게 바쳤고, 리라는 아폴론이 항상 휴대하는 악기가 되었다.

오르페오 뿐만 아니라 제우스와 테베(Thebes) 여왕 안티오페(Antiope)의 아들 암피온(Ampion) 역시 리라의 명수였다. 암피온은 쌍둥이 형제 제투스(Zethus)와 함께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지만 양치기가 이들을 데려다 길렀다. 장성한 두 아들과 어머니는 서로를 알아 보지 못했다. 테베에서 붙잡혀 성에 갇히자 헤르메스가 보낸 리라를 연주했다. 암피온이 리라를 연주하자 큰 돌들이 저절로 움직여서 성이 완성되었다는 신화도 있다.

아울로스는 지혜, 풍요, 공예, 전술을 관장한 신 아테나(Athena)가 발명했다고 한다. 제우스 아들인 페르세우스(Perseus)가 아테나의 방패를,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구두, 하데스의 모습을 감추는 투구를 빌려서 메두사(Medusa, 여왕) 머리를 베었을 때 언니인 에우리알레(Euryale, 멀리 날다)는 혈육의 죽음을 슬퍼하며 통곡했다. 이 모습을 본 아테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고, 당시 감동을 재현하기 위하여 아울로스를 만들었다. 아테나는 아울로스의 연주를 즐겼지만, 제우스의 아내 헤라(Hera)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가 자신의 연주 모습을 비웃는 것을 보자 아울로스를 연주할 때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비웃음을 샀음을 알고는 화가 나서 아울로스를 인간 세상을로 내던졌다고 한다.

인간 세상에서, 미다스 왕이 다스리던 프리지아에 살던 사티로스(satyros,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염소인 반인반수) 마르시아스(Marcyas)가 천상에서 떨어진 아울로스를 우연히 줍게 되었다. 마르시아스는 연주 실력에 자신이 생기게 되자 아폴론한테 연주 대결을 신청하였다. 아폴론은 연주 대결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대결에서 지면 무슨 대가든지 치루라고 한다. 산신과 무사들이 대결의 심판을 맡았다. 아폴론은 리라를, 마르시아스는 아울로스를 연주하는 실력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심판은 아폴론이 무서워서 우승자를 쉽사리 정하지 못하자 아폴론이 갑자기 리라를 거꾸로 들고 연주하더니 마르시아스에게도 아울로스를 거꾸로 들고 연주하라고 요구했다. 관악기를 거꾸로 들면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결국 마르시아스가 대결에서 지게 되었다. 아폴론은 마르시아스를 나무에 거꾸로 매달고 산 채로 살가죽을 벗겼다고 한다. 다른 버전으로, 미다스 왕이 심판을 맡아 아폴론의 패배를 결정하자 분노한 아폴론이 미다스의 귀를 당나귀 귀로 변하게 하였다고도 한다.

무사들(뮤즈)이 관장하는 행위, 예술, 기술을 의미하는 무지케(musike)로부터 뮤직(music, 음악)이 유래되었고, 무사들이 사는 신전 무사이온(mousaion, 라틴 어로, musaeum)으로부터 뮤지엄(museum, 박물관)이 유래되었다. 리노스가 죽은 영웅들을 기리는 노래를 많이 지은 데서 유래한 리노스의 노래(linus song)는 애처롭고 구슬픈 가락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음악을 신의 발명품으로 여겼다. 오르페우스와 암피온 신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음악이 마법적인 효과가 있음을 믿었다. 원시 사회에서 비롯된 신화에서 음악의 기원을 찾았지만, 실제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 내면의 처절한 감정을 표현해내기 위하여 아울로스, 리라와 같은 악기를 고안하였고, 아울로스를 사용하여 술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 축제의 분위기를 고양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플라톤, 피타고라스 등과 같은 학자들이 고대 그리스 음악의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음악 발전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가 남긴 유산은 서양 음악의 원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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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나이는 45억 년 정도, 그 이상이라고도 한다.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 지사학이다. 지질학의 핵심이기도 하다. 역사학자가 옛 문헌, 유물, 유적지를 조사하여 인류의 역사를 연구한다면, 지질학자는 암석, 화석, 지층 등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연구한다. 인간이 문자를 발명하기 전까지 기간을 선사시대라고 한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역사 연구가 불가능하다. 역사시대는 약 6 천년 정도이지만, 지질시대는 지구가 생성된 이후로 약 45억 년에 달한다. 실로 장구한 시간은 거대한 벽과 같다.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서 특정한 지역에 있는 암석의 생성 시기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층의 선후 관계를 밝히는 데 필요한 기본 원칙으로 지사학의 `5대 법칙`이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동일 과정의 법칙`이다. ˝현재에 지구 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현재를 앎으로써 과거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역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되고 있는 원칙이다.

나는 `동일 과정의 법칙`을 개인한테도 어느 정도는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매사에 마음가짐과 몸놀림이 반듯해야 함을 훈육하셨다.


요즘 세태가 변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밤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집 밖에서 고함 소리와 함께 노는 아이도 그렇지만, 그런 아이를 단속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부모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차단하지 못하여 나의 잠자리가 몹시 불편했다. 잠을 쉬이 이루지 못했다. 일천한 지질학 지식을 기억해내려고 애쓰다가 잠이 들었다. (일찍 잠다리에 들었음에도 선잠을 깨고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들었고 늦잠을 자게 되었다.)

저 소음 유발자는 아마도 제 멋대로 커나가지 않을까 싶다. 일찍이 깨닫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쩌면 그의 부모도 그렇게 자라왔을 지 모른다.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행동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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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6-18 1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아이들 가르치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아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지요.

오거서 2016-06-18 13:41   좋아요 0 | URL
지당한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