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책들을 탐독해왔지만, 최신작 <유럽 도시 기행 2>를 마주하면서 심경이 복잡하다. 내용이 연속되는 것이 아니어서, 1권을 읽었으니 2권을 챙겨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구매를 포기 내지는 미루어본다. 2권에서 소개하는 도시들은 나도 여행한 곳이기도 해서 (드레스덴은 아니구나!) 작가의 말을 빌자면 “이 도시에 이런 것이 있단 말이지” 하는 재미가 반감될 것 같다. 그래도 고민이 멈추지 않는다. 목차를 보고나서 서문을 들여다 보는데 그만 빠져 든다.
“ 나는 도시의 건축물·박물관·미술관·길·광장·공원을 ‘텍스트(text)‘로 간주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콘텍스트(context)‘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도시는 콘텍스트를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며, 그 말을 알아듣는 여행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문)
“ 한 도시의 왕궁·성당·교회·박물관·거리·광장은 복잡하게 얽힌 입체여서 글로 보여주기 어렵다. 그 도시들을 가본 적이 있는 독자가 더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평을 남긴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텍스트’를 보지 않은 사람은 ‘콘텍스트‘의 가치를 알기 어렵다. 사진을 많이 실으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무한정 실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도시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검색해 가면서 읽기를 독자들에게 권할 수밖에 없다. 해보면 의외로 재미가 있을 것이다.”
유시민 특유의 말투가 연상되는 글이다. 평범한 한국인 단기여행자를 자처(?)한 작가의 여정과 감흥이 어떠하였을까. 유시민 작가가 ‘텍스트’ 자체를, 그리고 해석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고 있는데다 그런 방식에 나도 크게 공감한다. 책에서 소개한, 같은 도시를 방문하였더라도 나만의 첫인상과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호감을 느끼고 다시 방문하기도 하지만 시기가 다르면 느낌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어떻든 여행은 자신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인생이 그렇듯 여행도 정답은 없다. (정답은 없고 늘 문제만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