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품을 연주한다고 해도 매번 똑같을 수 없다.
CD에 녹음된 음악이 좋아서 반복해서 들을 때도 그 음악에 대한 감동이 매번 같지 않다. 음악은 시간과 경험이 중요한 요소라서 그렇다.
음악의 경험이 스토리가 되면 오래 남는다. 바람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음악이 새겨진 스토리는 감동을 재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음악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시간을 통해 경험되는 예술이므로 이해하려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게다가 변화무쌍하다. 선율의 윤곽을 파악하고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결코 완전히 동일한 음악일 수 없다. 연주하는 매 순간 수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므로 같은 작품을 연주한다 해도 완전히 똑같진 않다. 음악을 듣는 여러분도 설령 좋아하는 음반을 되풀이하여 들을지언정 결코 매번 같은 식으로 듣진 않는다. 음악은 시간과 경험이 여러분을 매번 ‘다른 곳‘으로 이끄는 예술이다.
우리가 음악을 왜 만드는지 알아보려고 고래와 새의 ‘노래’를 들여다보며 유사성을 찾는다 해도 우리는 그 참된 이유를 분명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기억해야 할 점은 음악이 인간만의 독특한 창조물이고, 음악의 기능은 종의 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다윈 이론의 관점으로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음악에서 먹을 것을 얻을 수 없다. 음악으로 우리 가족을 지킬 수도 없다. 어쩌면 음악의 훌륭함은 그 쓸모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음에도 음악이 끈질기게 남아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는지 모른다. - P21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26 00: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호모 사피엔스는 음악을 만드는 종種, 음악이 있는 한 인간은 무엇이든지 찾고 듣고 갈망하겠죠.
[음악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시간을 통해 경험되는 예술이므로 이해하려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게다가 변화무쌍하다. 선율의 윤곽을 파악하고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결코 완전히 동일한 음악일 수 없다. ]

꼬옥 마음에 세기고 싶은 문장입니다. ^ㅅ^

오거서 2021-09-26 09:13   좋아요 3 | URL
scott 님과 문장을 공유할 수 있어 기쁩니다. 말씀하신 문장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밑줄 쫘악~ ㅎㅎ
scott님 편안한 주말을 보내시길!

얄라알라 2021-09-26 09:48   좋아요 4 | URL
호모 사피엔스가 음악을 만드는 종

이 생각을 어찌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니...
문자 위주로만 좁게 생각해왔나봐요

scott님, 오거서님, 두분 음악으로 통하시는군요. 멋지십니다!

오거서 2021-09-26 10:02   좋아요 4 | URL
북사랑님도 잘 통할 것 같아요. 어서 오세요. 여기에 자리 더 있어요. ^^

새파랑 2021-09-26 08: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음악을 듣다보면 그 음악을 자주 듣던 순간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래서 가끔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것 같아요 ^^

오거서 2021-09-26 09:19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좋은 경험을 남기고 또 공유할 수 있으면 최고죠. 음악이 클래식만은 아니니까요. ^^;
새파랑님 편안한 주말을 보내시길!

겨울호랑이 2021-09-26 08: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거서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음악은 시간에 새기는 예술이고, 미술은 공간에 새기는 예술이라는... 모든 예술에서 작품과 대면하는 순간이 중요하겠지만, 특히 음악은 그런 부분이 강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오거서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오거서 2021-09-26 09:38   좋아요 4 | URL
그렇군요. 밑줄 그은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명언인 것 같아요. 인간이 희노애락을 느끼지 않는다면 매 순간 같은 느낌일 것이고, 이제까지 남겨진 음악이 다양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순간의 느낌이 강하게 남으면 스토리가 되는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편안한 주말을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