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품을 연주한다고 해도 매번 똑같을 수 없다.
CD에 녹음된 음악이 좋아서 반복해서 들을 때도 그 음악에 대한 감동이 매번 같지 않다. 음악은 시간과 경험이 중요한 요소라서 그렇다.
음악의 경험이 스토리가 되면 오래 남는다. 바람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음악이 새겨진 스토리는 감동을 재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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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시간을 통해 경험되는 예술이므로 이해하려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게다가 변화무쌍하다. 선율의 윤곽을 파악하고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결코 완전히 동일한 음악일 수 없다. 연주하는 매 순간 수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므로 같은 작품을 연주한다 해도 완전히 똑같진 않다. 음악을 듣는 여러분도 설령 좋아하는 음반을 되풀이하여 들을지언정 결코 매번 같은 식으로 듣진 않는다. 음악은 시간과 경험이 여러분을 매번 ‘다른 곳‘으로 이끄는 예술이다. 우리가 음악을 왜 만드는지 알아보려고 고래와 새의 ‘노래’를 들여다보며 유사성을 찾는다 해도 우리는 그 참된 이유를 분명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기억해야 할 점은 음악이 인간만의 독특한 창조물이고, 음악의 기능은 종의 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다윈 이론의 관점으로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음악에서 먹을 것을 얻을 수 없다. 음악으로 우리 가족을 지킬 수도 없다. 어쩌면 음악의 훌륭함은 그 쓸모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음에도 음악이 끈질기게 남아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는지 모른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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