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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엑스포메이션
하라 켄야.무사시노 미술대학 히라 켄야 세미나 지음, 김장용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9월
평점 :
엑스포메이션(Ex-formation)이란 인포메이션(information)의 상대어로 고안된 조어로서, 어떤 대상물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알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모르는지에 대한 것을 알게하는"것에 대한 소통의 방법을 말한다.(prologue 中에서)
일본 디자인 세계의 거장 '하라 켄야'가 14인의 세미나생들과 함께 한 '알몸 프로젝트'
저자인 '하라 켄야' 는 엑스포메이션(Ex-formation)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꾸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매년 무사시노 미술대학 기초디자인학과 소속의 4년생들과 함께 Ex-formation에 대한 수업 활동을 해왔다. ‘四萬十川’(2004년도), ‘RESORT’(2005년도), ‘皺’(2006년도), ‘식물’(2007년도)에 이어 2008년에는 알몸을 소재로 개최했다. 이 책은 14인의 세미나생들과 함께 2008년 개최한 알몸 프로젝트를 담은것이다.
모두 11개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먼저 지도교수인 하라 켄야의 강평이 실려 있고 작품사진과 함께 작가의 작품의도를 수록해 놓았다.
저자인 '하라 켄야' 는 제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창조지만, 기존의 틀에서 '미지화'시키는 것 역시 창조라고 말한다. 즉, '알고 있다'라고 하는것을 '미지화 '시켜 그 본질을 찾아 내고 그 근원을 재음미하여 새로운 개념으로 재인식'한다는 것이다.
▲ 나체의 소녀만화/ naked comic
즉 알몸은 개인의 인격과 지위를 가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러한 알몸을 소녀만화에 적용시킨다면 어떠할까? 스토리가 전부 같다고 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이 모두 알몸이 되어버린 ‘알몸의 소녀만화’에서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알몸 자체만으로는 내면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녀들의 미세한 에로티시즘 자체가 파괴되어버리기 때문이다. (p.56)
기존의 익숙하던 일본의 인기만화인 '리본'이나 '절친'과 같이 잘 알려진 소녀만화 잡지의 모든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알몸으로 만들었다. 등장하는 여학생 캐릭터의 옷을 무두 벗겼을때의 느낌은 어떠한가?. 에로틱한 소녀만화가 될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그 알몸만화는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원판 만화에 등장하는 옷 입은 소녀를 연상시켜, 미니스커트가 연출하는 '알몸과 착의의 미묘한 경계영역'이 갖는 자연스럽고 명쾌한 에로티시즘을 갖게 만든다.
▲ 팬티 프로젝트 / Pants Project
익숙한 물건에 팬티를 입혔을때의 느낌은 또 어떠한가. 피망, 계란, 포크,스페너,수도꼭지,빨래집게와 같은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에 팬티를 착의 함으로써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는 작업이다. ‘Redesign'고유의 각자 성격이 있다. 일상을 미지화하다라는 표어로 Redesign, 즉 다시 한 번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느낌이 오는 작품의도라 할 수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것 중 하나는 팬티를 입힌 물건이 사람의 신체로 보일 때 팬티의 존재는 ‘중립성’을 지니게 된다는 점이다. 즉 팬티를 입힌 물건에 대해 사람의 신체로 보는 관점이 성립될 때, 대상물과 팬티는 신체와 팬티의 관계처럼 팬티가 신체의 일부가 된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p. 154)
▲ 몸의 알몸 / Naked Nude
에로티시즘을 배제한 일상의 알몸에서 익숙한 일상생활을 하는 보통 체격의 한 여성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켜 그 사람의 일상을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일반적인 알몸으로써 익숙한 일상 생활을 하는 우리들의 알몸이, 얼마나 신선하고 매력적인다를 느끼게 하는 작품의도이다.
그동안 '하라 켄야'는 일상의 리디자인(redesign)을 통해 기존의 것을 미지화시키는 것에 대한 이론을 역설했다. 일상을 미지화시킴으로써 기존의 디자인과는 뚜렷이 다른 생각의 차이 속에서 디자인의 본질을 발견하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상적인 것들을 '벗겨봄'으로써 재인식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하라켄야의 이번 프로젝트의 정신이며 이념이다.
무엇인가를 ‘벗겨봄’으로써 탄생한 알몸의 개념들은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미지화(未知化)란 '지금까지 익숙하게 느끼던것들에 대한 선입견의 배제'라고나 할까? 고정관념의 탈피에 가까운 개념으로 다가온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게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던 책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선, 내지는 이미 언어라는 기호가 만들어준 정의에 대한 일탈 선상에서 잠깐이나마 고민하기를 원하고 시야의 영역을 확장시켜 보는 것, 이것이 더 ‘진실된 보임’ 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