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Vol.1-12 전편세트 (12Disc, 더블케이스)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 매니아 엔터테인먼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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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에게는 만화 '원피스'와 더불어 할머니가 되어서도 보고 싶은 작품. 원피스가 지치지 않는 상상력과 에너지를 뜻한다면, 이 작품은 곁에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듯 여겨져 잊기 쉬운 소박한 삶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그 소박한 삶이란 가족과 친구와 함께하는 삶, 오랜 추억을 간직할 줄 아는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삶이다.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앤의 삶은 사실 상실과 슬픔이 뒤섞인 것이었고, 이 작품의 결말에도 매튜 아저씨의 죽음과 마릴라의 실명이라는 시련이 함께한다. 알록달록 예뻐보이기만 하는 만화지만 삶의 아픔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고 감내하며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상상력 풍부한 앤이 모범생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살짝 아쉬움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어릴 적 자신과 같은 아이를 사랑으로 감쌀 줄 아는 어른이 된 것이기에 기뻐할 수 있었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으로 이어지는 주제가는 다시 불러봐도 참 따뜻하다. 느끼하지 않게, 낭만을 이야기하는 작품.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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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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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잘 모른다. 아는 시도 얼마 없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시란 그저 폼을 잡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여긴 적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것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는 어떤 이의 말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느낀 것도 그때쯤. 바람에 날린 꽃잎이 물 위로, 땅 위로, 누군가의 머리 위로..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도착하는 것처럼, 우연히 내 가슴에 닿게 될 시를 기다리고 또 즐기게 된 것도 그때쯤인 것 같다. 그리고 한참 힘들었던 어느날, 몸이 아니라 마음이 지치고, 나라는 사람이 참 한심하기만 했던 그때 이 시를 보았다. 참 이상하지.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이었는데도 마치 처음 본 듯 낯설었고 꼭 나에게 하는 말처럼 큰 위로가 되었다. 안다 여겼는데 사실은 제대로 알지 못한 이 시처럼, 조금 알 것 같다 여긴 인생이었는데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 깨닫고 한숨이 나왔지만 동시에 안도했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이것도 삶의 과정이구나... 생각하니 쓸데없게만 여겼던 내 고민과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한심하게만 보였던 나를 보듬어주고 싶었달까.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이 방황도 그리워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하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그런 것이라면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방황해야지. 어디선가 나와 같은 고민으로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당신만 바보 같아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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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사이언스 클래식 4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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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되어버린 고전이다. 커다란 판형으로 재출간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왔을 때도, 내 책이 되었을 때도 가슴이 너무나 두근거렸다. 칼세이건은 고도의 문명을 이룬 외계인이 있다면 틀림없이 평화롭고 현명한 존재일 것이라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 공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이 책의 핵심이 된다 생각한다. 우리가 우주를 탐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일어났던 과거를 공부하는 것은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것이라고. 허나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주의 변방이라는 이 작은 지구는 여전히 다툼과 피가 흘러넘친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들 무엇이 보일까.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주는 만물이 조화를 이룬 한 편의 아름다운 시라는 것을 깨달을 때야말로 우리는 진정한 탐구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천문학에 약간의 관심만 있던 내가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을 만큼 천문학 초보에게 참 좋은 책이다. 지은이의 글솜씨가 워낙 좋은 데다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다. 또한 책의 두께가 보여주듯 천문학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어 두고두고 볼 수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과학책이라니. 시간이 지나도 감탄은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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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위하여 - 이대근 기자의 한국정치 읽기 우리시대의 논리 8
이대근 지음 / 후마니타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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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날카롭게 꿰뚫어 진실을 도출하면서 보는 이의 마음까지 움직여야 하는 칼럼은 길지 않은 한정된 양이 허락된다. 소설처럼 풀어내지도 시처럼 아예 함축시킬 수도 없고 눈앞의 현실을 짧은 양으로 써야 하기에 쉽지 않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의 많은 글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 중에 소비되는 것과 오랜 시간 기억되는 것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많은 글들이 그대로 잊혀지는 것이다. 허나 잘 쓴 칼럼은 한 구절 혹은 그 전체가 머리와 가슴에 박힌다.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에 대해 쓴 지은이의 칼럼을 경향신문에서 처음 보았을 때가 그런 느낌이었다. '가장 치열하게 싸운 전사에게만 돌아가는 휴식'이라는 마지막 구절이 오랫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타협하지 않고 늘 올곧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그의 글은 언제나 날카롭지만 차갑지는 않다. 올바른 세상에 대한 고민과 인간에 대한 연민 등 가슴을 물컹하게 하는 무언가가 문장과 문장의 사이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고민을 하며 한 문장 한문장을 써내려갔을지 내가 어찌 알 수 있겠냐만은, 그 고민의 깊이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너무나 좋은 글, 이렇게 책으로 만나서 더없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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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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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읽었던 때, 코난도일의 작품 목록을 써놓고 읽은 것을 하나씩 지워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하지만 황금가지 전집을 보니 갖고 싶은 마음이 참 간절했었지. 그 시절 선뜻 살 수 없었기에 실망이 컸던 나.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지난 뒤에 결국 갖게 되어서 더욱 기쁘다. 작가의 이름을 딴 만화가 나올 만큼 유명하고 인기있는 이 시리즈는 탄탄한 캐릭터와 평범한 듯 궁금증을 일으키는 사건이 조화를 이루며 시간이 흘러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나 역시 며칠동안 단숨에 읽을 만큼 그 시절 그때처럼 몰입해 읽었다.  

하지만 출판사의 성의없음에 좀 화가 난다. 오래전 출판되어 내가 산 것만도 26쇄. 그런데 오자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는 게 말이 되는지. 특히 쭉 왓슨으로 표기되다 갑자기 튀어나온 와트슨에 경악했다; 오래전의 번역을 새로 하는 것까지는 안 되더라도, 오자는 꼼꼼히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많이 팔린 작품인데 홀대받은 기분이 들어 팬으로서도 독자로서도 마음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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