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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행사로 제주 여행 중 첫날.
유명하진 않지만 머물고 간 사람들의 후기가 좋고 가격도 좋아서 예약한 숙소는 한적한 곳에 있었다. 밤 9시가 넘어가자 고요한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남편이 아이를 재우다 함께 잠들어 가만히 밖을 보니 수묵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손재주 좋은, 푸근한 인상의 주인 분이 밤이 깊어지면 다락방에 난 창으로 달을 보라고 권한 게 생각나서 올라갔다. 멀리서 시가지의 노란 불빛이 반짝였지만 이 어둠을 흐트리지는 못하였고, 은빛으로 환한 달빛에 커다란 나무는 검디검은 모습이었지만 차가워 보이지 않았다. 여행을 오기 전, 물감의 모든 색을 섞으면 검정색이 된다는 걸 아직 모르는 딸은 검정색은 아무 색깔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아니라고 설명하려다 언젠가 제 스스로 알게 될 테니 그렇구나 대꾸하고 넘어갔는데 굳이 내가 말해 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며 만나게 될 밤의 어둠이 새로운 발견으로 아이를 이끌 것이니. 감당 못할 일을 저질렀다 자책하며 깊은 우울의 늪으로 빠진 적도 있지만, 내가 원해서 선택한 삶은 다시 내게 기회를 주었다. 시행착오는 늘 함께하겠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면 다시 길이 보일 것이다. 언제든 상관없다.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면. 
평화로운 이 밤이 참으로 감사하다.
이 기쁨을 타인과 나눌 길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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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휴먼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그의 외침은
분리되지만 평등하다는 모순된 세상을 헤치고
장애인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를 이겨내고
당연한 상식으로 세상에 뿌리내릴 것이다.
한평생 힘차게 나아간 그 삶에 감사해하며
이 땅에서도 계속되는 장애인들의 투쟁에 작은 힘이라도 계속 함께하겠다고 다짐한다.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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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에 참석하기 직전인데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그 작았던 아이가 이렇게 자라고
우리가 같이 울던 시간도 저만큼 지나가다니.
남편과 이제 또 시작이지만 지금까지 서로 고생했다며 웃었다.
시간이 있는지 없는지 흘러가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내 안에서는 분명 흐르고 있다.
그 시간 속 나와 우리 가족, 수많은 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서로 자라나기 위해 우리가 겪은 희로애락과
그럼에도 삶으로 확인하게 된 것을.
새로운 시작에 들어선 모든 어린이들에게 축복이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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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전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마지막 노랫말을 들으며 나중에 결혼하면 이렇게 살아야지 생각했다. 연애는커녕 첫사랑도 하기 전일 만큼 이성에 늦게 눈떴는데 어찌 결혼에 대해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랬다.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 날의 일과 주변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돌아보면 이것이 내가 가진 결혼에 대한 로망이었다. 그리고 또 돌아보면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 그랬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잊었던 일이 생각나 안방 문을 벌컥 열었을 때, 뭐라뭐라 아이처럼 말하는 엄마와 그걸 들어 주는 아빠의 모습의 모습에 놀라 문을 살며시 닫은 적이 있다. 그림 엽서같이 남아 있는 장면. 부모님의 생활에는 내가 미처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고 한편으로는 그 모습에 행복하기도 했다. 가끔 우리 앞에서 부모님의 신경전이나 말다툼이 있기도 했지만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건 그 기억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그날 그 모습이 떠오른 것도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신랑을 만나 연애하는 동안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어둔 공원에 둘이 함께 앉아 그의 노래를 이어 들으면서 나는 조금 울었다. 그리고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지만 슬퍼하는 내 옆에서 조용히 토닥여 주는 모습에 그의 노랫말처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의 노래가 아니었어도 미래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고 꿈을 꾸었겠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받고 살까. 피를 나누지도 않았고 일면식도 없지만 그는 내 인생에 참으로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참 고맙고 미안하다. 최근 복면가왕에서 그의 노래가 이따끔 나올 때마다 눈물이 나고 웃음이 나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원통하고 분노할 일이 이토록 많은 세상에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 많이 일어난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자란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의 노랫말로 꿈꾸었던 것처럼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일상을 함께 만들어갈 사람을 만난 것도 얼마나 감사한지.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걸 기억하고 그에 감사하고 더욱 씩씩하게 살며 현실에 맞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음악대장, 당신이 누군지 첫 소절 듣고 바로 알았지만 모른 척하며 즐겁게 듣고 있어요. 멋지게 노래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당신의 노래도 실컷 자유롭게 부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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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출퇴근 지하철

잠자기 전 신랑 옆에서

휴일 낮에 뒹굴거리며 읽는 걸 좋아해요.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아직 전자책은 못 읽겠어요. 스마트폰도 꽤 늦게 쓴 편인데 전자기기에는 좀 보수적인 것 같아요.

읽으면서 좋은 구절이나 다시 찾아볼 부분 등은 꼭 접어 놔요. 다 읽은 뒤에 필사하면서 다시 펴놓구요. 신랑은 책장을 접거나 메모를 전혀 하지 않고 아주 깨끗하게 봐서 놀랐어요ㅎㅎ 저는 제 책은 참 지저분하게 보거든요. 어릴 때 다른 사람 물건을 내 것처럼 다루라고 해서 당황한 적이 있어요. 나는 다른 사람 건 조심해서 쓰고 내 건 막 쓰는데 어쩌지.. 하면서ㅎㅎ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만물과학(두 꼭지 남겨 놓고 마무리를 못하고 있네요)

엉클 텅스텐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동생과 자취하면서 집이 좁으니까 시골로 보내거나 다른 사람 주거나 기증하거나 돈 없을 떈 팔면서 줄였어요. 절대사수해야 한다고 생각한 책들은 결혼 뒤에 다 가지고 왔는데, 다시 책들이 불어나고 있어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신랑은 책장을 더 사라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또 끝이 없어서... 참고로 전에는 좋아하는 어린이책 그림책은 아이 있는 집에 다 나눠줬거든요. 시골에 보내면 엄마가 동네나 교회에서 나눠주셨고. 그러다 보니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책은 한 권씩 갖고 있으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공간이 더 모자란 것도 같네요.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역사책을 좋아했어요. 초등 고학년~중학교 때 아빠가 사신 가람기획의 <100장면 시리즈>를 특히 좋아했구요. 박은봉 작가님의 오랜 팬이었지요. 몇 년 전에 실제로 뵈었는데 굉장히 떨렸어요. 아빠는 제가 인생을 삐딱하게 보는 건 천성도 있지만 그 책들 때문이라고 하세요ㅋㅋㅋ

그리고 만화책! 제 인생의 8할까지는 아니어도 만화책은 큰 부분을 차지해요. 만화책에 대해 부모님이 전혀 야단치지 않아 자유롭게 봤고, 용돈 모아서 산 게 300권은 될 거예요. 지금도 좋아하구요.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박제가의 <묘향산소기>를 좋아해서 관련 자료를 찾다가 1964년에 '기행문선집'이란 제목으로 북한에서 출간되었다는 걸 알았어요. 헌책방을 돌고 돌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구했는데 부모님이 보시고 이 책 가지고 있어도 되냐 하며 놀라셨어요^^;;;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박제가, 허균, 정도전

어릴 때부터 좋아한 분들이에요. 아빠가 너는 왜 처형당하거나 유배간 사람들만 골라 좋아하냐면서 천성이 반골기질인가 보다 하셨는데ㅋㅋㅋ 정말 매력적인 사람들이고 만난다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아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시간의 역사... 지금껏 몇 번을 시도했는데 넘나 어렵네요ㅠㅜ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끝내지 못한 건 아니지만 하루 한 편 이상 보지 못하는 책이에요. 그래고 다 읽으려고요.


빛의 물리학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잠시 벽에 부딪혀서 진도가 안 나가네요ㅠㅠ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시리즈가 된다면)                               시리즈가 안 된다면)

코스모스                                        코스모스

마녀 배달부 키키 시리즈                        신 이야기

은수저 시리즈                                   제노사이드


근데 무인도에 간다면 책 말고 사람 데리고 갈래요. 신랑이 있으면 책 백 권 있는 것보다 즐거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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