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츠바랑! 9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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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의 인형 '줄리에타'를 '줄주리타'라 부르던 요츠바 때문에 배를 잡고 뒹굴거린 적이 있는데 이번엔 두랄루민!!! 내용을 다 떠나서 그것 때문에 눈물을 쏙 뺐다. 웃음이 많기는 하지만  특히 요츠바는 별 것 아닌 걸로 빵빵 터지게 한다.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듣고본 걸로도 충분히 짐작하면서도, 요츠바만 보면 저만 한 아이와 알콩달콩 사는 재미도 쏠쏠하겠다는 망상을 하게 된다. 엄마가 진짜진짜 화났을 때 하는 말이 '너 같은 딸 낳아서 길러봐!'였으니 현실은 시궁창이겠지만, 그 정도 망상이야 나쁠 것이 무언가.  

그런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린 나와 동생들이 했던 말과 행동들을 이야기할 때 즐거워하시는 엄마를 보면, 한 인간을 길러낸다는 것은 진짜 한 편의 판타지모험만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이 보면 소소한 일상 속의 작은 일들이 이어질 뿐이겠지만, 그 자신과 부모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 요츠바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어쩌면 시시하다 할 수 있는 사건들이 마음에 다가오는 것도 그 속에서 내 어린 날을 보기 때문은 아닐까.

다음권에서는 또 어떤 일이 생길까, 학교에는 언제 들어갈까, 요츠바가 몇 살이 될 때까지 연재할까 등등 보고 나면 늘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이따금 찾아와 날 웃게 하는 이 꼬마를 부디 오랫동안 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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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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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룬, 적지 않은 양의 책이지만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었다. 때로 걱정이 될 만큼 자신만만하면서도 동시에 위트있고 인간적인 저자는 날카롭지만 결코 냉소적이지 않다. 과학자로서, 탐구하는 인간으로서 그가 펼치고 있는 주장이 나에게는 참 설득력있게 다가왔고 그래서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데다 모태신앙이었지만 불성실한 믿음으로 여러 사람과 갈등했던 나에게 죄책감을 덜게 하였고, 특히 오래전 내가 깊이 고민했던 문제를 풀어주었다. 책을 덮으며 나는 어느 쪽인가 생각해보았다. 나는 만약 신이 있다면 인간의 삶에 그 어떤 참견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 삶에 어떤 간섭도 하지 않을 만큼 현명하리라 생각한다'던 CSI의 길반장님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할까. 지금 우리가 유신론, 무신론을 당장 결정하지 않더라도 종교가 가져온 폐해와 그 갈등의 역사에 대해 냉철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책 중간, 멋진 사람, 버트란드 러셀의 저서 한 대목이 저자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음을 수줍게(?) 고백하는 부분이 있었다. 혼자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삶의 철학, 지식, 세계관 등등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들이 한 인간의 가슴속에 차곡 쌓여 그의 세계를 넓히고 충만하게 해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벅차게 다가왔다. 그것이 책의 가장 큰 가치일 거라 생각한다. 이 책 또한 나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남겨주었다. 책을 읽고 또다른 고민이 생겼지만 그마저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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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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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정조의 어찰첩이 발견되어 세상이 들썩거렸다. 나 역시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조대왕, 조선의 마지막 부흥기를 이끌었던 성왕으로 추앙받는 분이다. 이산이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친 것처럼 대중적으로도 크게 인기가 있다. 개인사를 포함해서 재위시절에 보여준 정치력, 특히 내가 좋아하는 박제가와 이덕무 등이 살았던 시대의 왕이기에 나 역시 관심이 많은데, 이번에 발견된 어찰첩은 바쁜 정사 와중 틈틈히 빠르게 쓴, 격식을 차리지 않은 것들이라 더욱 궁금했다. 또한 정조독살설의 주요인물이라 널리 알려진 심환지에게 쓴 것이라니! 가려진 역사 속 한페이지를 펼쳐보는 두근거림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스스로 태양증이라 성질이 급하다 밝혔을 만큼 어찰에서 보이는 정조는 혈기왕성하고 다혈질적인 인물이다. 조곤조곤 다정다감한 모습 또한 없지 않았겠지만 이 어찰 속 정조는 확실히 신선했다. 나이 많은 대신들에게 왕으로서 밀어붙이는 모습이나 다독이는 대목, 스스로 여론을 형성시키는 어찰들은 더욱 놀라웠다. 또한 책을 쌓아두고 밤이 새도록 읽고 있다는 대목이나 며칠동안 잠도 자지 못할 만큼 업무로 바쁘다는 대목은 말년에 시력을 거의 잃어 힘들어했다는 정조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저자의 말대로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정조는 그저 부드럽기만 하지 않은 노련한 정치가로서 신하를 이끌었고 또한 잠도 자지 못할 만큼 일하고 공부했던 성군이었다. 정조의 독살설을 개인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널리 퍼진 이유는 너무나도 잘 안다. 조선의 부흥을 열었던 마지막 왕에 대한 안타까움. 그 뒤 조선의 역사를 우리 모두 잘 알기에, 나 역시 그 분이 좀더 오래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책을 보고나니 그 안타까움이 더욱 커진 게 사실이다.

국립박물관에서인가, 정조대왕이 어릴 적 쓴 편지를 본 적이 있는데 글자들이 아주 귀여웠다ㅋㅋ. 할아버지의 명으로 아비가 죽는 모습을 보았을 어린 정조. 그럼에도 훌륭한 왕으로 성장했다. 역사적으로도 그 개인적인 삶을 보아서도 참 흥미로운 인물이다. 어찰 자료를 더 보고 싶었는데 수록된 게 얼마 없어 아쉬웠다. 그래서 별 하나 뺀다;  그래도 뒤죽박죽 어찰은 참 인상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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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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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뒹굴거리며 끄적이며 며칠 동안 집에서 나가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은 원한다면 어느 때라도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자유가 없다면 그  답답함만으로도 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 충분할 것이다. 저자의 삶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20년의 수감생활이란 이성을 마비시키고 분노를 터뜨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므로.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또한 그것을 제어할 의지가 없었더라면 이 책을 보지 못했을 테지.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구절은 꼭꼭 접어두는 습관이 있는 내가 이 책을 다 읽고보니 접힌 부분이 너무 많아서 두께가 두배쯤 는 것 같았다. 처음 읽을 때나 지금이나 저자의 글 하나하나가 마음을 찌른다. 깨어 있어라, 행동하라, 함께하라. 꼿꼿하고 올곧은 음성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허나 가르침만 전하려 했다면 이 책이 그토록 마음에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산문과 편지글에 보이는 인간을 향한 애정, 가족에 대한 염려와 사랑, 때때로 보이는 불안과 그것을 다잡는 모습은 저자를 비인간적일만큼 위대한 투사가 아닌 불완전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마음씨 좋은 보통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세상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걱정스럽지만, 저자의 말대로 봄은 산너머가 아닌 발 밑의 언 땅을 뚫고 오는 것이라 믿는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이런 좋은 책을 읽게 해준 신영복 선생님께 감사하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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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박지원 참 우리 고전 1
박종채 지음 / 돌베개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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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환상을 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나에게 박지원은 결점 몇 가지는 눈감아줄 수 있는 훌륭하고 흥미로운 사람이다. 그렇다면 아들이 본 박지원은 어떨까. 뭐 말할 것이 있을까. 박지원은 아버지로서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비록 큰 벼슬로 앞길을 터주지도 않고 재물을 왕창 물려주지도 않았지만 삶을 사는 방식이나 사람을 대하는 예 등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도록 모범을 보여주었다.  

백성을 돕고자 할 때는 도움을 받는 이가 모멸감을 느끼지 않도록 예를 갖추어야 한다며 백성과 똑같이 상도 없이 죽 한그릇을 비운 뒤에 구휼을 시작했다는 대목이나 살인용의자가 추운 날 홀로 감옥에 있게 되자 족쇄를 풀어주고 간수 방에서 지내게 해 감동하여 도망치지 않았다는 대목, 벌목이 금지된 귀한 소나무가 남았을 때 자신의 관을 짜려고 챙겨둔 다른 관리와 달리 백성을 위한 다리를 놓았다는 대목 등등 정치가로서도 훌륭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적을 때 박종채는 얼마나 흐뭇했을까. 하지만 말년이 되자 곁에서 맴돌던 사람이 모두 떠나고 오직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등만이 곁을 지켰다는 대목이나 낮잠에서 깬 뒤 갑자기 술상을 차리게 하고 홀로 얼마간 그 자리에 머물러 그 연유를 묻자, 꿈에서 친한 벗들이 나왔는데 모두 죽은 자들이었다 답했다는 대목 등에서는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과거시험 답안지에 그림을 그려냈다는 대목이나 바다와 산의 빼어난 경치가 1만냥의 가치는 되고 녹봉이 2천냥이니 봉록 1만 2천냥을 받고 일했다 말하는 대목 등에서는 그가 얼마나 유쾌하고 멋들어진 사람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까마귀가 나뭇가지에 앉자 '너희들, 반포하러 왔느냐?' 하며 고기 몇점을 던져주었던 박지원은 무리지어 나는 기러기는 형제에 비유되기에 먹지 않았고, 개은 주인을 따르는 동물이지만 기르면 잡아먹지 않을 수 없다 하여 기르지 않았고, 타던 말이 죽어 묻도록 하였는데 하인들이 공모해 말고기를 나누자 크게 노하여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용서했다는 대목 등에서는 어린아이 같은 면도 느낄 수 있었다.(물론 말고기 일화에서 하인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에 하인의 입장에서는 그냥 묻기 아까웠을 테니.) 하나 궁금한 것은 박지원을 따랐던 박제가는 개고기를 무척 좋아했다는데 그걸 어찌 생각했을까 하는 점이다.  

어찌되었든, <열하일기>로 명성을 얻었지만 동시에 고초도 겪은 박지원은 뛰어난 문장가이면서 훌륭한 정치가, 좋은 아버지였으며 또한 책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박종채의 글에서 그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 더욱 기뻤다. 동시에 나는 우리 아빠에 대해 어떻게 적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평생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정직하게 살아오신 아빠. 아빠와 대화가 된다는 점을 내가 얼마나 기쁘게 생각하시는지 모르시고 늘 해준 것이 없다 미안해하시는 분. 박지원과는 또 다른 점에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 살아계신데도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아련해진다. 그러니 박종채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열심히 공부해서 원문으로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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