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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후 시즌 1 : 초회판 (5disc)
KBS 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전지전능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시켜준다면, 내 수명의 몇 년쯤은 포기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유난히 많이 하던 때가 있다. 인생의 암흑기는 아니었고 내가 가보지 못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극에 달했던 십대 중후반 시절. 지금도 그런 제안을 받는다면 기꺼이 응하겠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게 함정. 여튼 닥터후를 처음 봤을 때는 그 시절 내가 찾던 바로 그 존재라는 생각에 무척 들떠서 엄청난 속도로 에피소드를 찾아봤다. 9대 에클닥 10대 테닥까지, 4시즌에 걸쳐 이뤄진 러셀후의 세계는 지금 보기에 조금 촌스러울지 모른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유쾌하고 신나는 모험의 향연이다. 유난히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꼽을 수도 있지만 시즌 전체가 다 좋다. 듬직한 보호자 느낌의 에클닥도 다정한 남자친구 같은 테닥도. 맷 스미스가 연기한 11대 닥터는 아직 챙겨보지 않았는데, 나에게는 이 두 사람이 여전히 짙은 여운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티브 모팻은 천재니까 아마 엄청 재미있겠지! 한 드라마가 이렇게 오랜 시간 진행되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긴 시간을 이어온 닥터후는 그 자체로 역사가 되었다. 부디 그 시리즈가 또 다른 사람들의 손을 거쳐 더 오래 이어지길. 무엇보다 50년이 된 걸 축하합니다! 그나저나 닥터는 언제쯤 행복해지려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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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이야기 - 별의 죽음에 관한 논쟁에서 블랙홀 발견까지
아서 밀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어릴 적, 고향 시골 마을 앞의 시내에는 특별한 서점이 세 군데 있었다. 작은 서점들이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문제집 위주로 팔았고, 이들만 그나마 다양한 책들을 구비한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종종 나도 들렀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저마다 특색이 있었다. 인문사회역사책이 많은 서점,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책이 많은 서점, 잡지류가 많은 서점. 아빠의 오토바이를 타고서 세 서점을 도는 일이, 어린 나에게는 여행과도 같았다. 그 횟수가 아주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 경험이 아빠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준 것은 분명하다. 역사책 만화책 소설책 등 그때는 아빠가 내게 책을 선물했고, 아빠가 산 책을 뒤따라 내가 읽었다. 그러다 대학교 3학년 때쯤, 내가 산 책을 처음으로 아빠가 읽기 시작했다. 나의 도서 목록을 아빠가 참고했다는 그 작은 쾌감을 지금도 기억한다. 사회에 나오면서 가끔씩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책들을 선물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아빠가 관심있는 책들을 말하면 구입해서 보내드린다. 우리가 갔던 서점뿐 아니라 지방의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고 앞으로도 그리 평탄하지 않을 상황을 만든 데 한몫 한 인터넷 서점을, 아주 활발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그 씁쓸함이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을 쿡쿡 쑤셔대지만, 이 광대한 인터넷의 세계에서 생각지 못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이것 참 산다는 게 만만치 않다. 

여튼, 아빠는 픽션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본인 말씀으로는 확실한 것이 좋다는데, 과학이든 수학이든 역사든 이론에 오류가 발견될 수도 있고,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불변하는 것은 아니잖냐고 딴지를 걸어도 그래도 괜찮아! 하시며, 픽션은 읽지 않으신다; 그러고 보면 아빠와 엄마, 나 모두 역사책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구나. 아,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좋아하셔서 여행기에도 재미를 붙이시기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잔뜩 들뜬 목소리로 이 책을 이야기하셨다. 새 책이 없어서 헌 책을 보내 드렸는데, 며칠 지나 감상을 물으니 또 잔뜩 들뜬 목소리로 정말 재미있다고 하신다. 만약에 고등학교 때 이 책을 보았다면 수학의 매력을 알았을 거라고까지 하시는 걸 보니, 어지간히 재미있나 보다. 이제는 60을 바라보는 나이니 그 만남이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어떠랴. 곱씹으면서 천천히 읽으고 있다시니 아마 며칠을 두근두근 콩닥콩닥 즐거우실 텐데. 대학을 나온 큰 고모와 작은 아버지와 달리 아빠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고향에 정착해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아마 그 전부터 지금까지 책을 열심히 읽어 온 것은 단순히 재미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래도 어떠랴. 아빠는 과거의 기억을 담담하면서 짠하게, 그렇지만 웃으면서 이야기해주신다. 그리고 자식들과 책을 주고받으며 살 수 있는 다리를 놓으셨다.(물론 그 사이에서 엄마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알고 있다!) 아마 집에 내려가면 신이 나셔서 내게 이 책을 권하시겠지. 그 모습이 생생해 살짝 코가 시큰해지면서 웃음이 나온다. 수화기 너머로 아빠의 들뜬 목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이 책을 쓴 작가에게 고마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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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선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이서구 공저 / 북피아(여강)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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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째 구하고 있는 책. 온라인 오프라인 헌책방을 다 뒤졌는데 나오질 않는다. 역시 보물 같은 책, 쉽게 구하지는 못하려나 보다. 그래도 언젠간 갖고 말 거야! 

+ 구했다! 정말 기쁘다. 전부 필사하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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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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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어린이브랜드가 나오면서 이 책은 구간으로 절판되었다. 쌍뻬의 그림과 그림책들은 다들 참 좋았지만 특히 이 책은 정말정말 마음을 파고들어서, 이야기 속 마르슬랭과 르네처럼 굳이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들에게 선물했었다. 그리고 본문의 한 대목 때문에, 누군가 생각이 날 때면 망설이지 않고 연락을 하게 되었지. 그런 연유로 정이 많이 든 책. 그래서일까. 신간이 반가우면서도 아쉽고 여전히 나는 구간 표지에 더 눈이 간다. 생각난 김에 한번 보려고 했더니, 지난 달에 어린이 도서관으로 보낸 걸 깜빡했네;  

한줄 요약- 신간이 커피라면 구간은 티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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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7
이은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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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엄청나게 인기있던 만화다. 내 친구 하나도 엄청나게 좋아했다. 문구 팬시에 음반도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천계영의 현겸이가 뜨기 전까지 가장 인기 있던 주인공들이 아닐까 싶다. 어린 나에게 뭔가 있어 보이는 그림으로 다가와서 나도 노트 몇 권을 샀다. 근데 문제는 만화는 뭔 소린지 잘 이해 못했다는 거. 그땐 이 만화가 너무 어른스러워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지금 봐도 이해 안 됨; 주인공들이 그렇게 망설이고 머뭇거리는 걸 감성적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우유부단한 걸로만 보인다. 뭔 말은 그리도 많은지. 가장 결정적으로 싫어하는 이유는 작가의 무책임함 때문. 어쩜... 만화가에게 만화란 자식 같은 거 아닌가? 그렇게 인기 있었는데 이 시간이 지나도록 완결은커녕 다음 권도 안 나오다니. 좋고 싫고를 떠나서 이건 작품 학대다. 독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기다리다 지친 친구도 이젠 이 만화를 잊었음. 역시 마무리가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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