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과 함께 주 1회 축구를 신청했다. 2년 전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제안받았는데 그때는 내가 불안해서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같은 나이지만 12월생인 딸이 걷는 모습은 어쩐지 휘청이는 도라에몽 같아서; 필드 위를 뛰는 모습이 아니라 앞으로 자빠져서 이빨 깨지는 장면만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2년이 지나며 아이도 자라고 나도 자랐다! 딸에게 축구 할까? 태권도 할까? 했더니 신나는 얼굴로 축구가 좋다고 했다. 그러고는 만약에 사람이 다 차서 못들어가면 피아노를 하겠다기에 오케이. 축구냐 피아노냐 사이에서 한 자리 남은 축구 팀에 들어갔다. 일주일에 한번 1시간이지만 신나게 뛰고 오기를. 또래보다 정적인 아인데도 에너지가 쌓이는 게 느껴져서 학교 방과후수업에 방송댄스를 신청했다. 아이돌은 간식도 못 먹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여전히 여러 꿈 중에 하나가 아이돌이다. 솔직히 몸치박치음치인 나와 남편을 닮아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그 모습이 귀엽고 웃기다. 그리고 뻣뻣한 각목인 우리 둘과 달리 아이는 유연하여 꿀렁꿀렁댄다. 꿀렁댈 수 있는 몸치도 있다는 걸 딸을 보고 처음 알았다. 입학식엔 마트에 들러 축구공과 줄넘기도 샀다. 자라느라 힘들텐데도 소진되지 않는 에너지를 건강하게 풀길.이 책은 작가님의 이전작 달려에 이어 보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인 달리기에서 벽이 부딪칠 때마다 가장 먼저 나아가는 건 어린 소녀다. 비록 이어지는 달리기에서 뒤로 쳐지지만 아쉽거나 슬프지 않다. 글자는 달려뿐인 책을 딸과 신나게 읽으면 어쩐지 정말 달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볼 때마다 내가 안전바가 되는 느낌이다. 그것은 아이를 지켜주기도 하지만 정도를 지나치면 속박이 된다. 테이블 위에 묶인 선수들이 공을 차며 그 테두리를 뛰어넘을 때 나는 쾌감과 깨달음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딸이지만 동시에 보호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 균형을 유지할 때 나는 물론 나와 함께하는 가족도 행복할 테니.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박지성 선수의 멋진 골을 보여 주며 유니폼 백넘버로 21을 추천했는데 아이도 감탄하며 좋다고 했다. 경기 중계를 보며 밤새 거리를 떠돌다 시험 보러 갔던 대학생 시절 나는 양육자가 되리라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그 이야기는 아이도 즐거워하는 추억이 되었다. 축구도 인생도 재미있다. 아이도 그 기쁨을 맛보며 자라길 바라게 된다.+ 오랜만에 축구 생각을 하다가 1999년 여자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상의 탈의를 했던 브랜디 채스테인이 떠올랐다!! 당시 그 장면이 충격적으로 좋아서 신문기사 사진을 다이어리에 붙였던 것도. 공중파에서 거의 처음 본 스포츠브라가 넘 멋졌다ㅋㅋ 우리나라 최초 여성 축구심판인 임은주 심판 기사도 생각나네. 축구 보기 좋아하는 여고생이었던 내게 그들은 축구하는 멋진 여자들로 각인되었다. 찾아보니 브랜디 채스테인 백넘버는 6번이네. 잊고 있던 추억이 떠올라 재미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