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10 심야식당 1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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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흔한 프렌차이즈나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곳들만을 단편적으로 알고있기 때문에, 특별히 맛집도, 좋은 찻집도 알고 있지 못하는 나는, 누군가를 데리고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갈수가 없다. 적어도 맛과 가격에서 본전을 치자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참 얄팍하단 생각을 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나를 데리고 내가 모르는 밥집, 혹은 찻집에 갈때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곳들도 한두번일 뿐, 나를 처음으로 인도해준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면 갈 생각이 잘 들지 않아 홀로서 들른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다. 밥이나, 술, 차를 특별히 찾아가서 먹을 정도로 관심두지 않아서 일까.. (내가 생각해도 참 운치없는 캐릭터다. 근데 뭐 어쩔 수 있겠는가..)

   

 

그런 내가 만약 이곳에 가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심야식당>을 읽는 줄곧 들었던 생각이었다. (보편적으로) 사람의 감성이 수면위로 올라오는 심야시간, 가서 내가 먹고싶은 (웬만한) 것들을 부탁해서 먹을 수 있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며, 누군가의 얘기를 가만히 듣거나, 그러다가 내 얘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는 곳. 그런곳이 분명 대한민국 어딘가에 숨어있을 텐데, 내겐 아직 아는 곳이 없기에, <심야식당>의 이야기가 더욱 부럽고 따뜻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심야식당은 자정 12시부터 새벽 7시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식당이다. 이 식당에 오는 손님들과 마스터가 도란도란 그려내는 이야기가 바로 <심야식당>이다.

 

하지만 손님들과 마스터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생각만큼 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심야의 오는 손님들이라 좀 더 그런 것일까? 정말로 각종 부류의 사람들이 오간다. 바람을 피는 사람, 여자/남자친구를 밥먹듯 갈아치우는 사람, SM이 취향인 사람, 결혼을 몇번이나 실패하는 사람 등등.. 사회에서 보면 혀를 끌끌 찰만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성인동영상의 배우나 스트리퍼도 이들에겐 새삼 새로운 사람이 아니다. 이들 중 누군가는 단골이 되어 자주 얼굴을 비치거나 혹은 몇년만에 들리기도 하는 곳.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정말로 신세한탄 제대로 해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가는 곳이란 말씀.

 

 

10권까지 출간된 이 만화를 처음 접할땐,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보면 볼수록, 사회에서 손가락질 하거나, 비난, 혹은 혀를 찰만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이 아늑한 공간에 대해 나 또한 매료되기 시작한다. 이곳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눈에 불을 켜며 비난하거나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다. 울고 싶은 사람은 술을 먹거나 밥을 먹다 울수도 있고, 즐거운 사람은 옆사람에게 분위기를 나누어 주면 된다. 어떤 이야기도 과장되어 억지로 끌고나가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희귀하거나, 혹은 쉽지 않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꽤 태연하거나 덤덤해서, (이야기 자체는 덤덤하지 않음에도, 작가는 그렇게 그려낸다.) 난 이들의 모습을 처음에는 의식하지 않다가, 어느정도 읽어 갈때쯤.. 이 사람들 정말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도 되는건가? 하고 생각했다가, 그것이 바로 이 <심야식당>의 매력이라는 것을 서서히 알게된다. 모든 이를 좋아하진 않더라도, 함부로 쉽게 평가하지 않는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타부타 먼저 억지로 삶에 훈수를 두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무장해제 될 수 있는 곳.

 

 

생각해보니 줄곧 하나의 음식과 하나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데 음식 얘기를 너무 빼놓은 것 같다. 여기에는 많은 음식들과, 심지어 소스하나가 그 주인공이 될 때가 있다. 각 음식들의 레시피가 아예 상세하게 나오진 않지만, 충분히 알아볼 수 있게 그려진다. (레시피에 관한 것은 따로 책이 출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여기서 등장하는 음식보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음식이 없었다면 이런 이야기들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심야식당>의 음식들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들을 이어주는 것임은 분명하다. (음식에 너무 집중하면.. 배가 고파서 읽기가 힘들어진다.. 어쩌면 식욕이 날뛰는 것을 부러 방지하기 위해 주목하지 않았을 수도..)

 

소개팅자리가 곧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혹은 술을 먹거나 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함께 먹는다는 것은 친밀감을 높힐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라 한다. 그런 밥 혹은 술을 앞에 두고, 이 심야식당의 주인장의 넉넉한 표정과 분위기야 말로 어쩌면 이곳에 들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엔 어떤 음식이 나올까, 어떤 이의 이야기가 풀어질까, 그것들을 정말로 편하게 기다릴 수 있는 곳. 점점 반가운 이들의 얼굴이 하나씩 늘어가는 곳. 편하게 함께 있는 것 같은 심야의 작은 식당 하나. <심야식당>이다.

 

 

 

(사용된 사진은 10권에 국한되지 않았으며, 저작권은 저자 및 출판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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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앤 새디 vol.2 - 탐나는 주부 마조의 영근영근한 생활툰 마조 앤 새디 2
정철연 글 그림 사진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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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이모티콘을 유/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 메신저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이모티콘이 있다. 하나는 <Larva>라는 애니메이션 이었고 하나는, <마조 앤 새디> 였다. 사실 무료사용을 통해 먼저 접한 이모티콘들임에도, 그 완성도와 적절성은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Larva>는 버스에서 짤막하게 방영되면서 궁금증 그 자체는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목록에 있고, 무척 개그스럽고 재밌었지만 그 이름을 모르고 있던 것이 바로, <마조 앤 새디>. 이 만화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정말로 "오! 이거구나!!" 하는 감탄이 바로 들었다. 만화적으로 과장된 상황과, 일상을 담아내기에 부담없이 즐겁게  쓸 수 있던 이모티콘 속의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예상보다도 너~~~~~~~~~~무 알차고 재미있었다!!!

 

 

그동안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 중 읽어본 생활웹툰은 <어쿠스틱 라이프>와, <결혼해도 똑같네>인데, 각각의 개성이 듬뿍 담겨 내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 이 만화들과, 또 다른 느낌의 <마조 앤 새디>가 가진 개성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남편이자 주부인 마조아닐까. <결혼해도 똑같네>가 부부가 만화가이다 보니, 주부생활?을 양쪽이 적절히 분담한 것이라면, 이<마조 앤 새디>는 남편의 주부생활에 좀 더 특화되있다라고나 할까. 남편인 마조는 만화가이자, 메인 주부. 아내인 새디는 디자인계열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자 보조 주부다. 만화가이기 때문에 집에서 작업하는 마조는 직장인인 아내대신 집안살림을 도맡아야 하는 현실! 그의 주부생활은, 평범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의 뭔가 진화된 주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덕후의 기질과 얼리어답터!? 성향 주부란 것

 

 

뼛속까지 주부인, 덕후+얼리어답터 성향의 마조

 

뼛속까지 주부인 마조의 일화는 1권에 이어 2권에도 많이 그려져 있지만, (읽다가 표시를 안해둔 것들을 일단 제외하고ㅠㅠ) 2권 맨 마지막에 실린 일본여행기에서도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 주부만큼이나 덕후기질또한 다분히 가지고 있는 마조가, 덕후들의 천국(?) 아키하바라보다 더 좋아하는 곳이 생겼다는 것! 그것은 바로 주방/생활용품이 다양하게 비치되고 싸게 구매할 수있는 곳! 말그대로 '글로벌 뼈주부' 랄까!

 

이 일본 여행기는 꽤 디테일하게 실려있어서, 재미는 물론 알짜 정보가 가득하다!

(다만 연재 시기와 출간시기를 고려해, 참고만 할것!!... 이라고 작가가 조언했음;)

 

뼈주부이면서, 또 덕후인 마조의 한 예를 살펴보자면... '이런게 있어!?' 할만한 아이템들을 종종 구경할 수 있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그저 한 예일뿐...후후

 

 

사실 뼈주부 마조는 (..별주부 같은 라임이구나..;)

덕후와 얼리어답터 중간형 주부랄까!?

한해의 베스트 이슈를 모아놓은 부분(아래사진)에서, 사진이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기름이 없이도 튀김을 할 수 있다는 필x스의 에어프라이어는 정말 대단!!!

(뭔가 주부가 아닌데도 혹한다!;;)

 

사실 이렇게 마조&새디의 한해 이슈상품들을 모아놓은 것들을 보니,

덕후와 얼리어답터의 경계가 모호해잔다랄까..

 

그리고 이런 덕후 혹은 얼리어답터의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이, 소지 아이템?;들이 계속해서 리뉴얼 될 수 밖에 없는 슬픈 운명이라는 것.. 서로가 서로의 지름에 대해서 사전승인을 내려주는 마조와 새디, 가정용품보다는 패션과 뷰티의 관심이 많은 보편적? 아내 새디와 다르게 마조는 개인적인 덕후품목부터, 프론티어 주부로써의 필수품 여러가지 주방가전품목에도 관심이 많다. 다만 필연적으로 도태되는 것들이 꾸준히 생기는게 흠인데... 그저 귀엽기만 하다..(그래도 가끔은 사용하시죠?;;)

 

 

한때 찬란한 시대를 풍미했을, 요구르트 제조기의 쇄락..이랄까; 이렇듯 뼈주부와 뼈덕후를 왔다갔다 하는 마조, 하지만 시중판매제품을 구매하는 것 못지않게, 창작자다운 그의 상상력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놀라운 것은, 그 아이디어의 중심은... 주부중심적 이라는 것! 주부밀착형 발명가 마조가 발명한, 차량탑재형 이동식 주방. (표지에 나온 그것!) 과연 뼈주부다운 상상력 이다!

 

 

하지만 이런 덕후 혹은 얼리어답터 주부인 마조와 늘 함께하는 뼛속까지 직장인이자, 보통의 며느리이기도 한 새디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뭔가 또 재밌는 에피소드는 다 놓친 것 같은 기분이지만..;) 일잘하는 직장인이자, 사랑스러운 아내인 새디, 그도 어쩔 수 없는 며느리!

 

명절 때 시댁에 가는 반도의 흔한 며느리.jpg

 

 

미워할 수 가 없는 이 새디는 연애시절에도.....

 

 

불쑥 찾아온 마조에게 버럭 화를 내면서, 쌩얼을 감추기 위한 광속화장을 하고,

새디의 집앞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깡소주를 마시는 마조를 만나기도 했단다;;

또한, 마조 앤 새디 부부의 이야기속엔 생활밀착형 패러디도 깨알같이 존재한다.

(개콘덕후인 내겐 더 즐거웠던) 패러디;

 

 

 

계속해서 마조 앤 새디 부부가 다른 부부들과의 차이점을 중점으로 이야기 했지만, 이들도 결국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부부! 그럼에도 평범한 모습들이 마조 앤 새디 식으로 어떻게 재탄생되어 독자를 즐겁게 하느냐가 중요한 즐거움 아닐까. 때로는 조금 동떨어진듯, 하지만 결국 비슷한 일상과, 비슷한 고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부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충분히, 그리고 재미있게 공감할 것이다. 부부든, 아니든 말이다.

 

속으로 혼자 흥얼거려봤다....;;;

 

자고로 남편에게는 운전연수 받지 말라는 공통의 교훈;;

 

 

사실 만화만 보면, 이 부부는 정말 알콩달콩 싸움도 없이 사는가! 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싸움을 안하는 부부가 과연 있을까!? 문제는 얼마나 잘 싸우느냐!.. 라고 한다. 실제로 꽤 디테일하게 구성되어 있는 마조의 상담소는, 웬만한 아침 생방송의 상담코너 못지않다;

 

 

 

뼛속까지 주부인 마조와 뼛속까지 직장인인 새디가 알콩달콩, 공통점을 공유하고, 차이점을 인정하며,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때로는 오랜 이성친구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불현듯 보여지는, 서로를 향한 애뜻함을 보노라면, 역시 부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출장갈 일이 생긴 마조가, 혼자있는 것을 싫어하는 새디를 위해 만들어놓은 인형 에피소드를 본다면 더욱.

 

 

이렇게 훈훈한데.. 반전이..

 

 

진품보다 이미테이션이 인정받게된..!;

 

 

하지만, 많은 개성을 가지면서도, 결국 우리네 생활과 다르지 않은 그들에게도 중대한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새디의 직장탈출!;.. 이들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정답은, 단행본에!...는 조금 오버인거 같고, 재취업이 아닌, 창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 마조와 새디.

 

 

이 리뷰를 작성하면서 우연찮게 인터넷 검색에서 찾은 기사에서는, <마조 앤 새디>가 롯*백화점과 연계한 팝업스토에서 무척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조 앤 새디>를 '제도권이 못 따라올 감수성' 으로 표현했다. 

 

뭐랄까, 묘하게 공감가는 수식어다. <마조 앤 새디>는 주부들의 전통적인 생활을, (아직까진) 약간 낯선 남성의 입장에서 덕후와 얼리어답터적인 요소를 결합해 익살스럽게 그려내었다. 개성있으면서도 평범한 이들의 감성까지 긁어주는 생활만화인 <마조 앤 새디>를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날일이 없었다. 미소짓거나, 혹은 큭큭 거리거나... 직장인에서, 사장님이 된 새디와, 여전히 만화가이지만, 회사원이 되기도 한 마조? 가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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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신화편 - 하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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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신화편>하권은, 전편의 [성주전]에서 이어지는(물론 이야기는 전혀 별개) 가택신의 탄생 배경인 [녹두생이전]과,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었을 강림차사가 차사가 되기전의 이야기인 [강림전] 으로 구성되어있다.

 

 

[녹두생이전]의 모태한량인 남선비 란 자는 많은 자식들과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간다. 아내 여산부인이, 궁여지책으로 자신이 시집올 때 가져온 패물을 팔아 남선비에게 주며, 흉작이 난 나라에서 쌀을 팔라 했지만, 남선비는 쌀을 팔러갔다가 쌀을 팔기는 커녕, 노일자대란 여인에 의해 모두 잃고 만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지만, 노일자대의 음모에 여산부인까지 목숨을 잃고, 노일자대의 음모를 수상히 여긴 자식들은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 중 막내인 녹두생이는 억울하게 죽은 엄마를 되살리려 천상으로 향한다..

 

 

[강림전]의 강림도령은 힘이쎄고 크고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령(관가에서 심부름을 하는 직책)이었다. 관장은 차라리 사령자리라도 주고 그의 사고를 방지하려 했던 것. 어느날, [할락궁이전] 에서 홀로 살아남았던 막내 딸이 다시한번, 처절한 살육을 저지르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통에 사령은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을 데리고 오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부인의 지극정성 덕에 무사히 저승에 닿아 염라대왕을 데려오지만, 염라대왕은 잔혹한 살육을 저지른 이는 죗값을 치르게 하는 동시에, 강림을 차사로 임명한다...

 

 

[강림전]의 강림도령 역시 앞의 [녹두생이전]의 남선비와 비슷한 구석이 있긴 하다. 마음씨 곱고, 한결같은 마음의 부인을 몰라보는 큰 잘못을 지은 것 말이다. 둘다 옆에 있는 부인을 제대로 몰라보았지만, 남선비의 잘못은 그 경중이 훨씬 더 컸다. 더욱이 그 잘못으로 인한 결과가 가히 끔찍했다. 하지만 [강림전]의 강림은 다행이 그 잘못의 경중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끝내는 부인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다. 그럼에도 강림의 잘못이 용서되진 않았을 터. 강림이 끝끝내 부인에게 못다한 말을 가슴에 품고 부인의 장례행렬을 지켜보는 모습은, 그런 강림이 애절한 마음을 잘 표현해 주었다...

 

 

[강림전]에서 또 눈여겨 볼 것은, 강림차사가 사람의 수명을 정해놓고 기록한 적패지를 찢어 버린 것이다. 정해진 운명을 알고 남은 날들의 가치를 업신여기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문서를 찢는 강림의 모습은, 우리가 앞날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기도 했다.

 

<신과함께-신화편>을 끝으로 <신과함께>시리즈는 모두 끝이 났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화에 대한 발견과 재해석, 그리고 권선징악에 머무르지 않고, 그 속에서 현실에서 깨닫고 다시 바라봐야 할 것들을 담아내는 능력은 정말로 대단하다는 말 밖에에는 할말이 없다. 웃고, 뜨끔하고, 마음이 저릿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오래도록, 그리고 자주 다시 꺼내고 픈 만화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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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신화편 - 중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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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신화편>2권은, 이전의 1권에서 잠깐 등장했던 꽃감관의 이승적 이야기인 [할락궁이전]과, <신과함께-이승편>에서 등장했던 가택신의 탄생을 (부분) 그려내는 [성주전]으로 구성되어있다.

 

 

 

 

[할락궁이전]은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왕자와 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부유한 나라(원진국)의 공주 원강아미는 가난한 나라(김진국)의 왕자 사라도령이 식물을 연구해서 백성들을 배불리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꿈에 반한다. 둘은 무사히 혼례를 마치지만, 가난한 나라의 왕자인 사라도령은 자격지심을 떨치지 못한다. 이렇게 사랑을 순수하게 이어가기 힘들게 만드는 환경의 차이와 그로인한 자격지심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어쨌든 어느날, 사라도령은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천상에서 꽃감관직을 맡으라는 계시를 받고, 고민끝에 그것을 수락하지만, 그들에게는 아주 험하고 끔찍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 1권에서 이 꽃감관은 욕심많고 비겁한 소별왕을 간접적으로 도왔는데,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바로 이 [할락궁이전] 이다. 꽃감관의 피눈물의 이유를 알 수 있는...

 

 

 

 

 

[성주전]은 옥황궁을 본따 만든 저승의 대별궁을 재건하게 되며 시작된다. 뛰어난 목수이자 막막부인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황우양은 이 대별궁의 재건을 위한 목수로 스카웃 된다. 하지만 이미 연장을 놓고 막막부인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던 황우양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전전긍긍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하는 황우양을 보고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가슴이 시키는 건 하고 살아'

 

그리고서는 연장을 손수 만들어주는 막막부인의 모습은 정말 '내조의 여왕' 이라 부르고 싶다. 하지만, 저승에 가서 대별궁을 재건하러 가는 틈에, 소진항이란 자의 속임수에 속아 막막부인의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성주전]이 가택신의 프리퀄격인 이야기의 일부이면서, 위에 언급한 것처럼 꿈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만, 한가지 더 재밌는 점은, 열정을 빙자한 대가없는 '봉사'를 강요하는 풍토에 대한 꼬집음이다. 그것은 사실 [할락궁이전]에서 신들조차 간과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었던 것과 연결되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현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열정에 의해 움직이기 전에) 어떤 의무로써 열정을 강요받는 세태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이런 비판은 자칫 '열정이 없느냐'라고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문제임에도, 작가는 대담하게 그려낸다. 어쨌든 이렇게, 성주전은 권선징악의 이야기 안에서도 기막히게 현실을 그려내는 능력을 또한번 보여준다. 부록으로 수록된, [신과함께-이승편]에 등장했던 철융신의 이야기 또한...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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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신화편 - 상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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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승편과 이승편으로 한국적인 이야기에 대한 재미와 가능성을 보여준 주호민 작가 <신과함께> 시리즈의 마지막, '신화편'의 이야기는, 저승편에서 등장하는 차사들과 가택신들의 과거는 물론, 우리가 단군신화로만 알고있는 건국 신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신화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기존 신화에 대한 각색 및 창작) 1권에서는 이승과 저승의 건국 신화와 해원맥과 덕춘이 차사가 되기전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대별소별전] 은 이승과 저승의 왕인 대별왕과 소별왕의 이야기다. 하늘과 땅의 왕인 천지왕은 이승에서 독재를 일삼으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명장자를 제지하기 위해, 두 아들이 세상을 다스릴 준비를 점검하기 위해 대별왕과 소별왕을 땅으로 내려보낸다. 동생 소별왕자의 자만과 서툰솜씨 탓에 대별왕자가 겨우 수명장자를 제압한다. 이후 꽃을 피우는 것으로 다시한번 합을 겨룬 결과, 이승은 소별왕자가, 저승은 대별왕자가 맡게 된다. 벌레들의 탄생또한 풀어놓는 이야기는 나아가 해와 달이 하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신화적인 이야기는 물론 현대까지 이어진 문제와 해법까지도 제시한다.

 

 

 

 

수명장자라는 독재자가, 가축을 기르는 법을 가르쳐 주는 등, 먹고 사는 문제를 쉽게 해주었다고, 자유를 빼앗긴 것에 대해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이후 나타난 소별왕 또한 백성들의 위치에서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백성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탁상행정'을 펼치는 것이야 말로, 현대에서도 여전히 일어나는 문제였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대별왕이 해와 달의 문제를 백성들 스스로 '자존감'을 깨우치게 함으로써 풀어내는 것은, 독재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현대의 사회를 살아가는, 정치를 대하는 모든 이들의 태도로 까지 확장되며 빛을 발한다.

 

 

 

 

[차사전]에는 해원맥과 덕춘이가 어떻게 차사가 되었는지의 이야기다. 이승에서 인간은 점점 폭력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고 내것, 내주변의 이익만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다. 무예가 매우 뛰어남은 물론이거니와 철저하게 규율과 옳고그름에 양보가 없던 해원맥은 그 올곧음 때문에 미움을 사 혹한의 변방에 배치되고, 그곳에서 오랑캐를 소통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해원맥은 그 틈에서 아무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죄 없는 아이들까지 희생당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볼 수 없었다. 그렇게 누구보다도 냉정하고 앞뒤 꽉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신을 희생할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해원맥과 그가 베풀었던 은혜를 잊지 않았던 덕춘은 나란히 차사가 될 수 있었다. 해원맥과 덕춘의 과거, 즉 프리퀄의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간접적으로 인간의 어리석고 악랄한 탐욕을 드러내주는 차사전. 마지막에 이 둘의 이름이 세번 불릴 때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듯 했다. 아... 그래도 다행이야.. 라는 생각과 함께..

 

어쨌든, 세상의 탄생과 함께 해원맥과 덕춘의 과거까지 풀어낸 <신과함께-신화편>상권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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