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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의 아폴론 5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지난 4권 이야기
록밴드를 결성해서 축제때 함께 공연하자는 마츠오카의 제안을 센타로가 당연히 거절할것이라 생각했던 카오루는 센타로가 자신의 예측과는 반대로 록밴드에 들어가게 되자 센타로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느낀다. 게다가 여기에 오기 전 괴로웠던 학창시절까지 떠올리며 카오루는 센타로를 밀어내게 된다..
5권..
시시한 농담도 거의 나눌 수 없는 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린 카오루와 센타로.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언젠가 다시 연습실에서 카오루와 센타로의 재즈 연주를 들을 수 있으리라 막연한 희망을 놓지 않는 리츠코. 하지만 축제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게된 카오루에게 밴드 참가신청을 하려던 센타로의 짧은 재회는 역시나 삐그덕 거리며 나아질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이윽고 축제 날, 밴드부 공연에서 드럼을 치는 센타로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 보인다. 그런데 장비에 이상이 생겨 공연은 중단되고, 파행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것을 해결해야하는 책임이 있던 카오루는 우연찮게 센타로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센타로는 마츠오카가 자신 형제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유명해지려고 한다는 것을 듣고 축제 때 그를 도와주기로 했던 것.
그런 센타로의 마음을 알게된 카오루는 피아노 연주로 점점 지쳐가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센타로가 바로 합세해서 둘은 계획에 없던 환상의 연주를 함께 하게 된다. 재즈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친구의 연을 맺게된 이 둘의 갑작스런 균열은 이렇게 다시금 재즈와 음악을 통해서 제자리로 향해간다. 즉흥연주를 통해 곡을 바꾸며,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는 이 둘의 연주는, 화해해가는 마음들이 즐겁고 힘차게 뒤섞여 그 어느때의 연주보다 생생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전의 연주들도 좋았지만 이번엔 그 순수한 마음들이 너무나 예뻐서였는지 정말 푹 빠져들었달까!! 멈춰있는 그림들이 절로 영상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의 흐름이 아직 두개 남았다. 하나는 일전에 카오루의 고백을 거절한 리츠코의 마음에 어느틈엔가 카오루를 향한 미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것. 소꿉친구인 센타로가 자신을 이성으로 생각지 않은 것과, 카오루와 한 반인 덕에 같이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며 점점 카오루의 매력을 발견해나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리츠코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금 두고볼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표지를 장식한, 이들의 공통적 선망의 대상인 준이치의 이야기다. 학생운동의 실패로 고향으로 돌아오게된 준이치는 아버지와의 의절까지 겪고있다. 하지만 늘 센타로의 선망하는 어른이었던 준이치는 이제 자신이 짝사랑하는 유리코의 마음을 빼앗아간 남자이기도 했다.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센타로, 하지만, 모든 것을 뚜렷히 하기위해 찾아간 곳에는 더 큰 아픔만이 있었다...
청춘이든, 어른이든 사람사는 세상은 늘 화기애애할 수는 없다. 그것이 모든이의 염원이라고 해도, 우리는 각자 다른부분을 조금씩이라도 갖고 있고,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어긋나기도 하고, 때로는 삐그덕대다 일이 크게 번지기도 한다. 청춘이라고 함은 이 대부분이 크건 작건 한번씩은 겪는 충돌과 갈등에 처음으로 놓여지는 시기다. 이전과 다르게, 싸움이나 충돌이 분노를 일으키는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상처를 주는 것을 깨닫는 것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갈등에서 인간다움과 가능성을 느낀다. 누군가를 대하는게, 배려하는게, 사랑하는게, 그리고 때로는 거절하는게.. 모든게 구체적으로 필요해지지만, 너무도 생소한 시기, 그래서 요령이 없기에 더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분명 때묻지 않았던 시간임을 아주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그래서 당시에는 잘 알지 못하는 시간. 때로는 친구때문에, 때로는 사랑때문에, 혹은 나중에 그저 한때의 추억이라고 여길 소소한 일들 하나하나에도 씩씩하게 웃다가, 또 하염없이 슬퍼질 수 밖에 없는, 이들은 지금 눈부신 청춘을 빛나는 모습으로 통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즐겁고, 또 어느샌가 응원하고 있다..
덧, 코다마 유키 특유의 섬세함과 기발함이 엿보이는 단편도 역시 건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