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10 심야식당 1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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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흔한 프렌차이즈나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곳들만을 단편적으로 알고있기 때문에, 특별히 맛집도, 좋은 찻집도 알고 있지 못하는 나는, 누군가를 데리고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갈수가 없다. 적어도 맛과 가격에서 본전을 치자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참 얄팍하단 생각을 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나를 데리고 내가 모르는 밥집, 혹은 찻집에 갈때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곳들도 한두번일 뿐, 나를 처음으로 인도해준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면 갈 생각이 잘 들지 않아 홀로서 들른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다. 밥이나, 술, 차를 특별히 찾아가서 먹을 정도로 관심두지 않아서 일까.. (내가 생각해도 참 운치없는 캐릭터다. 근데 뭐 어쩔 수 있겠는가..)

   

 

그런 내가 만약 이곳에 가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심야식당>을 읽는 줄곧 들었던 생각이었다. (보편적으로) 사람의 감성이 수면위로 올라오는 심야시간, 가서 내가 먹고싶은 (웬만한) 것들을 부탁해서 먹을 수 있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며, 누군가의 얘기를 가만히 듣거나, 그러다가 내 얘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는 곳. 그런곳이 분명 대한민국 어딘가에 숨어있을 텐데, 내겐 아직 아는 곳이 없기에, <심야식당>의 이야기가 더욱 부럽고 따뜻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심야식당은 자정 12시부터 새벽 7시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식당이다. 이 식당에 오는 손님들과 마스터가 도란도란 그려내는 이야기가 바로 <심야식당>이다.

 

하지만 손님들과 마스터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생각만큼 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심야의 오는 손님들이라 좀 더 그런 것일까? 정말로 각종 부류의 사람들이 오간다. 바람을 피는 사람, 여자/남자친구를 밥먹듯 갈아치우는 사람, SM이 취향인 사람, 결혼을 몇번이나 실패하는 사람 등등.. 사회에서 보면 혀를 끌끌 찰만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성인동영상의 배우나 스트리퍼도 이들에겐 새삼 새로운 사람이 아니다. 이들 중 누군가는 단골이 되어 자주 얼굴을 비치거나 혹은 몇년만에 들리기도 하는 곳.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정말로 신세한탄 제대로 해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가는 곳이란 말씀.

 

 

10권까지 출간된 이 만화를 처음 접할땐,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보면 볼수록, 사회에서 손가락질 하거나, 비난, 혹은 혀를 찰만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이 아늑한 공간에 대해 나 또한 매료되기 시작한다. 이곳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눈에 불을 켜며 비난하거나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다. 울고 싶은 사람은 술을 먹거나 밥을 먹다 울수도 있고, 즐거운 사람은 옆사람에게 분위기를 나누어 주면 된다. 어떤 이야기도 과장되어 억지로 끌고나가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희귀하거나, 혹은 쉽지 않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꽤 태연하거나 덤덤해서, (이야기 자체는 덤덤하지 않음에도, 작가는 그렇게 그려낸다.) 난 이들의 모습을 처음에는 의식하지 않다가, 어느정도 읽어 갈때쯤.. 이 사람들 정말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도 되는건가? 하고 생각했다가, 그것이 바로 이 <심야식당>의 매력이라는 것을 서서히 알게된다. 모든 이를 좋아하진 않더라도, 함부로 쉽게 평가하지 않는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타부타 먼저 억지로 삶에 훈수를 두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무장해제 될 수 있는 곳.

 

 

생각해보니 줄곧 하나의 음식과 하나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데 음식 얘기를 너무 빼놓은 것 같다. 여기에는 많은 음식들과, 심지어 소스하나가 그 주인공이 될 때가 있다. 각 음식들의 레시피가 아예 상세하게 나오진 않지만, 충분히 알아볼 수 있게 그려진다. (레시피에 관한 것은 따로 책이 출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여기서 등장하는 음식보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음식이 없었다면 이런 이야기들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심야식당>의 음식들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들을 이어주는 것임은 분명하다. (음식에 너무 집중하면.. 배가 고파서 읽기가 힘들어진다.. 어쩌면 식욕이 날뛰는 것을 부러 방지하기 위해 주목하지 않았을 수도..)

 

소개팅자리가 곧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혹은 술을 먹거나 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함께 먹는다는 것은 친밀감을 높힐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라 한다. 그런 밥 혹은 술을 앞에 두고, 이 심야식당의 주인장의 넉넉한 표정과 분위기야 말로 어쩌면 이곳에 들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엔 어떤 음식이 나올까, 어떤 이의 이야기가 풀어질까, 그것들을 정말로 편하게 기다릴 수 있는 곳. 점점 반가운 이들의 얼굴이 하나씩 늘어가는 곳. 편하게 함께 있는 것 같은 심야의 작은 식당 하나. <심야식당>이다.

 

 

 

(사용된 사진은 10권에 국한되지 않았으며, 저작권은 저자 및 출판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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