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나지 않는다.
감상하느라...!
여랑화는 마타리.



매일 밤낮없이 전 세계를 어지러이 엇갈리는 소세계가 널리 하늘끝까지 가고, 게다가 끝 간 데 없다고 생각될 때쯤, 명주실이 가느다란 것을 마다하지 않고 옮겨놓은 누에고치가 나란히 있는 것처럼 네명의 소우주는 무정한 기차 안에서 밤새 서로 등을 맞대고 모르는 체하는 얼굴을 하고 나란히 있었다. 별의 세계는 쓸려 사라지고 드넓은하늘의 가죽을 깨끗하게 벗겨낸 빛나는 태양이 숨기지 말라며 떠오르는 창문 속에 네 사람의 소우주는 짝을 지어 방금 서로 지나쳤다.  - P133

마쿠즈가하라(眞源)‘에 여랑화(女郎花)가 피었다. 억새풀밭을거침없이 빠져나가 한 많은 큰 키로 가을바람을 품위 있게 피해 지나는 허전함 속에서 가을은 비가 내려 겨울이 된다. 갈색으로, 검은색으로 움찔움찔 내리는 서리에 겨울은 한없이 계속되고, 의지할 데 없는약한 목숨을 아침저녁으로 잇는다. 겨울은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마다하지 않는다. 쓸쓸한 꽃은 추운 밤을 빠져나가, 붉은색과 초록색에 부족함을 모르는 봄의 천하에 섞여들었다. 땅에, 하늘에 봄바람이 스치는 모습은, 모든 것이 타오르며 풍부하게 물드는 것을, 은밀한 노란색을 한 그루 나무의 가느다란 끝에 이고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하게 조심스러운 숨을 내쉬는 것 같다. - P154

긴고는 한 푼의 재산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집도 후지오에게주겠다고 한다. 의리의 옷을 벗고 편리의 알몸이 될 수 있다면, 갑자기 끓어오르는 온천에 얼씨구나 하고 뛰어들 마음도 든다. 그러나 세상의 이목에 입는 의상은 그렇게 간단히 벗겨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비가 내릴 것 같으니 우산을 주겠다고 내놓을 때 그 우산이 두 개라면그중 하나를 받는 걸 사양하지 않는 것이 세상이지만, 자신이 비에 젖을 걸 뻔히 알면서도 내주는 사람을 상관하지 않고 멋대로 손을 내미는 것은 남의 이목 때문에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서 수수께끼가 생긴다. 준다는 것은 진심으로 말하는 거짓말이고, 받지 않겠다는얼굴을 보이는 것도 이웃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긴고가 재산을 억지로 후지오에게 양보하는 것을, 마지못해 받는 얼굴로 문명의 체면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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