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혈을 햇빛에 쪼여서, 7일 동안 매일 그 변화를 잎의 뒤쪽에 표시하여 한 장 안에 새긴다면, 이런 색이 되려나 하며다카야나기 군은 아까부터 나뭇잎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를 연상하고 있을 때 다카야나기 군은 겨드랑이 밑에서 무언가 차가운 것이 속옷으로 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콜록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한다.
형태도 여러 가지다. 불에 구운 찰떡의 모양은 천차만별이지만, 모두 뒤틀려 있다. 벚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도 버스럭버스럭 하며 그저뒤틀린 상태에서, 그렇게 뒤틀린 채로 부는 바람의 꼬임에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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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가 없는 것에는 미련도 집착도 없다. 표표히 자신의 장래를 불안한 바람에 의지하고도 태연한 것은, 죽은 뒤의 축제에서 공연한 소동에 들뜰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람에 휩쓸리는 낙엽과 휩쓸려가는 대팻밥은 일종의 광기다. 그저 죽어가는 것들의 광기다. 다카야나기 군은 죽음과 광기를 자연계와 연결시키고는 마른 어깨를 추켜올리며 또 콜록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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