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여행,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
함길수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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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페이지 가득 대자연의 모습들, 사람들의 모습이 진솔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보기만 했다.
이곳의 하늘과 땅, 풀과 흙 내음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지금은 잠시 책장을 넘기며 상상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대신하기로 한다. 

 


늘 화두는, 두렵고 무거운 인생길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하는 간단치 않은 질문들을 가슴에 부여안고 종종 고단한 길 위에 섭니다. 하지만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인연 속에서, 길가 무성하게 자란 큰 나무들의 찬란한 침묵 속에서,
거친 초원과 들판위로 불어대는 세찬 바람 속에서 미세한 지혜의 음성을 고요히 느껴볼
수 있을 겁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나무를 보며 생각했다.
언젠가는 마다가스카르에 꼭 가봐야겠다고.
하늘 향해 곧게 솟은 나무들은 하나같이 단단하고 견고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기대고 싶다. 그러면 묵묵하게 곁을 내어 줄 것만 같다.
있는 힘껏 껴안아도 휘청거리지 않고 다 받아줄 것 같은 바오밥 나무.
사람의 마음에도 이렇게 굳세고 든든한 나무 하나를 심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로코 사하라 사막


차가운 사막의 밤, 달빛과 별빛의 고요한 음성 듣는 밤.
사막의 아름다운 순간이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곳에서 결국,
아무 것도 아닌 나를 마주하는 일.
아름답고 거대한 사막 앞에 나는 초라한 인간에 불과하다.
가끔, 사막이 그리운 건,
그 사막이 나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투명한 거울이기 때문이다.(p.109)


아름다운 풍경은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사진보다 더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작가의 글이다.
갈증을 해소시키는 시원한 물 한 모금처럼 작가의 글은 마음을 순환시키며 긴 여운을 남기곤 했다.
문득 광활한 사막에 자신을 놓아두며 오롯하게 밤과 낮을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모래만이 가득한 그곳에서 과연 무엇을 마음에 담을지 자신도 궁금할 따름이다. 

 

 


아프리카 케냐 단도라 고로고초 쓰레기 마을 - 지라니 합창단  
방글라데시의 열차가 오가는 에어포트역도 그랬지만 케냐의 이곳도 아이들이 살아가기엔 너무나 열악하고 힘들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삶의 의지를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
그들의 미소는 어떤 경치보다도 아름답고 순수하다.
그것은 ‘진짜’ 미소였다.
예의상 입꼬리만 슬쩍 올리고 마는 형식적 표현이 아닌, 몸도 마음도 활짝 웃는 그런 미소.
그래서 그 모습 자체가 다 환하게 빛이 난다.
오히려 아이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은 자신을 발견하며 오늘 하루는 마음껏 미소 지으며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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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 에세이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허밍버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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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고 있었다.
'공간'이란 단어가 주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설렘을.
누군가 함께 하는 공간.
혹은 오직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
지금은 존재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꼭 가져보리란 생각만으로도 공간이란 단어는 특별하다.
어떤 느낌으로 꾸미고, 어떤 물건으로 채우며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
공간은 그런 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운 대화가 가능한 일종의 '꿈'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가슴 한쪽 잠자고 있던 '공간'이란 의미에 대해 감성을 깨워준 사람이 있다.
바로 작가 '밤삼킨별'이다.
그녀의 글과 사진은 마치 빗방울이 창가를 두드리듯 내 마음을 두드렸다.

 

 

워낙 예쁘고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은 홍대. 홍대라면 연관 검색어 '예쁜 카페'
를 모두 다 안다. 더 예쁘고 독특하고 아기자기할 수도,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사려 깊은', '생각이 담긴', '자연스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p.74)

 


마켓 밤삼킨별. 홍대 골목에 자리 잡은 보물 같은 장소다.
그곳은 여느 카페와는 조금 다르다.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그곳이 단독주택을 카페로 바꾼 곳이라 마당이 있다는 점이다.
커다랗고 건강한 모과나무와 감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계절이 순환하며 햇빛이 내려앉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
그런 곳에서 잠시 시간을 멈추어 차를 마시고, 손끝으로 바람과 하늘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뭇잎들의 소곤거리는 대화가 들릴 것이다.
꽃내음과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이 묵묵히 사람 곁에서 함께하는 곳.
그 이유만으로도 마켓 밤삼킨별은 각별하게 다가왔다.

 


'봄이 온다', '여름이 온다', '어느새 가을', '첫눈이 내린다, 겨울'. 이렇게 감탄하며
맞이하는 사계절. 감탄사를 되뇌며 한 계절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고 있다. 이 층 테라스야말로 사계절의 시계 노릇을 한다. 그 시계를 따라
똑딱똑딱 시간의 오감을 안다. 지구를 닮은 시계는 태양을 돌듯 1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선다.
새로운 봄이 오니 또 새롭고, 다른 사람들과 다시 한 바퀴 돌기를 시작한다.(p.109)

 


무엇보다 거기엔 오래된 이층집의 느낌이라든가 붉은색 벽돌처럼 그냥 그대로 느낌을 살려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들이 많아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내부 역시 숨어 있는 볼거리들, 사연이 많았다.
나누어진 공간도 그렇고 실내장식도 그렇고 눈 닿는 곳, 손닿는 곳 등 어느 것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부분이 없는 것 같다.   
작가의 출장과 여행 스토리를 담고 있는 각각의 소품들도 좋지만, 그녀의 소중한 인연들에 관한 이야기, 사람 이야기도 마켓 밤삼킨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아! 참 좋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사진을 보며 계속 그렇게 느꼈다.
마음과 정성을 쏟은 공간이란 건 이렇게 따스하고 포근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달으며 말이다.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오랜만에 눈과 입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싱긋 웃었던 책이다.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 좋아한다. 대상이 사람이든, 음악이든,
장소든 말이다. 그때 그 순간, 한동안이라는 유효기간이 있어 "좋아, 좋네"라고
가볍게 머물다 가는 감정들도 있지만, 오랫동안 좋아하는 감정은 그때부터 지금
까지도 특별하다. 흔들림 없이 좋다. 사람들이 '이래서 별로'라고 해도 나는 '이
래서 좋아'라고 '저래서 싫다'고 해도 '저래서 좋다'라고 한다.(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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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2 - 콜드스틸 원정대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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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란과 그 일행은 포로로 잡힌 브란켈수스와 울프블러드 대제의 유적 등을 이용해 크롬웰의 눈을 속이는 작전을 짰다.
그러면서 듀란은 콜드스틸로 향하는 원정대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고타마가 힘을 빌려주는 조건에는 이전에 사용했던 힘보다 더욱 강한 힘만 원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골렘을 무찌르기 위해 마법검 같은 물리적인 힘을, 다음엔 망령 시칼리아를 무찌르기 위해 추상적인 ‘원한’의 힘을 구현했었다. 그래서 이제는 원한보다 강한 힘을 떠올려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어느덧 원정대는 푸른색의 거인 테트리아곤과 다른 거인들의 도움을 받아 이글펠로 통하는 저지터널을 통과해 콜드스틸 왕궁 근처까지 오게 된다.
거대한 드래곤 크락수스와의 마주침은 만만치 않다.
고타마는 자신의 힘 일부를 듀란 왼손 부근에 남긴 후 떠나게 되고, 드디어 듀란은 크롬웰과 마주하게 되는데……
 

 

여정이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웅크리고 자신감 없던 듀란이 점점 고타마에 의해 변화하고 성장해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듀란에게 있어 고타마는 단순히 큰 힘을 빌려주는 존재가 아니다.
진실을 나누고 마음이 통하는 누구보다 좋은 친구라 할 수 있다.
듀란이 고타마에게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고 하자 고타마가 이렇게 표현한 부분이 생각난다.
-굳이 표현하자면, 나는 ‘스스로 이겨 내려는 자’란다.
그리고 이런 고타마를 통해 듀란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배우게 된다.
스스로 모든 것을 이겨 나가기 위해선 필요한 조건들이 있었다.
바로 <시간, 노력, 현명함>이다.
이런 것들은 이미 알고 있고, 당연한 것들이지만 반면 잘 지켜지지 않기에 아주 어려운 조건들이기도 하다.
사실 자기 자신을 이겨낸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자신의 관점에만 빠지다 보면 스스로 객관적으로 잘 해나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노력은 자기 합리화 앞에 금방 무너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선 듀란 곁에 고타마를 비롯해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본인이 가장 노력한 듀란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원정은 끝났다. 아니다. 원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듀란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신 안에 있는 고타마와 만나기를 바라본다.

 


-아니, 너는 충분히 노력하고 있단다. 노력이란 것 또한 네 마음처럼, 양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게 아냐. 누구보다 더, 혹은 누구보다 덜한 것이 기준이 되는 게 아니란다.
오로지 네 자신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는 거야. 너는 네가 처한 상황하에서 정말 최선
으로 애써 왔어. 너는 겁이 많고 용기 내는 일에 익숙하지 못했으니 더 큰 노력을
한 거야. (p.186)

 


-내 친구 듀란. 이건 네 스스로 하는 일이나 다름없단다. 너는 용기를 냈고,
스스로의 마음을 가다듬으며 내 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았어. 내가 힘을
빌려 주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나는 그냥 힘이 들어 있는 창고의 마개를
열고 닫는 역할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고, 흘러나온 힘을 사용하는 건 네 판단과
용기였단다.(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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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1 - 이스트랜드의 위기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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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랜드에 자리 잡은 울프블러드 왕국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글펠 콜드스틸 왕국의 지배자 크롬웰이 동맹을 파기하고 평화를 깨트린 것이다.
왕실에선 듀란만 빼고 모두 출정하기로 한다.
얼마 후. 듀란은 왕과 왕비, 그리고 모든 것이 뛰어났던 자신의 형, 올란 왕자마저 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약하고 겁이 많은 울보 왕자 듀란.
그는 골렘들이 왕궁에 다가오자 들어간 적 없던 지하실로 도망가게 되었고 거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고타마라고 하는 작은 빛 덩어리를 만나게 된다.
고타마는 듀란이 바라고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힘을 빌려주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원하는 대로 힘을 빌려줄 수 있지만, 거기에는 엄격한 제한이 있고 그렇다 보니 횟수 제한이 있는 것이다.
듀란은 열심히 강한 힘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콜드스틸로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는데……

 


자신을 겁쟁이에 바보라고 여기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도망만 쳤던 왕자.
‘못해, 싫어.’만을 외치는 듀란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열네 살. 어린 나이인 것이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은 누구처럼 되라고 높은 기대를 하니 듀란에겐 더욱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듀란에게 고타마와의 만남은 모습 그대로 작은 빛, 환하고 따뜻한 빛과 같은 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고타마는 듀란에게 남들과 달리 아버지처럼, 형처럼 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듀란이 했던 말들에 대해서 다시 질문할 뿐이다.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질문하고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관해서 얘기 나누게 된다.
고타마를 통해 듀란은 생각을 하게 되고 좀 더 자세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깨달음의 과정은 대마법사 플로베르와의 대화에서도 이어졌다.
듀란은 '알 것 같다'와 '안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며 제대로 알기 위해선 배우고, 생각하고, 깨닫고, 행동해야 함을 이해하게 된다.
크롬웰을 상대하기 위해 콜드스틸로 떠나기로 마음먹는 듀란.
더 이상 그는 남의 뒤에 숨어 벌벌 떨고 있는 말더듬이가 아니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두렵고 겁이 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조금씩 용기를 내는 듀란에게 큰 응원을 보내 본다.

 


"그……그건……하지만 용기의 싹을 어떻게 키운단 말야?"
-모든 싹을 키우는 방법은 다르지. 허나 용기의 싹을 키우는 방법은 말해 줄 수
있단다.
"그게 뭔데?"
고타마는 명확하게 말했다.
-필요할 때 머뭇거리거나 미루지 말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용기의 싹을 키우는
방법이란다. (p.216~217)

 


"겁을 내지 않는 게 용기가 아닙니다. 겁이 나도 행동하는 게 용기죠. 또 악당과
맞서 주먹싸움을 하거나, 전쟁터에서 앞장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닙니다. 사실을
있는 대로 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용기 중 하나죠."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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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 밑줄 긋는 여자의 토닥토닥 에세이
성수선 지음 / 알투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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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한쪽 귀퉁이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연인이 있든 없든, 결혼했든 안 했든 나도 당신도 혼자라고 풀어쓴, 다만 당신은 소설을 읽는 혼자이길 바란다는 그런 내용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말들을 들려주려는 걸까.
우리는 누구나 혼자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말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마치 그게 잘못되었다는 듯.
아무래도 ‘혼자’라는 단어는 외롭고 쓸쓸하다는 느낌부터 드는 것 같다.
그래서 다들 혼자이지 않으려 더욱 몸부림친다.
그러나 여럿이어도 외롭지 않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많은 사람 속에서 마음 둘 곳 없음에도 자신은 괜찮다고 암시를 거는 것이 더 슬픈 것 같다.
그럴 땐 차라리 혼자가 낫다.
지금 만약 누군가 혼자라면, 이 책을 펼쳐보길.
이 책은 혼자여도 외롭고 쓸쓸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줄 것이다.
 

 

솔직함. 나는 그녀의 솔직함에 매료되었다.
꾸미려 하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 일부를 숨기거나 고르는 것 없이 그저 자신의 사랑과 상처를 포함해 자신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때로는 담담한 말투로 정곡을 찌르는가 하면 때로는 시원시원한 말투로 상황을 함께 분개하고 화를 내기도 하는 그녀.
분명 마주친 적도 없는, 모르는 사람임에도 책을 읽는 내내 왠지 친한 친구를 만나 열심히 대화한 기분이 들었다.
서른세 편의 소설과 교차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고백 혹은 독백.
‘맞아,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 혹은 ‘이런 경우는 누구나 있는 건가 봐.’라며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글자와 문장으로 마주하는 문체이지만 언뜻 책 너머로 직접 말로 듣는 것 같기도 하다.
좋은 사람 콤플렉스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지금 그 정도면 괜찮다고, 잘하고 있으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토닥여준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서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경우와 댄스동호회에 확 들어버린 후배의 일화를 얘기하면서 재미있으면, 좋으면 바로 해보는 것도 변화의 시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자아를 확장하고 타인과 교감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연애를 하는 게 아니듯이,
좋아하는 일은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일단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모든 일에 목
적이 있고 수량화된 목표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당장은 돈 안 되는 일처럼
보이는, 전혀 실용성 없어 보이는 일들이 '박씨 물고 온 제비'처럼 새로운 인연과
기회를 물어다주기도 한다.(p.125)

 


<순정을 바친다는 건 꼭 사랑에 속한 말은 아닐 거야>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순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9가 많아지면서 이렇게 표기하기도 한다. 9N(나인나인, 9가9개)
이상, 11N(일레븐나인, 9가11개) 이상…….(p.178)

그녀에게 문학이라든가 글을 쓴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순정의 대상이다.
일레븐나인 이상의 순정!!!
그 글을 읽는 동안 나 역시도 얼마나 가슴이 뛰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는지……그 열정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녀는 <내 옆에도 네 옆에도 하루키가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말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 IQ84》의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지금 이 책의 성수선, 그녀와 마주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시선이, 그녀의 생각이 조용히 내 주변에 녹아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그 누군가의 고독과 고통, 절망과 자괴감을
이해하고 손을 내미는 일인 것 같다. 아무리 사랑해도 대신 아파줄 수 없듯이,
타인의 고독과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지만, 떨리는 손을 꼭 잡아주는 것,
소리없이 터져나오는 비명을 듣고 보듬어 주는 것, 이 사막 같은 세상의 모래
알처럼 혼자 부유할 때 가만가만 옆에 있어주는 것.(p.260)
 

 

그에게 나의 모든 무게를 실어 기대는 대신,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걸었어야 했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그리고 누구나, 다른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내가
울고 싶었을 때, 그도 울고 싶었을 거다. 울지 않는다고 해서, 울음을 참고 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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