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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 에세이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허밍버드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잊고 있었다.
'공간'이란 단어가 주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설렘을.
누군가 함께 하는 공간.
혹은 오직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
지금은 존재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꼭 가져보리란 생각만으로도 공간이란 단어는 특별하다.
어떤 느낌으로 꾸미고, 어떤 물건으로 채우며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
공간은 그런 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운 대화가 가능한 일종의 '꿈'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가슴 한쪽 잠자고 있던 '공간'이란 의미에 대해 감성을 깨워준 사람이 있다.
바로 작가 '밤삼킨별'이다.
그녀의 글과 사진은 마치 빗방울이 창가를 두드리듯 내 마음을 두드렸다.
워낙 예쁘고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은 홍대. 홍대라면 연관 검색어 '예쁜 카페'
를 모두 다 안다. 더 예쁘고 독특하고 아기자기할 수도,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사려 깊은', '생각이 담긴', '자연스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p.74)
마켓 밤삼킨별. 홍대 골목에 자리 잡은 보물 같은 장소다.
그곳은 여느 카페와는 조금 다르다.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그곳이 단독주택을 카페로 바꾼 곳이라 마당이 있다는 점이다.
커다랗고 건강한 모과나무와 감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계절이 순환하며 햇빛이 내려앉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
그런 곳에서 잠시 시간을 멈추어 차를 마시고, 손끝으로 바람과 하늘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뭇잎들의 소곤거리는 대화가 들릴 것이다.
꽃내음과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이 묵묵히 사람 곁에서 함께하는 곳.
그 이유만으로도 마켓 밤삼킨별은 각별하게 다가왔다.
'봄이 온다', '여름이 온다', '어느새 가을', '첫눈이 내린다, 겨울'. 이렇게 감탄하며
맞이하는 사계절. 감탄사를 되뇌며 한 계절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고 있다. 이 층 테라스야말로 사계절의 시계 노릇을 한다. 그 시계를 따라
똑딱똑딱 시간의 오감을 안다. 지구를 닮은 시계는 태양을 돌듯 1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선다.
새로운 봄이 오니 또 새롭고, 다른 사람들과 다시 한 바퀴 돌기를 시작한다.(p.109)
무엇보다 거기엔 오래된 이층집의 느낌이라든가 붉은색 벽돌처럼 그냥 그대로 느낌을 살려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들이 많아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내부 역시 숨어 있는 볼거리들, 사연이 많았다.
나누어진 공간도 그렇고 실내장식도 그렇고 눈 닿는 곳, 손닿는 곳 등 어느 것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부분이 없는 것 같다.
작가의 출장과 여행 스토리를 담고 있는 각각의 소품들도 좋지만, 그녀의 소중한 인연들에 관한 이야기, 사람 이야기도 마켓 밤삼킨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아! 참 좋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사진을 보며 계속 그렇게 느꼈다.
마음과 정성을 쏟은 공간이란 건 이렇게 따스하고 포근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달으며 말이다.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오랜만에 눈과 입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싱긋 웃었던 책이다.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 좋아한다. 대상이 사람이든, 음악이든,
장소든 말이다. 그때 그 순간, 한동안이라는 유효기간이 있어 "좋아, 좋네"라고
가볍게 머물다 가는 감정들도 있지만, 오랫동안 좋아하는 감정은 그때부터 지금
까지도 특별하다. 흔들림 없이 좋다. 사람들이 '이래서 별로'라고 해도 나는 '이
래서 좋아'라고 '저래서 싫다'고 해도 '저래서 좋다'라고 한다.(p.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