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 밑줄 긋는 여자의 토닥토닥 에세이
성수선 지음 / 알투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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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한쪽 귀퉁이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연인이 있든 없든, 결혼했든 안 했든 나도 당신도 혼자라고 풀어쓴, 다만 당신은 소설을 읽는 혼자이길 바란다는 그런 내용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말들을 들려주려는 걸까.
우리는 누구나 혼자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말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마치 그게 잘못되었다는 듯.
아무래도 ‘혼자’라는 단어는 외롭고 쓸쓸하다는 느낌부터 드는 것 같다.
그래서 다들 혼자이지 않으려 더욱 몸부림친다.
그러나 여럿이어도 외롭지 않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많은 사람 속에서 마음 둘 곳 없음에도 자신은 괜찮다고 암시를 거는 것이 더 슬픈 것 같다.
그럴 땐 차라리 혼자가 낫다.
지금 만약 누군가 혼자라면, 이 책을 펼쳐보길.
이 책은 혼자여도 외롭고 쓸쓸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줄 것이다.
 

 

솔직함. 나는 그녀의 솔직함에 매료되었다.
꾸미려 하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 일부를 숨기거나 고르는 것 없이 그저 자신의 사랑과 상처를 포함해 자신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때로는 담담한 말투로 정곡을 찌르는가 하면 때로는 시원시원한 말투로 상황을 함께 분개하고 화를 내기도 하는 그녀.
분명 마주친 적도 없는, 모르는 사람임에도 책을 읽는 내내 왠지 친한 친구를 만나 열심히 대화한 기분이 들었다.
서른세 편의 소설과 교차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고백 혹은 독백.
‘맞아,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 혹은 ‘이런 경우는 누구나 있는 건가 봐.’라며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글자와 문장으로 마주하는 문체이지만 언뜻 책 너머로 직접 말로 듣는 것 같기도 하다.
좋은 사람 콤플렉스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지금 그 정도면 괜찮다고, 잘하고 있으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토닥여준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서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경우와 댄스동호회에 확 들어버린 후배의 일화를 얘기하면서 재미있으면, 좋으면 바로 해보는 것도 변화의 시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자아를 확장하고 타인과 교감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연애를 하는 게 아니듯이,
좋아하는 일은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일단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모든 일에 목
적이 있고 수량화된 목표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당장은 돈 안 되는 일처럼
보이는, 전혀 실용성 없어 보이는 일들이 '박씨 물고 온 제비'처럼 새로운 인연과
기회를 물어다주기도 한다.(p.125)

 


<순정을 바친다는 건 꼭 사랑에 속한 말은 아닐 거야>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순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9가 많아지면서 이렇게 표기하기도 한다. 9N(나인나인, 9가9개)
이상, 11N(일레븐나인, 9가11개) 이상…….(p.178)

그녀에게 문학이라든가 글을 쓴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순정의 대상이다.
일레븐나인 이상의 순정!!!
그 글을 읽는 동안 나 역시도 얼마나 가슴이 뛰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는지……그 열정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녀는 <내 옆에도 네 옆에도 하루키가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말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 IQ84》의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지금 이 책의 성수선, 그녀와 마주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시선이, 그녀의 생각이 조용히 내 주변에 녹아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그 누군가의 고독과 고통, 절망과 자괴감을
이해하고 손을 내미는 일인 것 같다. 아무리 사랑해도 대신 아파줄 수 없듯이,
타인의 고독과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지만, 떨리는 손을 꼭 잡아주는 것,
소리없이 터져나오는 비명을 듣고 보듬어 주는 것, 이 사막 같은 세상의 모래
알처럼 혼자 부유할 때 가만가만 옆에 있어주는 것.(p.260)
 

 

그에게 나의 모든 무게를 실어 기대는 대신,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걸었어야 했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그리고 누구나, 다른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내가
울고 싶었을 때, 그도 울고 싶었을 거다. 울지 않는다고 해서, 울음을 참고 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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