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터[564]번째 책이야기

데블 인 헤븐 / 가와이 간지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데블 인 헤븐 / 가와이 간지
가진 자와 빼앗긴 자, 추락하는 자와 비상하는 자,
인간 욕망이 그려낸 디스토피아, 그 위태로운 세계의 종말은?
“돈은 사람을 잡아먹지. 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이 소설은 2023년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시장, 고령화 사회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현상들을 다루고 있다. 게다가 배경이 되는 공간은 돈이 모이는 곳, 카지노이다. 세상의 모든 욕망(돈)이 모이는 곳에서 범죄가 태어나고 비극이 일어난다.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너나없이 상대방 주머니를 터는 데 혈안이 된 추악한 도박장”, “도박에 빠져 재산을 날리고 가족을 잃고 인생을 잃어가는 어리석은 자들”로부터 시작된 분노이다. 형사 스와 고스케의 아버지가 병적 갬블러였던 것이나, 푸른 눈의 천재 도박사에게 노름에 중독된 어머니가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령자 한 사람이 죽으면 5688만 엔이 굳는다. 그 돈을 아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령자 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지금, 마냥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니어서 섬찟하기조차 하다. 비바람을 뚫고 당당히 인생길을 걸어온 노인들이 소외되고 버려지는 사회에서 어쩌면 필연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 사회 비판이나 풍자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사회 문제에 대한 분노는 이야기를 쓰는 중요한 동기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데블 인 헤븐』은 자본주의에 매몰된 현대 사회를 비판하면서 권력층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약자의 편에 서서 사건을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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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가 역사 왜곡 논란을 낳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한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그 분은 역사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답을 했다. 하지만 기록에 없는 내용을 단편적인 에피소드 수준을 넘어 중요하게 다루었다면 왜곡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학적 상상력이 문제이다. 알려지지 않은 빈 곳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메우는 것은 없어서는 안 되지만 정도의 문제이다. 문학적 상상력을 결여한 역사는 무미건조할 뿐만 아니라 독자를 진실의 자장으로 끌어들이는 호소력을 얻기도 어렵다(2016년 8월 30일 교수신문 수록 '500여 명의 肉聲 … 역사가 문학적 상상력과 만났을 때')고 말하는 분('쇼와 육군'의 저자인 국문학자 정선태 교수)도 있다.


덕혜옹주가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저는 조선의 옹주 덕혜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다는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럽고 죄스럽습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우리에겐 돌아갈 고향이 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십시오.”라고 연설하는,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장면을, 국권을 지켜내지 못해 망국에 이르게 한 조선의 황녀로서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마땅히 부끄러워하고 사죄해야 했다는 뜻에서 넣은 연설 장면이라고 해석하면 지나친 오독(誤讀)일까, 라 쓴 글(경향신문 2016년 9월 6일 수록 박구재 기획·문화에디터 글 '부끄럽지 아니한가')을 읽었다.


물론 그렇게라도 해서 중요한 깨달음이 전달된다면 좋을 것이다. '덕혜옹주' 논란을 계기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리얼리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로 많은 의견이 몰렸다. 동의하지만 리얼리티에 충실한 영화든 문학적 상상력에 치우친 영화든 관람 이후가 중요하다. 역사적 기록과의 대조를 통해 공부하고 생각해 마인드 맵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얼리티에 충실한 영화를 보았다 해도 관련 지식들과 연결지어 정리해 완성된 형태로 갈무리해 두지 않으면 단순히 일회성의 문화적 소비를 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문학적 상상력에 초점을 둔 영화는 구구하게 말해 무엇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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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이 산 물 속 유충 석삼 년의 시간은
산 목숨이 아니다
내게 날개 없는 천일보다
날개 달린 하루가 위안으로 빛난다...“(‘모차르트의 날개’)란 감동적인 시를 쓴 한이나 시인. 그에게는 ‘나비. 꽃이 되다’란 시도 있다.

 

”고요하여라, 질곡 앞의 생
겨우내 땅 속 어둠에 납작 엎드려
날개를 얻기까지 벌레였을 그...“

 

모두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하현 달빛 아래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들이
옷을 입는다
우화등선(羽化登仙)하는 저 나비들 좀 봐“란 ‘남한산성.2’에서도 우화등선하는 나비 이야기를 풀어놓은 시인.

 

하지만 시인이 오랜 기다림 끝의 우화(羽化)나 비상(飛上)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열정의 한철 비상을 꿈꿨던
한 생애의 꿈을 접고
키 큰 나뭇가지 끝에서 오래 견디다가
끝내 뛰어내리고야 마는
낙하,...“란 말도 시인은 한다.(‘낙우송落羽松)

 

‘모차르트의 날개’와 ‘나비. 꽃이 되다’는 위로로 받고 ‘낙우송’은 격려로 받으면 되지 않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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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전체를 주목하기보다 영감을 주는 몇몇 오브제들에 주목해 자유로운 글을 쓰는 읽기를 하고 싶다. 어제 광화문 교보문고 아트 스페이스에서 본 강요배(姜堯培: 1952 - ) 화가의 ‘적벽’, ‘입동 - 초승’, ‘산정(山頂)의 달’ 등의 작품을 보며 하게 된 생각이다. 몇몇 작품들만을 보았기에 단언할 수 없지만 나는 그의 그림들에서 신비스럽고 상징적인 화법을 보았다.(오브제는 예술 작품으로 대할 때 의미를 지니는 사물이지만 내가 여기서 쓴 오브제란 말은 글쓰기를 염두에 두고 대하는 소재들을 의미한다.) 신비와 상징은 핵심적인 부분에 주목해야 제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드러냄과 감춤이 적절한 긴장을 이룰 때 나타나는 것이기도 할 터이다. 자료를 찾다가 내 나이 무렵의 화가를 인터뷰한 지난 2004년의 기사를 읽었다. 그의 작업실에는 ‘주역’에서부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까지 고루 갖춰져 있다고 한다. 그 책들이 화가의 작업 공간에 놓인 것은 화가가 그 책들의 내용을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들로부터 영감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나도 이런 길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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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끝난 출판 강의 중 책 제목 설정 부분에서 ‘나는 한국에서 어른이 되었다‘란 책이 거론되었다. 이 책의 원제는 ’Brother one cell‘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미국 청년이 대마관리법 위반으로 하게 된 교도소 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중요한 것은 세포, 전지(電池), 벌집의 방 외에 수도원이나 교도소의 독방 등을 의미하는 cell이란 단어에 대한 해석이다. 교도소 생활을 그린 책이니 cell은 당연히 교도소의 독방을 의미하지만 나는 cell이 중의적으로 쓰인 표현이 아닌가 싶다. 즉 그 미국인 영어 강사에게 교도소가 수도원의 독방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싶은 것이다. 다짐 만큼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나는 내 방에서 서서 책을 읽으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이 돌아다님을 불교에서 말하는 걷기 명상 즉 경행(經行)이라 할 수 있다. 수도원 생활이 이렇게 소란스럽지는 않겠지만 나는 내 방을 수도원의 독방으로 여긴다. 봉쇄(封鎖) 수도원이 아닌 일반 수도원의 방...인생을 여전히 배우고 수행하는 곳이라 생각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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