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전체를 주목하기보다 영감을 주는 몇몇 오브제들에 주목해 자유로운 글을 쓰는 읽기를 하고 싶다. 어제 광화문 교보문고 아트 스페이스에서 본 강요배(姜堯培: 1952 - ) 화가의 ‘적벽’, ‘입동 - 초승’, ‘산정(山頂)의 달’ 등의 작품을 보며 하게 된 생각이다. 몇몇 작품들만을 보았기에 단언할 수 없지만 나는 그의 그림들에서 신비스럽고 상징적인 화법을 보았다.(오브제는 예술 작품으로 대할 때 의미를 지니는 사물이지만 내가 여기서 쓴 오브제란 말은 글쓰기를 염두에 두고 대하는 소재들을 의미한다.) 신비와 상징은 핵심적인 부분에 주목해야 제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드러냄과 감춤이 적절한 긴장을 이룰 때 나타나는 것이기도 할 터이다. 자료를 찾다가 내 나이 무렵의 화가를 인터뷰한 지난 2004년의 기사를 읽었다. 그의 작업실에는 ‘주역’에서부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까지 고루 갖춰져 있다고 한다. 그 책들이 화가의 작업 공간에 놓인 것은 화가가 그 책들의 내용을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들로부터 영감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나도 이런 길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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