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혜옹주'가 역사 왜곡 논란을 낳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한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그 분은 역사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답을 했다. 하지만 기록에 없는 내용을 단편적인 에피소드 수준을 넘어 중요하게 다루었다면 왜곡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학적 상상력이 문제이다. 알려지지 않은 빈 곳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메우는 것은 없어서는 안 되지만 정도의 문제이다. 문학적 상상력을 결여한 역사는 무미건조할 뿐만 아니라 독자를 진실의 자장으로 끌어들이는 호소력을 얻기도 어렵다(2016년 8월 30일 교수신문 수록 '500여 명의 肉聲 … 역사가 문학적 상상력과 만났을 때')고 말하는 분('쇼와 육군'의 저자인 국문학자 정선태 교수)도 있다.


덕혜옹주가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저는 조선의 옹주 덕혜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다는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럽고 죄스럽습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우리에겐 돌아갈 고향이 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십시오.”라고 연설하는,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장면을, 국권을 지켜내지 못해 망국에 이르게 한 조선의 황녀로서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마땅히 부끄러워하고 사죄해야 했다는 뜻에서 넣은 연설 장면이라고 해석하면 지나친 오독(誤讀)일까, 라 쓴 글(경향신문 2016년 9월 6일 수록 박구재 기획·문화에디터 글 '부끄럽지 아니한가')을 읽었다.


물론 그렇게라도 해서 중요한 깨달음이 전달된다면 좋을 것이다. '덕혜옹주' 논란을 계기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리얼리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로 많은 의견이 몰렸다. 동의하지만 리얼리티에 충실한 영화든 문학적 상상력에 치우친 영화든 관람 이후가 중요하다. 역사적 기록과의 대조를 통해 공부하고 생각해 마인드 맵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얼리티에 충실한 영화를 보았다 해도 관련 지식들과 연결지어 정리해 완성된 형태로 갈무리해 두지 않으면 단순히 일회성의 문화적 소비를 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문학적 상상력에 초점을 둔 영화는 구구하게 말해 무엇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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