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X’라는 흥미로운 이벤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태어나는 용어들 중 하나인가 했지만 그것은 아니다.

저자가 누구인지, 제목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소설의 첫 문장 정도와 (참여한 세) 출판사 이름만을 공개해 독자로 하여금 책을 사전 정보 없이 선택하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또는 블라인드 데이트이다.

사전 정보가 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선입견이나 고정 관념을 배제할 수 있게 하는 장치라 할 만하다.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책을 포장하는 출판사 직원들은 힘이 들었을 것이고 독자들은 기대 속에 D 데이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어떨까? 잘 팔리는 작가들은 자신의 책이 정보가 완전 공개되었을 때보다 덜 팔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할까?

같은 차원에서 예상 외로 책이 잘 안 팔린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은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 생각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할까?

소설 독자들의 경우 평소 자신이 싫어하는 저자의 책을 고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이 데이트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집도 대상에 포함된다면 좋겠다 싶지만 대부분 시들은 문예지 등에 발표되는 것들을 모으기에 부지런한 독자들은 알아차릴 것이다.

그러니 발표 안 된 시들을 일부 공개한다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문학 작품을 넘어 인문이나 자연과학 등의 저서도 일부 그렇게 한다면 어떨지?

소설에 대한 흥미가 별로 없는 나는 인문이나 과학 서적들을 상대로 전기한 소설의 경우 같은 현상을 연출할 수도 있겠다. 난감함을 느끼든 신선한 충격을 느끼든 새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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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7-04-03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재밌어 보입니다 저도 다른장르의책도 했으면 좋았을것같습니다 근데 그러면 흥행이 안됐겄죠

벤투의스케치북 2017-04-03 06:08   좋아요 0 | URL
네. 흥미로운 이벤트라 생각합니다.. 흥행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지요... 고맙습니다...
 
슈퍼인간의 탄생 - 우리도 슈퍼맨이 될 수 있다
마사히코 이나미 지음, 최승규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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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미채(迷彩)를 개발한 마사히코 이나미 교수의 책이라는 점만으로도 큰 관심이 갑니다. SF도 아니고 미래예측서도 아닌 상상이 실현된 과학의 현재를 보여준다는 설명이 눈길을 끕니다. 뇌과학, 인공 지능, SF 등을 망라하는 총체적 지식의 집합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꼼꼼한 논리와 엄밀한 과학 지식의 구사에 초점을 두고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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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간: 2017년 4월 9일까지
2. 당첨자 발표: 4월 11일(당첨자는 <당첨자 발표>에 게시합니다)
3. 모집인원: 5명
4. 참여방법:
   알라딘의 『슈퍼인간의 탄생』 책정보에서 기대평을 써주신 후
   아래의 서평단 지원을 클릭하신 후 작성하여 제출하시면 됩니다.
5. 당첨이 되신 분은 책을 받으신 후, 서평을 쓰시고

   <당첨자 발표>에 스크랩url을 메일이나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보내실 곳: bookview@sechangp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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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110층에서 내려다본 시선은 도시의 모든 곳을 다 볼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의 시선이며 그것은 관음증적인 신의 시선이다.

철학자 박영욱 교수가 ‘필로 아키텍처‘에 인용한 프랑스 철학자 미셀 세르토의 말이다. 흥미를 자극하는 논쟁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철학자가 건축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책에서 신을 관음증적인 존재로 묘사한 내용을 만나는 것은 희귀한 일이다.
신을 관음증적인 존재로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문학평론가 도정일 교수가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에서 한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시각 쾌락의 원칙은 태초부터 하느님의 것이다. 하느님이 자신의 이미지를 따서 아담과 이브를 만들었을 때 그가 거둔 첫번째 성과는 시각적 즐거움(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이다.

두 남녀가 추락하고 부끄러움을 알게 되고 거적때기로 알몸을 가렸을 때 하느님이 진노한 이유는 그의 시뮬레이션에 발생한 변화가 그의 시각적 즐거움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이 박탈은 인간 추방의 충분한 사유가 된다.(‘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199 페이지)

관음증은 오래 전부터 미술, 문학, 정신분석 등의 주요 소재가 되어왔다. 그 관련 자료들을 충분히 둘러본다 해도 신이 관음증적인 존재인지를 해명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것이다.

다만 슬퍼하고 진노도 하고 후회도 하는 희로애락의 존재인 신을 관음증적인 존재로 볼 여지는 충분할 것이다. 어떤 분야의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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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일화 가운데 씨 뿌리는 비유가 인상적이다.
붓다는 자신을 신앙이라는 씨앗을 뿌려 이해라는 쟁기와 부드러움이라는 채찍으로 밭을 가꾸어 불생불사의 열매를 맺게 하는 농부에 비유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우리나라 정치는 심경(深耕)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심경은 땅을 깊이 갈아 엎은 뒤 해야 하는 것일 테다.

같은 맥락에서 책 읽는 것은 씨 뿌리는 것에 비유될 수 있고 글 쓰는 것은 수확에 비유될 수 있다.

씨를 잘 뿌린다고 해서 수확이 반드시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씨를 잘 뿌리지 못하면 절대 만족스러운 수확을 얻을 수 없다.

지금은 계절로도 봄이고 나 개인적으로도 많은 의미 있는 것들을 수행해야 하는 때이다.

정권교체를 넘어 근본적인 사회변혁을 이뤄내기에도 적격인 때이기에 정치적으로도 봄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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