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X’라는 흥미로운 이벤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태어나는 용어들 중 하나인가 했지만 그것은 아니다.
저자가 누구인지, 제목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소설의 첫 문장 정도와 (참여한 세) 출판사 이름만을 공개해 독자로 하여금 책을 사전 정보 없이 선택하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또는 블라인드 데이트이다.
사전 정보가 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선입견이나 고정 관념을 배제할 수 있게 하는 장치라 할 만하다.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책을 포장하는 출판사 직원들은 힘이 들었을 것이고 독자들은 기대 속에 D 데이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어떨까? 잘 팔리는 작가들은 자신의 책이 정보가 완전 공개되었을 때보다 덜 팔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할까?
같은 차원에서 예상 외로 책이 잘 안 팔린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은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 생각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할까?
소설 독자들의 경우 평소 자신이 싫어하는 저자의 책을 고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이 데이트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집도 대상에 포함된다면 좋겠다 싶지만 대부분 시들은 문예지 등에 발표되는 것들을 모으기에 부지런한 독자들은 알아차릴 것이다.
그러니 발표 안 된 시들을 일부 공개한다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문학 작품을 넘어 인문이나 자연과학 등의 저서도 일부 그렇게 한다면 어떨지?
소설에 대한 흥미가 별로 없는 나는 인문이나 과학 서적들을 상대로 전기한 소설의 경우 같은 현상을 연출할 수도 있겠다. 난감함을 느끼든 신선한 충격을 느끼든 새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