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 나는 출근하지 않고, 퇴직하지 않는다
강래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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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해설사 입문 단계에 들어선 내 상황 때문이다. 물론 나는 강사와 해설사가 어떤 차이들을 갖는지 헤아려 말할 여력이 없다. 강사는 어느 정도 나이도 있어야 하고 경험이 있어야 한다. 경험을 인식으로 연결짓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저자는 경제적 이유만으로 강사라는 직업을 택하고자 한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의 시간을 말한다. 양적인 시간이 크로노스라면 질적이고 효율적인 시간이 카이로스이다. 성실이 전부가 아니다. 특별한, 임팩트 있는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일에서도 그렇고 독서에서도 그렇다.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은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쓸모 없는 지식(obsoledge: 시대에 뒤떨어진, 무용한 등을 의미하는 obsolete와 지식을 뜻하는 knowledge의 결합어)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재학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평생 학습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사에게 필요한 과제라 하기보다 그래야 할 수 있는 직업이 강사라 해야 타당할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휴식은 지난 시간의 보상이자 앞선 시간의 준비다. 역시 강사에게 잘 맞는 말이다. 직장인은 마음껏 쉴 수 없다. 강사는 쉴수록 더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가변적이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하게 변했고 점점 가중될 것이다. 저자는 관성(慣性)처럼 걷는 길이 아닌 좋아해서 가는 길을 주문한다. “길이 있다고 무작정 따라가지 말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스스로 만들어보자.”(44 페이지)

 

강사는 존재감을 보장받는다. 저자는 같은 말을 해도 귀로만 들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눈을 감으면 듣는 이의 머릿 속에 이미지가 살아 움직여 가슴이 쿵쾅거리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강의라고 한다.(61 페이지)

 

본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떤 강사가 강의 후 80여명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 중 대여섯 명에게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요즘 추세는 쉽게 해결하고 어려운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강사 이야기를 하는 책의 서평에서 하기 그렇지만 책으로 읽고 해결하려는 나 같은 사람에게 강의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물론 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얼마든지 있고 본문을 통해 알 수 있듯 회사에서 강제적으로 듣게 하는 강의나 공무원 연수 차원에서 마련하는 강의 등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들은 내용이 이해가 안 가면 스스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다. 강사에게 피드백을 접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시대에 적당히 알고 강의하는 것은 셀프 디스와 같다.(78 페이지) 강사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강사는 공부를 해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직업이기에 자연스럽게 뇌섹남, 뇌섹녀가 된다.

 

강사에 대한 평가는 강의 내용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강의를 위해 교섭하는 것도 평가의 기준이 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강의 후의 모습도 중요하다. 강사에 대한 평가는 청중의 느낌이 결정한다. 느낌 중에서 강의 내용이 가장 비중이 크지만 전부는 아니다.(90 페이지) 작은 행동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91 페이지)

 

저자는 강사도 감정노동자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109 페이지) 저자는 강사도 프리랜서라 말하며 프리랜서는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롭지만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 말한다.(116 페이지) 강사는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무심해서는 안 된다.(118 페이지) 강사는 유연해야 한다.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면 성장이 없다. 멘토를 필요로 하는 세상이지만 멘토들도 새로운 도움이 필요한 시대이다. 후회는 말하는 데서 오고 지혜는 듣는 데서 온다. 생각과 감정의 차이에도 논쟁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훨씬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125 페이지)

 

강사도 게이트키퍼(gatekeeper: 뉴스나 정보의 유출을 통제하고,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결정권자) 역할을 한다. 객관적이어야 하고 윤리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까지 교육 시장은 레몬 마켓(lemon market)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레몬 마켓은 구입 해서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품질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불량한 시장을 말한다.

 

최근에는 전문 강사 위주의 피치 마켓(peach market)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피치 마켓은 가격 대비 고품질의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으로 겉과 속이 모두 탐스러운 시장을 의미한다.(150 페이지) 저자는 강사로서 철학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돈보다 인연이라는 원칙, 진심을 다한다는 원칙으로 강사 일을 해왔다고 말한다.

 

아무나 강의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되며 역시 강의를 할 만한 사람이 강의를 한다는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 교육생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강사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감성적 투자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161 페이지)

 

저자는 강사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고생한 경우이다. 처음에는 가장 역할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는데 정작 본인만 자신의 외모와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스포트라이트 효과라고 한다. 이는 강사들에게도 해당하는, 경계해야 할 심리이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지만 원판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 있는 태도로 대신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외화내빈보다 탄탄한 내실을 기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보기에 좋은 인상을 주려면 웃는 것이 최고다.(174 페이지)

 

강사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강사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밑천이다.(180 페이지) 차별화된 내용을 차별화된 방법으로 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할 수 있는 강의가 무엇인지, 없다면 무엇을 배워서 강의할 것인지, 배운다면 배우기 쉬운 내용을 선택할지, 시장의 수요가 많은 것을 선택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또한 시장의 수요가 있다고 해도 베스트셀러인지 스테디셀러인지 따져봐야 한다.(183 페이지) 잘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와 같은 일직선상 내용 전개나 유명한 책을 요약하는 식의 설명식 강의는 곤란하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 감정을 담아야 한다. 본문에 나오는 여러 심리학 용어들 중 내 경험과 관련해 관심을 자극하는 것은 스머페트의 법칙(Smurfette principle)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시인이자 여성 학자인 카사 폴리트(Katha Pollitt: 1949 - )가 명명한 법칙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자인데도 미디어 속의 주요 캐릭터 중 여성은 한 명 뿐이다. 남성은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데 반해 여성은 남성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말에서 기인한 용어이다. 스머페트는 만화 영화 스머프에 나오는 한 명뿐인 어성 캐릭터이다.

 

이 부분을 설명하며 저자는 여성 강사들은 서비스와 이미지 메이킹, 웃음, 커뮤니케이션 등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남성들은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의 경우 주제나 대상 등에서 제한을 받는 일이 없다는 말을 한다.

 

지난 해 문화해설사 심화 과정 등록을 앞둔 시점에서 원장님과 통화를 했다. 당시 나는 남자인데다가 나이도 적지 않아 핸디캡을 느낀다는 말을 했었다. () 스머페트의 법칙을 우려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사리에 맞는 우려는 아니었던 듯 하다. 어디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내용을 차별화된 방식으로 전하는 것이리라.

 

그러려면 당연히 늘 공부하며 주기적으로 내용을 새롭게 하는 컨텐츠 업데이트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건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저자는 교육 특히 어린 아이가 아닌 성인을 가르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지적인 잠재력을 일깨워 스스로 삶에 또는 일하는 모습에 변화를 일으키도록 돕는다고 생각하기를 바란다.(189 페이지)

 

요즘은 나이가 많으면 진부하다고 해서 흠이 되는 경우도 있고 학력이나 경력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졌다. 연예인, 운동 선수, 작가, 평범한 시민이나 대학생에게도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관건은 주제의 명확성과 유익성이다.(191 페이지) 경험은 소재는 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주제일 수는 없다.(194 페이지)

 

강의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강의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상투적인 메시지는 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 중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을 도려낼 수 있는 아니오의 결단이야말로 교육생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 증 하나다. 재미의 시대, 내용의 시대를 지나 지금은 공감의 시대이다.

 

공감이란 청중의 생각과 느낌을 알고 반응하는 것이다.(203 페이지) 조리 있게 말하고 이해하기 쉽게 말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213 페이지) 강사는 내용을 잘 분류할 뿐 아니라 내용과 내용이 바뀔 때마다 요약과 전환을 잘 해주어야 한다.(214 페이지)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의외성, 명료성, 대비성, 구체성, 진실성, 감성 등이다. 강의는 사족(蛇足)은 생략해야 한다. 가르친다는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한다. 강의는 목적이 분명하고 시간 내에 얻고자 하는 목표가 명료하기 때문에 웃음이 그것을 뛰어넘을 수 없다.

 

놀이는 재미만 있으면 되지만 학습은 현실 속 상황과 연결하여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웃음이나 재미는 부수적 요소다.(223 페이지) 강의는 애드리브가 아니다. 애드리브는 섬광처럼 번뜩이는 말솜씨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은 괜찮지만 긴 시간을 지속하기는 불가능하다.

 

기존 1 시간 강의를 2 시간으로 늘리거나 2 시간 강의를 1 시간으로 줄이는 것 공히 새로 판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강사는 자기 자신부터 감동받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도 강사를 말 잘하는 사람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애드리브가 뛰어나도 강연 준비가 부족한 강사보다 애드리브가 부족해도 준비가 철저한 강사가 결국 강사로서 성공할 수 있다.(232 페이지)

 

듣는 사람이 남자인가 여자인가, 어떤 연령대인가, 몇 명이 듣는가, 직위나 직책은 어떤가, 학력은 어떤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초반 10분이 골든 타임이다.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은 더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뺄 것이 없는 상태라 말했다. 결론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자칫 밋밋한 마무리로 강의의 감동을 반감시키는 경우가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들어 줘서 고맙다거나 횡설수설 떠들어서 죄송하다는 식으로 끝내면 겸손해보이기보다 초라해 보일 수 있다.(243 페이지) 강의 내용을 적당히 준비하고 잘 배열하는 것은 기본이고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있다면 좋은 강의라고 할 수 있다.

 

청중을 학습의 주체로 끌어들이기 위한 센스도 발휘해야 한다.(244 페이지) 질문은 청중이 강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때도 사용하지만 참여를 이끌어낼 때 훨씬 효과적이다. 나와 결혼해 달라는 포러포즈처럼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264 페이지)

 

손은 가능하면 가슴과 허리선 안에서 움직인다. 가슴 위로 올리면 과장된 느낌이고 허리 이래로 떨어뜨리면 너무 잔잔하다. 뒷짐을 오래 지지 않는다. 양손을 만지작거리지 않는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다. 팔짱을 끼지 않는다. 손을 허리에 올리지 않는다. 요약할 때는 손가락을 사용해 중요 포인트를 다시 정리한다.(267, 268 페이지)

 

저자가 언급한 내용들을 하루 아침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즐기라는 말을 강조한다.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저자 역시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 내용에 만전을 기하며 항상 새롭게 보고 준비하고 듣는 이들을 고려/ 배려하는 자세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두고 두고 펼쳐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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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관련 강의를 주로 하는 강래경의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을 읽고 있다. 문화 해설사와 강사의 공명성 여부에 초점을 둔 채.
레몬 마켓과 피치(peach) 마켓, 스포트라이트 효과 등 심리학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저자가 심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용어들 중 내 현 위치와 관련해 관심 있게 접한 것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시인이자 여성 학자인 카사 폴리트가 명명한 스머페트의 법칙이다.

폴리트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자인데도 미디어 속의 주요 캐릭터 중 여성은 한 명 뿐이며, 남성은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고 여성은 남성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말을 했다.

스머페트는 만화 영화 ’스머프’에 나오는 한 명뿐인 여성 캐릭터이다. 지난 해 문화해설사 심화 과정 등록을 앞두고 원장님과 통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남자인데다가 나이도 적지 않아 핸디캡을 느낀다는 말을 했었다.

역(逆) 스머페트의 법칙을 우려한 것인데 지금 생각하니 그리 현명한 우려는 아니었던 듯 하다.
어디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내용을 차별화된 방식으로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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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역사를 뒤흔드는가!

눈이 뜨이고 입이 트이는 한국사 이슈 토크

《심용환의 역사 토크》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잊었을 때 그 피해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돌아오는지 생생히 경험한 오늘, 더는 모른다고 화난다고 외면할 수 없습니다. 위안부, 친일파, 식민지 근대화론, 뉴라이트, 이승만, 박정희, 부풀려진 고대사… 이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에 대해 정확히 알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꽉 막힌 역사 논쟁을 뻥 뚫어줄 사이다 토크 배틀, 《심용환의 역사 토크》에서 의견이 갈리는 주요 근현대사 이슈들에 대해 펼쳐지는 심용환표 역사 썰전을 만나보세요.



근현대사 쟁점에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책으로 ‘읽는 토크쇼’를 마련해보았습니다. 저자를 대변하는 ‘심 선생’과 각 논의 주제에 걸맞은 상대가 관련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비슷한 입장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미처 몰랐던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견해 차이를 확인하며 다소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잘 요리된 역사 지식을 전달하고자 기존의 역사책에서는 많이 쓰지 않는 대화 형식을 빌려 책을 구성했는데,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역사적 지식과 견해를 글로 명쾌하게 정리해서 독자에게 전달한 이전 책과 달리,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대화를 상정하고 상대를 설득하며 이해시키는 쌍방향적 글쓰기는 제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상황과 논리, 이론과 설득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대화 형식은 역사에 대한 자기 생각을 더 날 서게 벼를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역사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는 취지를 드러내는 데도 유용하다 생각합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감정이 드러나 치우치기 쉬운데, 그러면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각과 논리를 날카롭게 가다듬어 대화를 이끌어가도록 했습니다. 또 대화 형식이지만 충분한 지식을 대화 속에 녹여 내어 읽는 맛은 살리고, 그래도 부족한 배경지식은 강의록으로 실어 쟁점에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자, 대화를 통해 소통해봅시다!

- 저자 심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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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이나 창덕궁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라고만 알았던 경희궁을 직접 만난 것은 문화해설 공부가 인연이 되어서이다.

현재 경희궁은 강북 삼성병원과 서울역사박물관 사이에 흔적(터)만으로 존재한다. 문화재청이 아닌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다. 궁이 아닌 공원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경희궁은 정조(正祖)가 즉위한 숭정전(崇政殿)을 정전(正殿)으로 하던 궁궐이었다. 숭정전에서 즉위한 정조는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숭정전은 일제 강점기인 1926년 중구 필동으로 옮겨진 이래 현재 정각원(正覺院)이란 법당으로 쓰이고 있다.

폐사지에서 많은 이야기 거리를 건질 수 있듯 궁지(宮趾)에서도 많은 사연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 저자는 택시를 타고 경희궁에 가자고 하면 기사 열 사람 중 일곱은 고개를 갸웃한다고 한다.(장세이 지음 ‘서울 사는 나무’ 153 페이지)

한 나무 전문가는 일제에 의해 철저히 뜯겨나간 경희궁(慶熙宮) 터에 들어서면 쓸쓸함이 극대화되다가 마음이 정리되고 위로 받는 느낌이 들곤 한다고 말한다.(김은경 지음 ‘정조, 나무를 심다’ 37 페이지)

누군가는 우리에게는 궁궐과 같은 특정 영역(營域)에 나무를 심으면 곤란할 곤(困)의 형상이 되어 나무를 심지 않는 터부 같은 것이 있었다는 말을 한다.

물론 그렇다고 궁궐에 나무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경희궁은 어땠고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시연(試演) 부담 때문에 확인하지 못한 경희궁의 실상을 곧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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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쾌감을 준다. 직접 금기를 위반하기라도 하는 듯 하기 때문이다. 금기, 하면 구약 성경이 먼저 생각난다.

기독교에는 대표 종교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이해못할 구석들이 많다. 구약 성경의 금기 중 돼지 고기 금기와 피 금기가 유명하다.

돼지 고기 금기는 신명기 14장 8절에 근거한 것으로 ˝돼지는 굽은 갈라졌으나 새김질은 못하므로 너희에게 부정하므로 너희는 이런 것의 고기를 먹지 말 것이며 그 사체도 만지지 말 것이라˝란 말이 그것이다.

피 금기는 레위기 17장 14절에 근거한 것으로 ˝모든 생물은 그 피가 생명과 일체라....너희는 어떤 육체의 피든지 먹지 말라 하였나니 모든 육체의 생명은 그것의 피인즉 그 피를 먹는 모든 자는 끊어지리라˝란 말이 그것이다.

최근 우연히, 그리고 뒤늦게 최창모 교수의 ‘금기의 수수께끼‘란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돼지 고기 및 피를 먹지 말라는 금기가 왜 생겨난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내가 궁금한 것은 구약의 율법은 폐했기에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일반 기독교인들의 말과 상관 없이 그런 금기가 나온 실제적 배경이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내세운 돼지 고기 식용 금지에 대한 설명이 마빈 해리스의 설명과 다르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돼지 고기 식용 금지에 대한 위생 이론, 토템 이론, 신의 음식 이론, 분류학 이론, 환경 이론이 설명하는 내용은 다 다르다.

‘성경 밖에서 길 찾기‘란 부제를 붙일 만한 책이 ‘금기의 수수께끼‘이다.

물론 요즘 이런 내용에 어떤 사람들이 흥미를 보일지 의문이다. 금기는 사회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내면과 관계된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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