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이나 창덕궁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라고만 알았던 경희궁을 직접 만난 것은 문화해설 공부가 인연이 되어서이다.
현재 경희궁은 강북 삼성병원과 서울역사박물관 사이에 흔적(터)만으로 존재한다. 문화재청이 아닌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다. 궁이 아닌 공원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경희궁은 정조(正祖)가 즉위한 숭정전(崇政殿)을 정전(正殿)으로 하던 궁궐이었다. 숭정전에서 즉위한 정조는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숭정전은 일제 강점기인 1926년 중구 필동으로 옮겨진 이래 현재 정각원(正覺院)이란 법당으로 쓰이고 있다.
폐사지에서 많은 이야기 거리를 건질 수 있듯 궁지(宮趾)에서도 많은 사연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 저자는 택시를 타고 경희궁에 가자고 하면 기사 열 사람 중 일곱은 고개를 갸웃한다고 한다.(장세이 지음 ‘서울 사는 나무’ 153 페이지)
한 나무 전문가는 일제에 의해 철저히 뜯겨나간 경희궁(慶熙宮) 터에 들어서면 쓸쓸함이 극대화되다가 마음이 정리되고 위로 받는 느낌이 들곤 한다고 말한다.(김은경 지음 ‘정조, 나무를 심다’ 37 페이지)
누군가는 우리에게는 궁궐과 같은 특정 영역(營域)에 나무를 심으면 곤란할 곤(困)의 형상이 되어 나무를 심지 않는 터부 같은 것이 있었다는 말을 한다.
물론 그렇다고 궁궐에 나무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경희궁은 어땠고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시연(試演) 부담 때문에 확인하지 못한 경희궁의 실상을 곧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