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궁중문화축전(2017년 4월 28일 - 5월6일) 프로그램의 하나로 왕과 왕비가 상궁과 나인, 호위무사들을 거느리고 산책하는 왕가의 산책 재현 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2017년 4월 29일 - 5월 6일)

화려한 향연이 펼쳐질 듯 하다. 문화해설 공부를 하는 입장으로서는 꼭 보아야 할 이벤트이고 역사지리학자 이현군이 말했듯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는 역사(공부)의 공허함을 보완할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이현군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지리 답사라는 말을 했다.)

자하문로의 청운문학도서관과 인근한 윤동주문학관을 찾으려는 계획은 잠시 미루더라도 꼭 참여해야겠다. 자꾸 자료로만 향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역사적 현장에 입회한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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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교향악 축제 시간에 티에라 피셔가 지휘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1악장: E minor)을 들으며 ‘아, 이 곡이 이렇게 마음을 흔들다니..‘란 생각을 했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이 기억하기 좋은 곡이기보다 마음을 끄는 곡이라면 5번은 기억하기도 비교적 쉽고 마음을 끄는 곡이기도 하다.

음악 기억은 조성과 관계가 깊다. “옥타브에 들어 있는 열두 개의 반음은 우리의 기억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많아서 한 번 다 사용하면 혼란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가운데 일곱 음을 선별해서 장음계와 단음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음의 개수가 줄어들면 음악을 기억하기가 한결 수월해지며 많은 장점이 있다.”(존 파웰 지음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189 페이지)

작곡과 물리학을 전공한 파웰에 의하면 장음계는 우리의 오랜 친구인 5음 음계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두 음을 추가해 모두 일곱 음으로 구성된다.
단음계는 장음계에서 두 음을 빼고 이를 원래의 열두 음 중에서 관계성이 떨어지는 다른 두 음으로 바꾼 것이다.(195, 196 페이지)

이제는 전 세계 대부분의 음악 체계가 일곱 음을 사용하지만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사용해온 거의 모든 음악 체계는 옥타브에서 다섯 음만 사용하는 음계를 바탕으로 했다.(169, 170 페이지)

표준인 5음 음계가 계속해서 듣기 좋은 화성을 이루는 것은 반음 음정이 없기 때문이다.(170. 171 페이지)

장음계는 한 음을 고른 후 그것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여섯 음을 서로 잘 어울리게 구성하는 것이다.(200 페이지)

단음계의 경우 같은 음들로 시작했다가 언제부터인가 음 하나가 슬쩍 달라진다.(206 페이지)

E minor 곡들은 내가 즐기는 곡들 중 하나이다. 브람스 교향곡 4번(1악장, 4악장),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엘가 첼로 협주곡,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1악장), 쇼팽 프렐류드 op 28 - 4, 녹턴 op 72 –1,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1악장, 4악장), 바흐 B minor 미사, 말러 교향곡 7번(1악장 중간부)...

물론 조성은 고정적이지 않다. 말러 7번의 경우 B minor로 시작했다가 E minor로 변한 뒤 C major로 끝난다. 변화가 생명이리라.

당분간이라도 작곡가나 연주자 또는 지휘자에 초점을 두고 음악을 듣는 것을 그치고 key에 중점을 두고 음악을 듣고 싶다. minor 곡들간의 차이, major 곡들간의 차이도 헤아리면서...

내가 어떤 key를 가장 좋아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E minor 곡은 여성적(effeminate), 사랑(amorous), 슬픔 (plaintive) 등으로 설명이 가능한 곡이다....

plaintive이란 단어가 contemplative(명상, 사색)로 들리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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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심리학 - 그리스부터 북유럽 신화까지
리스 그린.줄리엔 샤만버크 지음, 서경의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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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심리학의 대가인 두 저자(리즈 그린, 줄리엣 샤만버크)가 쓴 ‘신화로 읽은 심리학’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의 시작은 가족이며 오이디푸스는 정신분석 상담실에만 갇혀 있지 않으며 삼각관계는 인류의 기록 문화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책은 1부 모든 것의 시작은 가족이다, 2부 홀로 선다는 것, 3부 사랑에 관하여, 4부 지위와 권력, 5부 인생의 통과의례 등으로 구성되었다.

저자들은 가족의 원형은 쉽사리 변하지 않겠지만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외부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우리의 내면을 바꿀 수는 있다고 말한다. 두 저자는 결혼 생활이 불행하여 그 속에서 아무런 기쁨도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운명적인 만남을 갈구하는 아버지가 있다면 그 운명을 딸에게서 찾으려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25 페이지)

심리학 책들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가족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말을 한 한스 요아힘 마즈의 말(‘릴리스 콤플렉스’ 참고)을 들을 만하다.

두 저자에 의하면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딸의 첫사랑이다. 아버지는 어린 딸의 모습에서 자신이 꿈꿔 왔던 최고의 아름다움과 젊음을 본다. 이는 결코 추한 일이 아니며 자연스럽고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불행하여 그 속에서 아무런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운명적인 만남을 갈구하는 아버지가 있다면 그 운명을 딸에게서 찾으려 할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술과 희열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아들 오이노피온이 딸 메로페를 사랑하는 오리온이란 사냥꾼에게 도저히 이루기 어려운 목표를 과제로 제시하는 신화 이야기와 함께 제시된 부분이다. 딸이 최상의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고집하는 아버지의 소망 이면에는 딸에 대한 은밀한 소유욕이 감춰져 있다고 두 저자는 말한다.

마즈의 말을 이야기했지만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병리적인 현상은 일반적인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테세우스와 히폴리투스 편에서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적개심이란 말이 나온다. “아들이 자기보다 뛰어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세월의 무상함과 젊음만을 추구하는 세태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또한 너무도 친한 아내와 아들 사이를 시샘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와 지지는 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들을 신뢰하고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31 페이지)

저자들은 구약 성경의 카인 아벨 이야기를 종교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연약한 아이와 강력한 그리고 불공정한/ 편애하는 부모 관계로 카인 아벨 이야기를 설명한다.

잘 알려졌듯 라이오스는 오랫 동안 자식이 없자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신탁을 받는다. 아내 이오카스테에게서 태어난 아들에 의해 죽음을 당할 운명이라는 말을 들은 라이오스는 아내 이오카스테를 멀리 떠나보내려 한다. 분노한 이오카스테는 남편을 취(醉)하게 한 뒤 품에 안아 아이를 갖게 된다.

라이오스가 아이를 유모에게서 빼앗아 산에 데려간 뒤 아이의 발등에 못을 박고 죽게 내버려둔다. 오이디푸스는 부어오른 발이라는 의미이다. 라이오스 가문은 죄 많은 가문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라이오스 가문과 같은 잔인하고 끔찍한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가족끼리 심리적으로 타격을 주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소통 거부의 독단으로 인한 결과이다.

라이오스가 신탁을 잘 받아들이지 않았듯 아들 오이디푸스도 신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리라는 경고를 듣고 신의 예언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코린트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버지에게서 버려졌으나 코린트 목동의 눈에 띄어 목숨을 건진 뒤 코린트 왕의 양자가 되어 왕위 상속자로 지내던 시절이었다.

2부 홀로 선다는 것에서 저자들은 에덴 동산 신화를 논한다. 아담이란 땅을 뜻하고 하와는 생명을 뜻한다.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 살기 위해 일을 하고 부모가 된다.(97 페이지) 아담, 하와의 실낙원은 상실과 독립 등의 키워드로 해석할 수 있는 우리 삶의 은유이다.

저자들은 부처의 출가도 논한다. 싯다르타(출가 전 왕자 시절의 이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운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부모는 적절한 시기에 아이를 떠나보내야 한다.(106 페이지)

저자들은 켈트 신화의 성배 전설인 페레두르(Petedur) 이야기를 논하며 어린 페레두르가 세상 속으로 나가 성인이 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통과의례의 관점으로 페레두르는 설명이 가능하다. 성배(聖杯) 이야기는 신화적인 요소는 물론 켈트, 게르만, 중세 프랑스의 문화가 녹아 있다. 또 모험, 상실, 다툼, 동정, 구원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성배는 다산의 상징에서부터 구원의 상징까지 다양하게 해석된다.(144 페이지)

저자들은 우리는 때가 되면 아이들이 세상 속으로 나가서 우리가 줄 수 없는 것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113 페이지) 신화에서 영웅은 편안한 곳을 떠나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다.(123 페이지) 이상을 위해서 우리는 선과 미를 원하지만 이상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이룰 수 없는 것이다.

환상의 세계에 너무 오래 머문다면 바깥 세상에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상과 현실 감각을 모두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지금 이곳에서 이루어지며 우리의 본모습은 현실 속의 나에게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129 페이지) 저자들은 4000년 전의 바빌로니아의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를 세상의 역경에 맞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 같은 작품으로 설명한다.(130 페이지)

자기의 잠재력을 깨닫고 세상의 도전에 맞서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삶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이다.(135 페이지)

핀란드 서사시 '칼레발라(Kalevala)'의 영웅 베이네뫼이넨(Vainamounen)은 신비로운 존재이지만 인간으로서 우리와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 그는 부적의 힘을 통해 원하는 여인을 손에 넣으려 한다. 종국에는 여인이 아니라 부적 자체가 더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베이네뫼이넨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좇다가 곧 다른 것에 끌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139 페이지)

3부 '사랑에 관하여'에서는 사랑을 거부하는 이야기, 치명적인 삼각관계, 결혼의 실체 등이 이야기된다. 실패한 사랑의 주인공은 에코와 나르키소스이다. 나르시시즘의 기원인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상대방을 보지 못하고 이제껏 사랑받아 온 과거에만 도취되었다. 상대방이 아무리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줘도 마음의 공허가 물밀듯 몰려오면 상대방을 잔인하게 몰아치기 마련이다.

나의 참모습을 상대방에게 들킬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에코는 자기가 꿈꾸는 이상과 사랑에 빠졌다. 건강한 자존감을 갖지 못하면 큰 상처를 받기 쉽다. 에코의 복수는 더 큰 슬픔을 불러왔을 뿐이다. 그녀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분노에 갇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스러졌다. 에코와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는 모든 실패한 연인들의 이야기나 마찬가지다.(166 페이지)

저자들은 북유럽 신화의 게르다와 프레이르 이야기를 통해 상대방의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장벽은 허물어지고 진정한 사랑이 싹틀 수 있다고 말한다.(201 페이지) 프레이르가 게르다의 마음을 얻은 것은 마법 무기도 황금사과도 아름다운 반지도 아니었다. 외로움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을 공략해 성공한 것이다.

4부 지위와 권력에서는 미노스 왕과 황소가 주목할 만하다. 미노스 왕의 이야기는 오이디푸스 이야기 만큼이나 드라마틱하고 교훈적이다. 제우스와 에우로페 사이에서 세 아들이 태어난다. 에우로페에게 연정을 품은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가 에우로페와 결혼하고 세 아들을 양자로 맞는다.

아스테리오스가 죽자 왕위를 두고 형제간 다툼이 벌어진다. 장자인 미노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계시를 보여달라고 기도한다. 포세이돈은 미노스가 왕위를 잇는 것이 신의 뜻임을 증명하기 위해 바다에서 황소를 보내겠다고 약속한다. 미노스는 왕권이 포세이돈에게서 온 것임을 인정하는 증표로 황소를 다시 신에게 바치겠다고 한 뒤 지키지 않았다.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를 바다에서 올라온 황소에게 정신 없이 빠져들게 했다. 파시파에는 장인 다이달로스의 도움으로 불타는 욕정을 해소했다. 다이달로스는 나무로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암소를 만들었고 파시파에는 이 나무 암소에 몸을 숨겼다. 황소는 가짜 암소에 속아 파시파에와 정을 통했다.

이 비정상적인 결합으로 태어난 인물이 미노타우로스이다. 미노스는 이 수치스러운 괴물을 숨기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는 거대한 미로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매년 아테네에서 아홉 명의 소년과 소녀를 잡아와 미노타우르스의 먹이로 주었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끔찍한 저주로부터 크레타를 해방시킨다. 이 이야기에서는 아리아드네의 실이 유명하다. 또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란 오페라가 나왔다.

5부 인생의 통과제의에서는 욥 이야기와 파우스트 이야기, 부처의 깨달음 이야기가 주목할 만하다. 저자들은 구약의 신이 욥을 사탄에 넘겨준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음을 지적한다. 고통에는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저자들은 그렇기에 세상의 불가사의 앞에 겸손해져야 하며 살면서 겪는 아픔과 상실, 그리고 의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결론짓는다.(291 페이지)

지적 허영심이 넘쳤던 파우스트는 흑마법과 연금술로 세상의 비밀을 풀려 했다. 이 계획이 어긋나자 절망에 빠진 파우스트는 지옥의 혼령을 부른다. 그의 소환을 듣고 서재에 홀연히 검은 개가 등장해 악령으로 변신하더니 스스로 메피스토펠레스라 칭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끊임 없이 파우스트의 영혼을 어둠의 세계로 끌고 가려 했고 파우스트는 세상의 비밀에 대한 메피스토펠레스의 지식을 얻고자 했다.

그들은 계약을 맺고 서명했다 피로 서명했다. 이 땅에서는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를 섬기고 다음 세상에서는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를 섬기기로 한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가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았지만 파우스트는 자신이 치를 대가가 영혼을 영원히 포기하는 것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308 페이지)

저자들은 파우스트 박사의 이야기는 도덕에 관한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면으로의 여정에 관한 것으로 파우스트 속 등장 인물은 모두 우리 안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는 동전의 양면처럼 인간의 양면성을 반영한다. 남을 무시하고 삶을 무가치하게 여길 때 우리는 자신 안의 악령을 보게 된다. 삶에 환면을 느낄 때마다 메피스토펠레스를 소환하는 셈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단순한 악마가 아니다. 괴테의 희곡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영원히 악을 원하지만 선을 행한다." 우리는 내면의 악을 통해서 선으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311 페이지) 저자들은 부처의 깨달음에 관해 그는 평범한 인간이기보다 하나의 모범이라 말한다.(317 페이지)

저자들의 설득력 있는 설명을 통해 신화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고 의미로 충만한 모습으로 다가온 것은 특기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이야기, 미노스와 아리아드네, 테세우스 이야기를 확실히 알게 되어 좋았다. 더구나 그리스 신화 뿐이 아니라 북유럽 신화, 성경 등 다양한 소스를 제시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가 막힐 때, 의미를 찾고 싶을 때 펼쳐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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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명호 교수의 ‘누가 안티고네를 두려워 하는가‘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안티고네는 테베의 왕인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이고 어머니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오이디푸스가 얻은 딸이다.

오이디푸스가 테베를 떠난 뒤 공동 왕이 된, 오이디푸스의 쌍둥이 아들 중 하나인 에테오클레스가 약속을 어기고 형제인 폴리네이케스에게 싸움을 걸게 되는데 이 일로 인해 둘은 치명상을 입고 죽고 만다.

숙부인 크레온이 군권을 장악하고 왕위를 차지한 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크레온에게는 조카들)의 시신을 장례지내지 못하게 하는데 칙령을 어기고 안티고네가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른다.

라이오스, 이오카스테, 오이디푸스, 폴리네이케스, 에테오클레스, 안티고네, 하이몬(크레온의 아들로 안티고네를 산 채 땅에 묻으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안티고네와 결혼한다. 안티고네는 하이몬의 아이를 낳는다.)의 관계도는 특별히 복잡하지 않다.

다만 안티고네의 행동에 대해 해석이 맞서고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비평을 풍요롭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헤겔은 초기 그리스 사회에서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궁극적으로 이 대립은 국가에 의해 지양된다고 보았다.

안티고네의 요구는 가족이라는 사적 체계에 갇혀 보편성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영역을 사유화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안티고네는 공동체의 적이라는 것이다. 헤겔에 의해 산 죽음으로 내몰린 안티고네를 살려내기 위해 나선 사람이 자크 라캉과 주디스 버틀러이다.
물론 두 사람이 안티고네를 살려내는 방식은 다르다. 버틀러와 라캉의 논의는 상당히 복잡한데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애도와 우울증에 대한 상이한 해석이다.

라캉은 안티고네를 대상은 떠나보냈지만 대상에 대한 욕망은 간직한 애도자로 읽었고 버틀러는 대상을 떠나보내지 않고 자아 속에 합체하는 우울증적 주체로 읽었다.

논점이 달라서이겠지만 분석심리학자인 리스 그린과 줄리엣 샤만버크의 ‘신화로 읽는 심리학‘의 안티고네(와 그의 가족) 독법은 명쾌하다.

두 저자는 안티고네와 폴리네이케스의 경우를 뜨거운 사랑과 의리로 설명하며 가족의 사랑은 어떤 무력감도 이겨내고 과거를 치유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명호 교수(영문학자)가 정신분석학자인 라캉과 철학자이자 젠더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의 논의를 정리해 소개한 안티고네론은 꽤 난해하다.
힘들겠지만 아니 힘들기에 2014년에 나온 ‘누가 안티고네를 두려워 하는가‘를 역시 같은 해에 나온 조현준 교수의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읽기와 쓰기라는 부제를 가진 ‘젠더는 패러디다‘와 함께 읽어야 할 것이다.(서재에 꽂아 두고 오래 기다려왔다.)

그런 다음 임옥희 교수의 ‘페미니스트 정신분석 이론가들‘을 읽을 계획이다. 정신분석에 매력과 불편함을 함께 느끼는 내가 걸어야 할 바람직한 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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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가 자신이 발견한 첫 번째 원소의 이름을 조국 폴란드의 이름을 따 폴로늄이라 지은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말하는 책(‘사라진 스푼’)이 있다.
이 명명은 폴란드의 독립에 아무 기여도 못했고 금속으로서도 아무 쓸모가 없고 너무 빨리 붕괴해버려 폴란드를 조롱하는 은유로 보일 수 있으며 라틴어가 점점 쓰이지 않게 됨에 따라 폴로니아가 아니라 ‘햄릿’에서 비틀거리고 약간 모자라는 인물로 등장하는 폴로니어스를 연상시킨다고 저자(샘 킨)는 말한다.

반면 마리 퀴리가 발견한 두 번째 원소인 라듐(반투명의 초록색 광채를 내는 원소)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제품으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라듐이 선풍적 인기를 얻은 것은 색도 좋고 이름도 리듬감이 있는 등 즐거운 요소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가령 카드뮴이나 비스무트는 광물이나 유화에서 밝고 화려한 색의 안료로 쓰이지만 이름에서는 라듐의 리듬감을 따라오지 못한다.

라듐에 대해 이탈리아의 화학자이자 시인,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는 이런 말을 했다.

‘물리학자는 라듐 1그램의 반감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그 라듐 원자 하나가 분해되는 때를 말할 수는 없다...

우리의 미래는 외적 요인들, 우리들의 자유로운 선택과는 전혀 무관한 요인들과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 못하는 내적 요인들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다.

잘 알려진 이런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본인의 미래도 이웃의 미래도 알 수가 없다. 또 같은 이유로 과거의 일에 대해 ˝만약에˝라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이것이 인간인가’ 참고)

레비는 불행하게도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나온 뒤 자살했다. 68세때인 1987년의 일이다. 실족사라는 주장도 있다.

과거 나는 레비의 죽음을 자살로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실족에 의한 죽음이라 생각한다. 물론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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