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과 소금...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얼핏 연관성이 없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한양 풍수와 경복궁의 모든 것’이란 책과 ‘물과 소금 어떻게 섭취하면 좋을까’의 저자가 같은 분이라는 사실에서 나온 조합이다.

내가 이 분의 소금과 물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것은 박상륭 님의 장편 소설 ‘죽음의 한 연구’이다.

우리 소설의 한 진경(眞境: 난해의 진경, 형이상학의 진경...)을 형성한 박상륭 님의 이 소설은 마른 늪에서 물고기를 낚아올리려는 수도승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소설이다.

현대의 많은 질병들(두통, 어지러움 등)을 부르는 주인(主因)은 수분과 염분(죽은 음식인 정제염이 아닌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 부족이다. 정제염은 짠 맛을 내는 화공약품이라고 한다..

특히 소금이 부족하면 뇌도 위축되고 위도 위축된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물과 좋은 소금의 균형이 관건이다. 우리 몸에는 물과 좋은 소금 사이의 균형도 이루어져야 하고 양(量)도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저자가 수분과 좋은 소금 부족으로 생기는 병으로 지목한 것들은 난치성의 현대의 주요 성인병들을 포함, 다양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두통과 현기증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작년 이즈음 작심하고 9회 죽염 한 티스푼씩을 물 500ml에 넣어 하루 세 병씩 몇 달 먹었을 때 머리도 별로 안 아팠고 크게 어지럽지도 않았다. 피로도 잘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소금값이 워낙 비싸(500g: 11만 2천원) 몇 달 하다 그만 둔 결과 생긴 문제가 지금의 내 두통이고 현기증이고 피로이다.

이런 내 모습이 마치 마른 늪에서 낚시를 하려 한 ‘죽음의 한 연구‘의 수도승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14년 강남의 유명 신경외과에서 fMRI, MRI, PET 등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했는데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죽염 만큼 환원력(還元力)이 큰 것은 없다고 한다. 죽염과 관련된 모든 분들(극한 직업 중의 극한 직업이라는 죽염 제조일을 하는 분들 포함)께 큰 절이라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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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give you a ring tonight.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도 아니고 이게 뭘까? 청혼 반지를 준다는 뜻일까?

답은 전화를 할 것이라는 소리. 박산호의 ‘단어의 배신‘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책에는 우리가 배신으로만 알고 있는 betray에 대한 반전도 소개되어 있다.

배신하다 외에 정보나 감정을 무심코 노출시킨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가령 betray ignorance는 부지불식간에 무지를 드러내다는 뜻이다.

비약이겠지만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의 신간 ‘이그노런스 - 무지는 어떻게 과학을 이끄는가‘(원서 출간 2012년)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문화들이 많지만 우리처럼 과학이 정교하게 발달한 문화에서 과학을 외면하고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에 관한 한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

저자는 과학의 추진력은 알지 못하는 것, 까다롭거나 설명되지 않은 자료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시나리오 작성을 앞에 두고 과학은 캄캄한 방에서 검은 고양이를 찾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을 되새기게 된다.

과학(의 과정)이란 말을 글(작성)이란 말로 바꾸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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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도 모르고 황급히 일어나는 그, 텅 빈 가슴 위에 점잖게 넥타이를 매고 메마른 머리칼에 반듯하게 기름을 바르는 그, 죽은 발가죽 위에 소가죽 구두를 씌우고 묘비들이 즐비한 거리를 바람처럼 내달리는 그, 죽은 줄도 모르고 다시 죽음에 들면서 내일 묘비에 쓸 근사한 한마디를 쩝쩝거리며 관 뚜껑을 스스로 끌어올리는 그.....

김혜순 시인의 ‘죽은 줄도 모르고’란 시의 일부이다. ‘어느 별의 지옥’(시집)에 실린 시...

이 시를 접하며 모 교수가 학교에 있으면 학생들의 나이는 늘 그대로이기 때문에 자신이 나이 드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한 것을 생각했다.

머리가 많이 아파 당분간 독서를 쉬어야 하는데 서울에 가면 습관적으로 서점에 가고 가면 어김 없이 책을 몇권씩 사가지고 나오는 나는 어떤가?

그런 사연 때문에 사서 쌓아만 두고 있는 책들이 꽤 있다. 시간과 체력, 비용 같은 것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좋은 책은 모두 읽을 것처럼 신간 목록을 챙기는 것도 같은 차원의 착각일 테다.

사실 이 정도 착각은 별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착각을 우리 모두 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은 인간을 죽음을 당연시 하지 못하는 존재, 환상과 공상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 상상 속에 몰입하는 존재 등으로 보았다.

확언하지 못하겠는 것은 인간이 그런 존재라면 바람직한 착각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힘들고 어렵더라도 진실을 바로 보려고 애써야 하는지이다.

답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게 제시할 그 생각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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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언급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은 서로 조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차이가 없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 화이부동에 해당하는 서양의 개념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유교의 영향을 받아온 우리보다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 사람들이 함께 더 잘 어울리고 조화로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답은 사회보장 시스템과 국가와 국민의 합의에 있을 것이다. 덴마크의 경우 학생이 시험문제를 만든다고 한다.

이렇듯 그들이 시행하는 것들 가운데 우리 상식으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놀라운 것들이 참 많다.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 기본 소득을 주는 그들의 시스템은 대표적이다.

공자가 대인의 한 특성으로 설명한 화이부동의 상대어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이다. 같음에도 화합하지 못하는 소인의 특성을 의미한다.

올해 읽은 책들 중 대인을 권력을 승계하는 귀족으로, 소인을 권력 승계에서 멀어진 귀족으로 설명하며 화이부동은 자신들만의 조화를 추구하며 전체의 평등을 거부하는 것이고 동이불화는 평등을 원하지만 조화롭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해석한 한 인문학자의 글이 계속 관심을 끈다.

공자가 천자의 의식에서만 출 수 있는 팔일무(八佾舞)를 아랫 사람들에게 추게 한 계손씨를 크게 질책한 것은 유명하다.

지위나 계급에 맞는 일무원(佾舞員; 춤추는 사람) 수가 정해진 것을 어겼다는 논리에 따라서이다. 공자에 대한 정치(시스템)적 해석, 이는 파격이 아니라 순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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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경복궁에 다녀왔다. 다시 예의 그 천자고(天字庫), 지자고(地字庫), 현자고(玄字庫), 황자고(黃字庫) 등이 눈에 들어왔다. 천자문의 순서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경복궁 사정전(思政殿) 앞의 이 행각은 최근(?) 복원된 옛 내탕고(內帑庫)에 해당하는 건물이다.

어고(御庫)로도 불린 내탕고는 조선 시대 임금의 개인 재물을 보관하던 곳간이다.(탕帑: 금고 탕) 숙종이 서화를 감상한 곳인 창덕궁 경훈각(景薰閣)도 서화 수장처라 할 수 있다.

창덕궁 후원(後苑)이 비원(祕苑), 내원(內苑), 금원(禁苑), 북원(北苑) 등으로 불렸듯 궁중의 서화(書畫) 수장처(收藏處)와 수장품들은 내장(內藏), 어장(御藏), 비장(秘藏), 진장(珍藏) 등으로 불렸다.

<궁중의 서화 수장처는 관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한 연침(燕寢) 영역 즉 왕과 왕비가 사적인 생활을 영위한 곳에 주로 마련돼 있었다.

이는 왕족이 자신들의 한묵(翰墨: 문한과 필묵이란 뜻으로 글씨를 쓰거나 글을 짓는 것을 이름) 취향을 도모하고 귀중한 서화를 왕족의 생활권과 밀접한 영역에 비치함으로써 왕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교수신문‘ 2011년 6월 8일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황정연 글 ‘도서관+미술관인 전각은 왜 燕寢영역에 마련했을까‘ 참고)

2030년에 경복궁 2차 복원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공기(工期)는 많이 연장되는 반면 공정율(工程率)은 줄어들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든 복원은 그 이후로도 계속될 것이다. 수 많은 이야기거리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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