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경복궁에 다녀왔다. 다시 예의 그 천자고(天字庫), 지자고(地字庫), 현자고(玄字庫), 황자고(黃字庫) 등이 눈에 들어왔다. 천자문의 순서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경복궁 사정전(思政殿) 앞의 이 행각은 최근(?) 복원된 옛 내탕고(內帑庫)에 해당하는 건물이다.
어고(御庫)로도 불린 내탕고는 조선 시대 임금의 개인 재물을 보관하던 곳간이다.(탕帑: 금고 탕) 숙종이 서화를 감상한 곳인 창덕궁 경훈각(景薰閣)도 서화 수장처라 할 수 있다.
창덕궁 후원(後苑)이 비원(祕苑), 내원(內苑), 금원(禁苑), 북원(北苑) 등으로 불렸듯 궁중의 서화(書畫) 수장처(收藏處)와 수장품들은 내장(內藏), 어장(御藏), 비장(秘藏), 진장(珍藏) 등으로 불렸다.
<궁중의 서화 수장처는 관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한 연침(燕寢) 영역 즉 왕과 왕비가 사적인 생활을 영위한 곳에 주로 마련돼 있었다.
이는 왕족이 자신들의 한묵(翰墨: 문한과 필묵이란 뜻으로 글씨를 쓰거나 글을 짓는 것을 이름) 취향을 도모하고 귀중한 서화를 왕족의 생활권과 밀접한 영역에 비치함으로써 왕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교수신문‘ 2011년 6월 8일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황정연 글 ‘도서관+미술관인 전각은 왜 燕寢영역에 마련했을까‘ 참고)
2030년에 경복궁 2차 복원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공기(工期)는 많이 연장되는 반면 공정율(工程率)은 줄어들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든 복원은 그 이후로도 계속될 것이다. 수 많은 이야기거리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