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도 모르고 황급히 일어나는 그, 텅 빈 가슴 위에 점잖게 넥타이를 매고 메마른 머리칼에 반듯하게 기름을 바르는 그, 죽은 발가죽 위에 소가죽 구두를 씌우고 묘비들이 즐비한 거리를 바람처럼 내달리는 그, 죽은 줄도 모르고 다시 죽음에 들면서 내일 묘비에 쓸 근사한 한마디를 쩝쩝거리며 관 뚜껑을 스스로 끌어올리는 그.....

김혜순 시인의 ‘죽은 줄도 모르고’란 시의 일부이다. ‘어느 별의 지옥’(시집)에 실린 시...

이 시를 접하며 모 교수가 학교에 있으면 학생들의 나이는 늘 그대로이기 때문에 자신이 나이 드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한 것을 생각했다.

머리가 많이 아파 당분간 독서를 쉬어야 하는데 서울에 가면 습관적으로 서점에 가고 가면 어김 없이 책을 몇권씩 사가지고 나오는 나는 어떤가?

그런 사연 때문에 사서 쌓아만 두고 있는 책들이 꽤 있다. 시간과 체력, 비용 같은 것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좋은 책은 모두 읽을 것처럼 신간 목록을 챙기는 것도 같은 차원의 착각일 테다.

사실 이 정도 착각은 별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착각을 우리 모두 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은 인간을 죽음을 당연시 하지 못하는 존재, 환상과 공상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 상상 속에 몰입하는 존재 등으로 보았다.

확언하지 못하겠는 것은 인간이 그런 존재라면 바람직한 착각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힘들고 어렵더라도 진실을 바로 보려고 애써야 하는지이다.

답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게 제시할 그 생각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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