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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
벨 훅스 지음, 윤은진 옮김 / 모티브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벨 훅스가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원서 출간: 1994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신에게 글쓰기는 진지한 작업인 반면 가르치는 일은 그리 진지하지는 않지만 생계를 꾸리려면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고. 물론 훅스는 후에 흑인 초등학교에서 혁명으로서의 학습을 경험한 것 등을 통해 교육에 대한 진전된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훅스에 의하면 그 이후 교육은 정보 자체만으로 국한되어 버렸다. 삶의 지침이나 방향과는 무관한 내용이 된 것이다. 훅스는 흥미로운 말을 한다. 정보를 외우고 그것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은행 저금식 교육이라는 것이다. 훅스는 비판적인 사상가가 되려 했다.
훅스는 해방으로서의 교육을 제시한 파울로 프레이리에게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그를 서슴 없이 비판하기도 했다.(12 페이지.) 훅스는 자신의 두 스승으로 파울로 프레이리와 베트남 승려 틱낫한을 든다. 프레이리의 공동 노동이란 개념은 틱낫한의 참여 불교에서 주장된 것으로 묵상과 실천을 함께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훅스는 자신의 교육 실천은 반식민주의적, 비판적, 페미니스트 교육학이 계몽적으로 상호 작용함으로써 발생했다고 말한다. 훅스에 의하면 경계 넘기는 교육을 자유의 실천으로 이끄는 움직임이다. 훅스가 비판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학업을 통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다면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되는 현실이다.
훅스는 몸, 마음, 정신의 분리가 아닌 통합을 강조하는 철학적 관점으로 학습에 접근하자 대부분의 교수들이 절대 반대하거나 경멸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전한다.(27 페이지) 훅스는 교육이 자유의 실천이라고 한다면 학생에게만 참여하고 고백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을 기억할 부분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그것은 바람직한 내용을 통한 성장이어야 한다. 순종이 아닌 자유를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어야 하는 것이다. 훅스의 청소년기는 인종 차별이 폐지되었지만 적개심, 갈등, 분노, 패배로 가득찬 시대였다.
그런 와중에 훅스는 백인 남학생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인종 간의 경계를 넘는 우정은 문제이고 더욱 남녀간의 우정은 전례가 없는 위험한 일이었다. 훅스가 맞서 싸우는 것은 백인과 흑인,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남자와 여자를 가르는 사회, 경제적 차별이다.
훅스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관점에 인종, 성, 계급에 대한 인식을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이유는 교실을 통제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감정과 열정을 자제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51 페이지) 이에 반해 훅스는 자신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존중해주는 교실 공동체를 만들었는데 그 점이 학생들의 무한히 많은 피드백을 유도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훅스가 행하는 교육은 인종과 성, 계급을 아우르는 교육이다. 어린 시절부터 열렬한 독자로 살아온 훅스는 상처 때문에 이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테리 이글턴의 말을 인용한다. 어린이들은 아직 사회의 관습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교육 받지 않았기에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강력한 질문을 제기하려 한다는 것이다.(76, 77 페이지)
훅스는 이론화 즉 우리의 살아 있는 경험이 자기 회복 및 집단 해방의 과정과 근본적으로 연계되었을 때 이론과 실천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78, 79 페이지) 훅스는 인종과 젠더에 초점을 맞춘 페미니스트 학문에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한다.(98 페이지) 훅스는 토론이 개인의 경험과 연관됨으로써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활성화 된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학생들도 있음을 지적한다.(109 페이지)
인종 차별이 폐지되었지만 적개심, 갈등, 분노, 패배감 등으로 가득찬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말한 훅스는 노예제가 폐지되었어도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 간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한다.(121 페이지) 훅스는 백인 여성들은 흑인 여성을 연구하는 작업 즉 한때 무의미하다며 폐기했던 연구에 의존하여 다시 학문에서 하녀 - 주인 패러다임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129 페이지)
훅스는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이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을 끊임 없이 표현만 하고 이런 감정을 넘어 새로운 차원에서 접촉을 모색하려 하지 않는다면 포용적인 페미니스트 운동을 구축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다.(136 페이지) 훅스는 우리가 차이와 복잡성을 존중해줄 수 있는 여성의 공간을 만든다면 정치적 연대에 기반을 둔 자매애가 생겨날 것이라 말한다.(137 페이지)
훅스는 페미니스트 정치학에 관여하고 흑인 해방 투쟁에 참여하기에 인종과 젠더의 이슈를 흑인의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을 안내해주어야 하며 그 질문에 의미 있는 답변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139 페이지)
훅스는 인상적인 말을 한다. 살아남고자 한다면 우리 자신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으로 우리 자신을 기억한다는 것은 우리를 우리의 존재 및 육체에 익숙해지지 않는 체계 안에 존재하는 몸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165 페이지)
훅스는 스스로를 역사의 주체로, 비주류이자 억압받는 집단의 일원으로, 관행화된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와 계급 엘리트주의의 희생자로 인식한 자신이 가르치는 태도가 억압하는 자의 위계를 강화시킬지도 모른다는 거대한 공포에 짓눌려 있다고 말한다.(173 페이지) 새겨들어야 할 언급이다.
훅스는 진보적인 교육을 부정적으로 비판하는 소리가 있으면 교수들은 변화 즉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기를 두려워하게 된다는 말을 한다.(174 페이지) 훅스는 자신이 좋은 교수가 아닐까봐 걱정하는 때가 있지만 ‘좋은/ 나쁜’이라는 이분법을 버리려고 분투하고 있다고 말한다. 교실에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한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는 진보적 교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유익한다는 것이 훅스의 첨언이다.(191 페이지)
훅스는 대학 1년 때 애드리언 리치(Adrienne Rich)의 시 ‘아이들 대신 책을 태우다(The burning of paper instead of Children)’을 읽은 기억을 전한다. 생명체에 대한 정치적 학대와 그에 따른 고통을 멈추게 하는 문제가 검열이나 분서(焚書)보다 더욱 중대한 이슈임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시에서 훅스는 절대 잊히지 않는 구절로 “이것은 억압자의 언어이지만 당신에게 말을 건네려면 이 언어가 필요하다.”는 구절을 든다.(201 페이지)
훅스는 열정을 경험하는 일에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고 감정을 깊이 느끼는 것은 열등하다고 믿게 하는 이 사회에서는 언어를 통해 교감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특히 어려울 것이라 말한다.(210 페이지)
훅스는 우리는 경계를 넘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창조해내야 한다고 말한다.(217 페이지) 훅스는 에로스를 우리가 전면적으로 노력하여 자기실현을 하도록 북돋워주는 힘이며 지식을 추구하는 방법에 영향을 주는 인식론적인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자고 제안한다.(231 페이지)
훅스는 선택한 것 이상의 것을 하도록 자신을 자극하는 스승을 자신의 인생 모든 곳에서 찾으려 했으며 그런 자극을 받음으로써 진정으로 선택의 자유를 얻어 제한 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완전히 개방된 공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훅스는 학교는 유토피아가 아니지만 배운다는 것은 유토피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장이라는 말을 한다.(244 페이지) 훅스에 의하면 교실은 그 자체로 한계가 많지만 가능성을 지닌 장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