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안스리움(Anthurium) 사진이 올랐다. 천남성과의 정열적인 빨간 꽃. 섬천남성을 생각한다. '섬천남성은 독을 품고 있다'는 시에서 조용미 시인이 말한 꽃. 천남성이 天南星인 것은 남방에서 볼 수 있는 별인 노인성(老人星) 즉 남성(南星)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섬천남성이/ 사람의 몸속을 통과하고 싶은 욕망을 오래 감추고 있/ 었다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시구(詩句)는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시인은 '섬에서 보낸 백년'이란 산문집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봄풀냉이가 자신의 눈에 들어와 준 것이 고마워 한참을 애틋하게 들여다 보았다는 말을 했었다. 우리가 꽃, 별, 달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굴업도(掘業島) 기행을 마친 뒤 시인은 그곳이 이팝나무, 소사나무, 천남성, 왕은점 표범나비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한국의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그 글이 쓰인 것이 2009년이니 벌써 7년 전이다.


당시 굴업도는 인재(人災)라 할 자연 훼손으로 우려를 자아냈었다. 잘 알려졌듯 시인은 "풍경의 저 기이한 순간들을 포착하기 위해 낯선 장소들을 자주 방문"(문학평론가 조재룡 교수의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물의 귓속말에 홀려 밤의 창가에서 붉은 눈의 새벽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그곳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이곳에 다시 오지 않기 위해.."('물의 점령')라는 말을 한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녀"본 사람만이 할 수 있을 말이다. 안쓰럽고 부럽고 대단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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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라디오를 들으려고 이어폰 잭을 꽂자 이런 자막이 뜹니다. “높은 음량으로 오랫동안 들으면 청각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불교방송에서는 생방송 버튼을 누르자 이런 자막이 보입니다. “Wi Fi에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3G 접속시 과도한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참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작은 것에 감동하는 저는 정에 약한 사람일까요?

 

문제는 데이터란 생각이 듭니다. 알뜰폰 통신사의 2.5G 데이터 제공 옵션을 택한 저는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녔던 지난 열흘 사이 마치 청에게 동냥젖을 물리기 위해 여기 저기 찾아 헤맨 심봉사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공유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가입 한 달을 채우면 월 5,500원 정액제인 안심옵션제에 가입할 것이고, 700M의 데이터를 제공받는 요금제로 바꿀 생각입니다. 700M 이상을 써도 요금이 더 부과되지 않지만 속도가 다소 느려진다고 하는데 게임도 하지 않고 동영상도 이용하지 않고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테마 역사 논술 팀) 정도를 하고 KBS 클래식 FM 정도를 듣고 몇몇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와이파이,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QR 코드, 카카오톡, 밴드 등도 전문 용어라면 전문 용어이겠는데 밖에서(가입 이전에) 듣기만 하던 그 생소한 용어들이 금세 익숙해진 것은 매너리즘에 들어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닐지요? 첨단 기기가 제 값을 하느냐는 결국 유저들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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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부터 찢겨진 몸일까// 유난히 엷고 어룽진 쪽을/ 여기에 대보고 저기에도 대본다... 나희덕 님의 시 ' 흔적'을 읽으면 내 마음의 위치와 생김새를 알기 위해 책들을 찾아 다니는 내가 보인다. 그 고행 같은 길에 "변방의 시인"들을 만나곤 한다."...길을 잃고 나서야 현명해진/ 쾡한 집시 풍 여자가/ 꽁 꽁 싸매어둔 맨 몸을 내 보이게 될/ 오래 간직해온 상처의 파피루스,/ 다 버리게 될 줄도 모르고/ 천 년 같은 하루를 살다 온, 거기" 같은 시를 쓴 시인. 시력 (시를 쓰는 내공)에 비해 덜 알려졌다 뿐 이미 중심에 있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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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일 - 자정의 시작
임근희 지음 / 정오와자정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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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겨 결혼을 했지만 아내가 외국 출장을 간 사이 사고로 아이를 잃은 뒤 이혼하게 된 정신과 의사 임지훈. 그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자들의 약을 스스로 처방해 먹는다. 판사 김은경. 그는 청각 기관들 스스로 변이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병을 앓는 딸로 인해 고통 받는다. 김승훈은 오랜 기간 기억치료제를 연구 개발해 왔다.... ‘그들의 일 자정의 시작’에는 기억과 정신 등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기억 치료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기에 흥미진진한 스토리 라인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 ‘그들의 일 자정의 시작’이다. 장르를 가르자면 이 책은 SF에 해당한다. 작가가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유토피아가 이루어질 경우 실제 어떤 일이 생기며, 인간이 그 목적을 수치화해 설정한 최대값에 이르게 된 상태를 유토피아라 할 수 있을까, 란 물음을 던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억은 특별하고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은 트라우마가 된다. 우리는 아직 뇌의 신비를 다 풀지 못했다. 아니 풀지 못한 부분이 훨씬 많을 것이다. 난감한 것은 소설에서 제기된 것처럼 기억 치료를 경험한 사람들이 그 즐거움에 빠져 더 나은 상태를 갈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부터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아닌지? 작가는 공들인 많은 문장들을 선보이며 장장 460여 페이지의 소설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기억 치료라는 소재는 특별히 주의를 끌 만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읽는 내내 흥미를 가질 수 있던 것은 작가의 지력(知力) 때문이라 해도 좋다. 물론 책을 전반적으로 평하라면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공학을 전공한 작가의 책이기에 인간을 기계나 물적 대상 등으로 다루는 설정이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책의 장점은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고 이어지면서 흥미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컴퓨터 관련 책들과 뇌 관련 책들, 그리고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소설에 담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구성은 친절하다. 미래라 했지만 나는 가령 혈액 검사로 간단하게 암을 진단하는 등 첨단 의술에 기대를 거는 한편 그런 첨단화, 고도의 집중화가 뇌나 정신 부분과 관련될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우려하게 된다. 문장이 예쁘거나 멋이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시리즈로 이어진다니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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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터[564]번째 책이야기

데블 인 헤븐 / 가와이 간지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데블 인 헤븐 / 가와이 간지
가진 자와 빼앗긴 자, 추락하는 자와 비상하는 자,
인간 욕망이 그려낸 디스토피아, 그 위태로운 세계의 종말은?
“돈은 사람을 잡아먹지. 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이 소설은 2023년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시장, 고령화 사회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현상들을 다루고 있다. 게다가 배경이 되는 공간은 돈이 모이는 곳, 카지노이다. 세상의 모든 욕망(돈)이 모이는 곳에서 범죄가 태어나고 비극이 일어난다.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너나없이 상대방 주머니를 터는 데 혈안이 된 추악한 도박장”, “도박에 빠져 재산을 날리고 가족을 잃고 인생을 잃어가는 어리석은 자들”로부터 시작된 분노이다. 형사 스와 고스케의 아버지가 병적 갬블러였던 것이나, 푸른 눈의 천재 도박사에게 노름에 중독된 어머니가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령자 한 사람이 죽으면 5688만 엔이 굳는다. 그 돈을 아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령자 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지금, 마냥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니어서 섬찟하기조차 하다. 비바람을 뚫고 당당히 인생길을 걸어온 노인들이 소외되고 버려지는 사회에서 어쩌면 필연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 사회 비판이나 풍자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사회 문제에 대한 분노는 이야기를 쓰는 중요한 동기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데블 인 헤븐』은 자본주의에 매몰된 현대 사회를 비판하면서 권력층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약자의 편에 서서 사건을 추...
◆ 참가방법
  1. 텍스터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먼저 해주세요.
  2. 서평단 가입 게시판에 "데블 인 헤븐 서평단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고 간단한 서평단 가입의도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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