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일 - 자정의 시작
임근희 지음 / 정오와자정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생겨 결혼을 했지만 아내가 외국 출장을 간 사이 사고로 아이를 잃은 뒤 이혼하게 된 정신과 의사 임지훈. 그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자들의 약을 스스로 처방해 먹는다. 판사 김은경. 그는 청각 기관들 스스로 변이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병을 앓는 딸로 인해 고통 받는다. 김승훈은 오랜 기간 기억치료제를 연구 개발해 왔다.... ‘그들의 일 자정의 시작’에는 기억과 정신 등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기억 치료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기에 흥미진진한 스토리 라인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 ‘그들의 일 자정의 시작’이다. 장르를 가르자면 이 책은 SF에 해당한다. 작가가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유토피아가 이루어질 경우 실제 어떤 일이 생기며, 인간이 그 목적을 수치화해 설정한 최대값에 이르게 된 상태를 유토피아라 할 수 있을까, 란 물음을 던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억은 특별하고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은 트라우마가 된다. 우리는 아직 뇌의 신비를 다 풀지 못했다. 아니 풀지 못한 부분이 훨씬 많을 것이다. 난감한 것은 소설에서 제기된 것처럼 기억 치료를 경험한 사람들이 그 즐거움에 빠져 더 나은 상태를 갈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부터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아닌지? 작가는 공들인 많은 문장들을 선보이며 장장 460여 페이지의 소설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기억 치료라는 소재는 특별히 주의를 끌 만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읽는 내내 흥미를 가질 수 있던 것은 작가의 지력(知力) 때문이라 해도 좋다. 물론 책을 전반적으로 평하라면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공학을 전공한 작가의 책이기에 인간을 기계나 물적 대상 등으로 다루는 설정이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책의 장점은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고 이어지면서 흥미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컴퓨터 관련 책들과 뇌 관련 책들, 그리고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소설에 담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구성은 친절하다. 미래라 했지만 나는 가령 혈액 검사로 간단하게 암을 진단하는 등 첨단 의술에 기대를 거는 한편 그런 첨단화, 고도의 집중화가 뇌나 정신 부분과 관련될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우려하게 된다. 문장이 예쁘거나 멋이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시리즈로 이어진다니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