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뒤엎는 돈의 심리학 - 돈을 보는 관점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저우신위에 지음, 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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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일상의 좋은 일과는 20퍼센트만 관계하고 비극과는 80퍼센트 관계한다고 한다. 좋은 일은 대부분 돈과 무관하게 일어나지만 슬픈 일은 대부분 돈 때문에 일어난다는 의미다. 돈은 예술과도 밀접하다. 후원 제도가 그것이다. ’상식을 뒤엎는 돈의 심리학‘은 돈을 보는 관점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저자인 저우신위에는 심리학자가 아니라 경영학자다. 그에 의하면 돈은 교환의 매개 이상이다. 거기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저자는 그 사람을 알려면 그의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라는 경제학자 머턴 밀러의 말을 상기시킨다.

 

책은 1장 돈에도 감정이 있다; 돈과 인간 심리, 2장 돈을 알면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보인다; 돈과 사회생활, 3장 합리적 소비일까, 함정에 빠진 걸까; 돈과 소비 행위, 4장 모든 일은 돈과 관련 있다.; 돈과 행복 등으로 구성되었다. 나와 돈 사이의 심리적 거리, 돈은 죽음의 공포도 물리친다, 돈이 아닌 시간을 기부하는 즐거움, 왜 바닥의 동전은 줍지 않고 할인쿠폰은 챙길까?

 

비싼 것이 좋다는 말의 진실,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이유, 시간은 금이 아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물건보다는 경험을 사라, 착시 현상이 만든 부자들의 행복, 개천에서 용 나오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난 걸까? 부자와 빈자 중 누가 더 인색할까, 돈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기적이 된다 등의 챕터가 흥미를 끈다. 소비를 제어하지 못하면 자유를 잃는다,

 

소비가 주는 즐거움은 잠깐이다 등의 말을 기본으로 하고 넘어가야겠다. 하우스 머니 효과라는 것이 있다. 도박에서 얻은 돈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의 돈을 얻은 것이라고 느껴 그 돈을 다시 도박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2014년 메릴랜드 로욜라 대학교의 트럼프 연구진이 이와 같은 효과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돈으로 결정을 내릴 때는 더욱 모험적이 되고 자신의 돈으로 결정을 내릴 때는 더 보수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빈부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신분을 드러내는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간다. 당연히 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저자는 사람은 돈 때문에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으로 인해 변한다고 말한다. 불황일수록 립스틱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을 립스틱 경제 효과라고 한다. 이는 여성에게 아름다움이란 상대를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성공을 돕는 도구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사람들에게는 심리계좌가 있다. 이는 돈을 분류하는 마음 속 서랍이다. 돈을 얻게 된 계기가 돈의 심리계좌를 정한다. 돈의 용도도 심리계좌를 정한다. 돈을 저장하는 방식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사치품에 실용성이 가미된 최강의 유혹이란 말이 있다. 오래전부터 동양에는 사치를 멀리하고 근검절약을 추구하는 문화가 존재했다.

 

소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을 심리적 리스크라고 한다. 저자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불행해진다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가족이나 친구 등과 보내는 시간을 줄인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에도 인색하게 한다.

 

저자는 경험은 시간을 꽃으로 만들고, 경험은 비교가 되지 않고, 인생은 무엇을 했는지로 정의된다고 말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와 부유한 집 아이의 언어 능력과 기억력에는 차이가 난다. 부(富)는 뇌구조도 바꾼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관계에 의지해 돈을 벌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더 느낀다고 한다.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과 행복을 중요시한다. 관계, 심리학, 상식, 그리고 상식 초월의 기제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 ’상식을 뒤엎는 돈의 심리학‘이다.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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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에 미수 허목 선생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 유형원, 김창협, 김창흡 등은 관심을 끈다. '17세기 군주와 신하의 소통 방식'에 예송논쟁 챕터가 있다.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에 미수 허목 선생의 장령(掌令; 사헌부 정 4품) 사직 상소가 들어 있다. '역사 문해력 수업'을 읽어야겠다. '역사적 시간의 세 층위; 파도의 시간, 해류의 시간, 해구의 시간'을 비롯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모든 역사서술이 진실이 되지는 못한다. 사실관계의 조합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확인된 사실들 사이에도 빈틈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는 이 공백지대를 경험에 의거한 추측, 상상, 해석으로 메워가면서 역사를 서술한다. 그러므로 최고의 역사가가 최선을 다해 쓴 역사도 실체적 진실이 아닌 부분적 진실만을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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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용암의 다른 이름인 베개 현무암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의 '근원의 시간 속으로'란 책에서다. 베개용암과 베개 현무암은 같은 말이지만 근원인 용암과 그 결과물인 현무암을 같은 차원으로 보는 것은 흥미롭다. 표면이 유리질인 베개 현무암(이 용어가 베개 용암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을 보며 돌베개란 말을 생각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돌베개를 생각했었고 나아가 독립운동가 김준엽 님이 쓴 항일 투쟁기인 '돌베개'란 작품도 생각했었다. 김준엽 님의 돌베개란 제목은 역경(逆境)을 이긴 독실한 신앙인 저자의 의지와 역정(歷程)이 반영된 제목이다.

 

그 이후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통해 흐르는 물로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이야기도 생각하게 되었다.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하고 돌로 베개를 삼겠다는 수류침석(漱流枕石)을 잘못 들은 한 사람이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말을 한 데서 수석침류(漱石枕流)란 말이 생겼다. 나쓰메 소세키 즉 夏目漱石은 그로부터 비롯된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의 필명이다.

 

'포천의 농촌유산과 에코뮤지엄'은 베개용암을 한탄강 8경의 마지막으로 꼽았다. 이 책에 의하면 조선시대 사대부에게 산수(山水)는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정신수양과 학문정진의 기반이 되는 곳이다. 물과 용암이 만나 만들어진 베개용암 역시 산(山), 수(水)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간 돌에만 초점을 맞추어온 점이 안타깝다. 포천 고모리 호수공원에 시비(詩碑)가 있는 김종삼 시인의 데뷔작은 '돌각담'이다. 이 시에 돌담이 무너졌다 다시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란 구절이 있다. 이경돈은 언어의 돌각담을 쌓고 또 쌓으며 십자가에 꽂히고 또 꽂으며 시로서 약속의 땅이 있다는 광야를 헤매는 존재로 김종삼 시인을 풀었다.

 

지어야 할 언어의 집이 있어 이런 시와 평론이 눈에 들어 왔을 것이다. 주상절리 현무암, 주상절리 하식절벽, 베개 현무암, 클링커, 백의리층 등 돌의 다채(多彩)를 보고도 건성건성 보아넘겼던 불성실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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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고고학
김선 지음 / 홍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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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도 하고 보고서도 쓰고 논문도 발표하는 고고학자의 책이다. 석사 논문은 신석기를 썼고 사찰이나 폐사지를 중심으로 발굴을 하는 저자다. 본문에 나오는 원주 부론면의 법천사지 이야기를 접하고 페이스북에 내가 월 1회 다녀오는 원주 문막의 한 기도원 이야기를 했더니 “남한강 따라 폐사지 답사 코스가 참 좋습니다~”란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다.

 

낭만 고고학이란 제목과 달리 낭만 고고학은 없다는 챕터가 있는 책이다. ‘연천 전곡리 유원지를 아시나요?‘란 챕터가 포함(첫 번째 챕터)된 책이어서 기대를 했으나 전문 고고학자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란 점에 적당량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챕터들은 전문적인 내용을 꽤 담고 있어서 좋다.

 

전문적인 내용이란 “땅을 파는 고고학자에게 도시의 땅은 오염된 현장이다. 어느 지층이든 시대를 품고 있지만 한 나라의 수도는 그것에 더해 더 많은 시간과 역사가 쌓이고 덮이면서 오염된 채로 발굴자에게 노출된다.”(33 페이지) 같은 구절이다. 저자는 자신을 답사로 다져진 인생(70 페이지)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고고학 즉 발굴이란 나라에서 자격을 부여한 사람들이 허가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조사다.(92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무덤 주변에 막걸리를 뿌리는 것은 땅을 파기 전에 지신에게 “우리가 땅을 열겠습니다.”라고 인사드리는 것과 같다. 저자가 답사를 다닐 때 주로 주의 깊게 보는 것 중 하나는 배수 체계와 우물이다.

 

저자는 예술성이 뛰어난 자료만이 아니라 깨진 토기 조각이나 자기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고고학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고고학으로 뜬 인디아나 존스는 문화재계 사람들에게는 보물 사냥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둥근 크라운에 챙이 아래로 처진 토피(topee) 모자는 유럽 식민주의의 물리적 또는 문화적 첨병이었던 군대나 탐험가 등이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지에서 활동할 때 썼던 모자다.

 

2018년 트럼프 부인이 케냐, 이집트 등의 아프리카를 방문할 때 이 모자를 썼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가 이를 비판하는 글을 실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저자는 AI 세상이 와도 고고학은 살아남을 것이라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고고학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50대 50을 차지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하는 현장에 있었다. 당시 엄청난 규모의 유물을 포장, 해포(포장 풀기), 이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본 덕에 어느 박물관을 가든 그곳의 큰 그림을 보는 안목 또는 사물을 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신체 사이클은 도시 및 발굴 현장에 맞게 시스템화된 지 오래다.(발굴 현장은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고고학은 극한 직업이라 말한다. 저자는 공리(공유와 이해)라는 소규모 공부 모임에도 참여한다. 미술사, 건축사, 조경학, 과학사 사진학을 전공한 분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들이 고단한 가운데서도 일련의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스트레스가 주는 긴장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찰 고고학, 건물지 고고학 개설서는 아무래도 자신이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저자가 열심히 연구하고 발굴하고 공부하고 글 쓰는 분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배운 것이 많다. 저자가 관계하는 고고학에 대해 쓴 것처럼 해설사로서 그런 글을 써야 한다면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하여준 책이기도 하다. 다른 고고학 책들을 읽어야겠다. 아니 저자의 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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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Floyd의 The great gig in the sky란 곡을 기억한다. gig는 마차(馬車) 정도의 단어다. 챗 GPT에 관한 책에서 긱이란 단어를 만났다. gig라고 쓰는 이 단어는 임시로 하는 일, 전통적 개념의 임금 체계가 무너지고 소득을 바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인스턴트 급여 방식의 경제를 말한다. 괴짜를 의미하는 geek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하지만 뜻에서는 거리가 멀다. 챗 GPT, 어떻게 보아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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