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용암의 다른 이름인 베개 현무암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의 '근원의 시간 속으로'란 책에서다. 베개용암과 베개 현무암은 같은 말이지만 근원인 용암과 그 결과물인 현무암을 같은 차원으로 보는 것은 흥미롭다. 표면이 유리질인 베개 현무암(이 용어가 베개 용암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을 보며 돌베개란 말을 생각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돌베개를 생각했었고 나아가 독립운동가 김준엽 님이 쓴 항일 투쟁기인 '돌베개'란 작품도 생각했었다. 김준엽 님의 돌베개란 제목은 역경(逆境)을 이긴 독실한 신앙인 저자의 의지와 역정(歷程)이 반영된 제목이다.

 

그 이후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통해 흐르는 물로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이야기도 생각하게 되었다.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하고 돌로 베개를 삼겠다는 수류침석(漱流枕石)을 잘못 들은 한 사람이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말을 한 데서 수석침류(漱石枕流)란 말이 생겼다. 나쓰메 소세키 즉 夏目漱石은 그로부터 비롯된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의 필명이다.

 

'포천의 농촌유산과 에코뮤지엄'은 베개용암을 한탄강 8경의 마지막으로 꼽았다. 이 책에 의하면 조선시대 사대부에게 산수(山水)는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정신수양과 학문정진의 기반이 되는 곳이다. 물과 용암이 만나 만들어진 베개용암 역시 산(山), 수(水)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간 돌에만 초점을 맞추어온 점이 안타깝다. 포천 고모리 호수공원에 시비(詩碑)가 있는 김종삼 시인의 데뷔작은 '돌각담'이다. 이 시에 돌담이 무너졌다 다시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란 구절이 있다. 이경돈은 언어의 돌각담을 쌓고 또 쌓으며 십자가에 꽂히고 또 꽂으며 시로서 약속의 땅이 있다는 광야를 헤매는 존재로 김종삼 시인을 풀었다.

 

지어야 할 언어의 집이 있어 이런 시와 평론이 눈에 들어 왔을 것이다. 주상절리 현무암, 주상절리 하식절벽, 베개 현무암, 클링커, 백의리층 등 돌의 다채(多彩)를 보고도 건성건성 보아넘겼던 불성실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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