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고고학
김선 지음 / 홍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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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도 하고 보고서도 쓰고 논문도 발표하는 고고학자의 책이다. 석사 논문은 신석기를 썼고 사찰이나 폐사지를 중심으로 발굴을 하는 저자다. 본문에 나오는 원주 부론면의 법천사지 이야기를 접하고 페이스북에 내가 월 1회 다녀오는 원주 문막의 한 기도원 이야기를 했더니 “남한강 따라 폐사지 답사 코스가 참 좋습니다~”란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다.

 

낭만 고고학이란 제목과 달리 낭만 고고학은 없다는 챕터가 있는 책이다. ‘연천 전곡리 유원지를 아시나요?‘란 챕터가 포함(첫 번째 챕터)된 책이어서 기대를 했으나 전문 고고학자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란 점에 적당량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챕터들은 전문적인 내용을 꽤 담고 있어서 좋다.

 

전문적인 내용이란 “땅을 파는 고고학자에게 도시의 땅은 오염된 현장이다. 어느 지층이든 시대를 품고 있지만 한 나라의 수도는 그것에 더해 더 많은 시간과 역사가 쌓이고 덮이면서 오염된 채로 발굴자에게 노출된다.”(33 페이지) 같은 구절이다. 저자는 자신을 답사로 다져진 인생(70 페이지)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고고학 즉 발굴이란 나라에서 자격을 부여한 사람들이 허가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조사다.(92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무덤 주변에 막걸리를 뿌리는 것은 땅을 파기 전에 지신에게 “우리가 땅을 열겠습니다.”라고 인사드리는 것과 같다. 저자가 답사를 다닐 때 주로 주의 깊게 보는 것 중 하나는 배수 체계와 우물이다.

 

저자는 예술성이 뛰어난 자료만이 아니라 깨진 토기 조각이나 자기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고고학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고고학으로 뜬 인디아나 존스는 문화재계 사람들에게는 보물 사냥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둥근 크라운에 챙이 아래로 처진 토피(topee) 모자는 유럽 식민주의의 물리적 또는 문화적 첨병이었던 군대나 탐험가 등이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지에서 활동할 때 썼던 모자다.

 

2018년 트럼프 부인이 케냐, 이집트 등의 아프리카를 방문할 때 이 모자를 썼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가 이를 비판하는 글을 실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저자는 AI 세상이 와도 고고학은 살아남을 것이라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고고학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50대 50을 차지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하는 현장에 있었다. 당시 엄청난 규모의 유물을 포장, 해포(포장 풀기), 이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본 덕에 어느 박물관을 가든 그곳의 큰 그림을 보는 안목 또는 사물을 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신체 사이클은 도시 및 발굴 현장에 맞게 시스템화된 지 오래다.(발굴 현장은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고고학은 극한 직업이라 말한다. 저자는 공리(공유와 이해)라는 소규모 공부 모임에도 참여한다. 미술사, 건축사, 조경학, 과학사 사진학을 전공한 분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들이 고단한 가운데서도 일련의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스트레스가 주는 긴장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찰 고고학, 건물지 고고학 개설서는 아무래도 자신이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저자가 열심히 연구하고 발굴하고 공부하고 글 쓰는 분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배운 것이 많다. 저자가 관계하는 고고학에 대해 쓴 것처럼 해설사로서 그런 글을 써야 한다면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하여준 책이기도 하다. 다른 고고학 책들을 읽어야겠다. 아니 저자의 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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