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박이정 지음, 이우정 극본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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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최근에 무거운 소재의 책을 많이 읽었기에 몸도 마음도 축~ 가라앉았는데 어제는 상큼한 소설 한편을 읽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몰입했고,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며 때로는 웃고 , 때로는 추억에 정신을 맡긴채  설레임으로 그렇게 밤을 또 지새웠던 책이 북21에서 출간되었는데, 이 소설은 이미 티비에서 방영되었고 많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드라마 극본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제대로 본적은 없지만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면서 몇 몇 장면을 보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아~윤윤재 역할은 서인국이 맡았겠구나~, 펑퍼짐한 얼굴에 왈가닥 시원은 표지의 여인이겠구나~~ ' 하면서 나름대로 대입을 해보며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는데, 복고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써니>도 많이 생각났다.

 

 

 

내게도 저 시절이 있었는데~~, 내게도 저런 친구들이 있었는데~~, 좋아하던 영화배우의 브로마이드로 도배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연락이 두절된 친구들도 그립고, 무엇을 해도 예쁜 나이였던 고교시절이 많이 그립다. 원래부터 이 나이였던 것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생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삶이라는 바다 한가운데 던져진 작은 물고기마냥 매일을 허우적대며, 삶에 찌든 모습으로, 내가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서 허둥대며 방황하던 내게 <응답하라 1997>은 설레임을 한아름 안겨주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을 만큼 재미 있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잊고 있었던 시절로 독자들을 이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시간동안은 마치 타이머신을 타고 있었던것 마냥 신났는데 3040 세대의 큰 공감을 불러올만큼 상큼 발랄한 소설이다. 40대는 영화 <써니>에 더 큰 공감을 하겠지만 약간 비켜난들 어떠하리~~. <응답하라 1997>도 다마고치,pcs,cd플레이어,,, 잊고 살았던 그 시절로 독자를 이끌어준다~.

 

 

소설 속의 윤윤제는 공부면 공부,운동이면 운동,게임이면 게임,, 못하는게 없는 멋진 아이다. 그런 윤재의 곁에는 약간은 펑퍼짐하고 HOT의 토니의 광팬이자  빠순이 성시원이 늘 함께였고 , 애교 넘치는 유정, 공부는 약간 못하지만 분위기 메이커인 성재,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준희, 서울에서 전학온 학찬은 온갖 야동을 섭렵한 야동계의 황제로 부산 광안고의  새로운 멤버로 자리잡았다. 약간은 억센 부산 사투리가 소설 속에도 그대로 드러나 등장인물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려주었으며 풋풋한 학창시절을 맛있게 그려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는 첫사랑의 기억도 살랑살랑 봄바람 불듯 소설과 함께 되살아나 설레임에 젖어들게 만들었으며 ,함께가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기며 이리저리 몰려다녔던 옛친구들이 많이 생각났던 그런 소설이다.

 

 

-"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딱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우리 형. 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한 우리 형이고.... 다른 한 명이 니. 성시원인데, 우리 형이 니가 좋단다. 그것도 많이... 내처럼. 내 어떡하까? 어떡하면 좋겠노? 어떡하냐고,가시나야!" - 198P

 

 

소년이었던 윤제는 어느덧 남자가 되어 시원에게 사랑을 느끼고 수능이 끝나는 날 고백하려했지만 시원을 만나기로 했던 날,,,  10분 먼저 윤제의 형은 동생에게 자신은 시원을 여자로서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자신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형 태웅의 고백에 윤제는 시원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런 윤제의 곁에는 준희가 언제나 함께였고 ,그 역시 이루지 못할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있다. 이렇듯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과 우정이 여물어가는 소설에서 시원네 가족은 없어서는 안 될 맛깔스러운 양념 역할을 하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윤제는 시원을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있을까? 시원은 형 태웅의 사랑을 받아들일까? 준희의 가슴 아픈 사랑은....?

 

 

-10대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건,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답을 찾아 이리 쿵 저리 쿵 숱한 시행착오만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순간, 기적적으로 정답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성인이 되어 크고 작은 이별을 하게 된다. - 203P-

 

-그래,로맨스도 지나면 일상이 되고 생활이 온다. 순수함은 때묻어가고,열정은 얼어붙어가고,젊음은 영악함으로 나이 들어간다. 그리하여 순수했던 시절의 첫사랑은 고단하고 지난한 일상이 되는 거다. 이게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나. - 3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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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 2012 뉴베리 아너 상 마음이 자라는 나무 32
유진 옐친 지음, 김영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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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혼북이 뽑은 최고의 소설,2012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교실은 친구는 넘어서야 하는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 함께 할때 행복해지는 관계가 될 수 있을 때 교실의 험악한 모습이 사라지고 가고 싶은 학교, 즐거운 학교, 늘 함께이고 싶은 친구가 있는 교실이다.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교실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학생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서열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아이들이 저마다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게끔 돕는 일이야말로 교육이 해야할 일 아닐까 생각하고, 성적표가 아이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는것은 아닌데 우리나라는 성적표와 부모의 재력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을 만들려면 성적 위주, 학벌 위주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길이 첫 번째일것 같다.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와 교실의 풍경을 뒤로하고, 이 책은 스탈린 시대의 교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시절을 견뎌내야만 했던 작가여서 그런가 모든 것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스탈린 시대를 지나 히틀러 집권 당시를 배경으로 쓰여진 책은 다양하다. 이 책도 맥락은 같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이 어떻게 공산주의라는 이념에 물들어갔으며,어떻게 독재자의 품에서 벗어나 신념의 올곧음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스탈린의 소년단원이 되고 싶은 아이 사샤는 아빠와 단둘이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KGB에 근무하는 아빠는 늘 번쩍이는 구두와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여 함께 사는 이웃들의 선망을 받는 가운데 사샤는 학교에서 소년단의 기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아빠는 귀빈으로 교장선생님의 초대를 받았다.

 

내일이면 붉은 스카프를 매고 소년단원으로서의 시작을 기대했지만 한밤중에 찾아온 KGB장교는 아빠를 체포해 끌고갔고,그들의 방은 이웃인 스투카초프가 차지해버렸다. 홀로 남은 사샤는 아버지가 마련해준 붉은 스카프 한장만 가진 채 고모네 집으로 갔지만 고모부는 사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고 거절한다. 내일이 되면 잘못된 부분이 바로잡아지고 스탈린 동지가 아빠를 무사히 데려다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은채 사샤는 다음날 학교에 등교했다. 그러나  소년단 발대식 깃발을 가져오다 실수로 스탈린 동상의 코가 깨졌고 사샤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사건은 연이어 발생하는데...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 변함 없는 공상당원으로 충실함을 보여주기 위해,친구를 고발해야 하는 상황, 아버지를 비판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소설은 사샤의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되었다. 어른과 아이, 신념과 독재에 관한 내용으로 내가 살기 위해서는 이웃을 고발해야 하는 상황, 친구를 밀고해야 하는 상황이 긴박하게 펼쳐지며 사샤의 두려움이 무엇에서 기인한 것인지 ,지금까지 믿어왔고 찬양해 마지 않았던  체제의 거짓을 깨닫는 과정으로 연결되며,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와 잔인함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푸른나무에서 출간된 에바,문원 출판사의 엄마는 반역자, 시소출판사의 아우슈비츠의 바이올린,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안네의 일기 등이 있다.

 

-"우리는 너에게 케이지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주려는 거야. 네가 할 일은 딱 하나야. 귀를 기울이고 눈을 크게 뜨고,너희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행위를 신고하는면 돼. 네 가슴 깊은 곳에 새겨진 공산주의에 대한 헌신을 네 안내자로 삼으면 될 거야. 네 아빠처럼 우리의 비밀 요원이 되는 거지. 스탈린 동지는 네 아빠를 '우리의 심장부에서 해충을 청소하는 강철 빗자루'라고 말?어. 우리에게 신고할 거리를 잔뜩 가져오렴, 사샤. 그럼 언젠가 스탈린 동지를 직접 만날수도 있을 거야. 한번 상상해 봐." -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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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파코 로카 지음, 김현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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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한 줄 한 줄 깊어가는 '주름'처럼 쌓아온 인생의 마지막 날,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겠습니까 ?...

노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현실이고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얼마전에 티비에서 죽음에 관련된 오락 프로를 봤는데 참가자가 많이 울어서 더이상 진행을 하지 못했던 장면이 생각난다. 죽음을 전제로 내게 가장 소중했던,, 기억하고 싶었던 목록을 작성한 뒤 그것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가는 장면이었는데 출연자 못지않게 나도 가슴이 먹먹해져 한참을 울었다. 무엇을 지워야 하나.. 보통은 자신에게 소중했던 물건들이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고 늘 옆에 끼고 살았던 휴대폰 과 사진들,, 수첩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차마 지우지 못하고 남는 것은 가족들이었기에 가족이라는 의미와 죽음,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을 했더랬다..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났다. 우리 할머니도 알츠하이머, 즉 치매 환자셨기에 어린날에 보았던 하루, 또 하루는 지옥과도 같음을 안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슬픈 현실도 나는 안다.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도 안다...기억을 하나씩 하나씩 잃어버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픔을 조금은 알것도 같다. 가끔씩 돌아오는 정신의 암담담을 느꼈던 할머님을 통해 나는 보았고 알아버렸다... 알기에 서글프고, 서글프기에 무섭기도 하다.

 

자꾸만 없어지는 기억 속에서 남겨진 가족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요양원이라는 곳에 모신다 한들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을까 . 그 깊은 심연을 나는 보았고 느꼈기에 책을 읽어가며 할머니를 추억했다. 치매 환자로 인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어머님을 보았기에 나는 우울했다.. <주름>은 스페인 작가 파코 로카의 친구 디에고의 아버지 에밀리오씨의 이야기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버지를 닮기 시작하면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거라고 한단다..거울 속의 모습이 작가의 아버지를 닮기 시작했다면 ,내가 보고 있는  거울 속의 나는 내 어머니를 닮았다는 것을 느껴본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 노환이 찾아와 어쩌면 내게도 생길 수 있는 병이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에밀리오의 자식들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젊은 시절의 자신인데 돌아보면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의 처연함...  얼만큼 가슴이 먹먹해져올까. 노년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추억을 되새기며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고 더 즐거운 일을 찾아야 할 노년이면 좋으련만 모두 그렇지 못하듯 치매라는 병 때문에 하나씩 하나씩 빠져나가는 기억을 잡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름>에는 요양원의 생활이 이런것이었구나 싶을 만큼 공감되게 그려졌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하나씩 기억을 잃어가는 진행 단계를 걷고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에밀리오와 그의 병원 친구는 탈출을 감행한다. 하루를 살더라도 제대로 ,사람 답게 살아보려고... 그러나 기억을 잃어버린 노인들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이 책에는 두 편의 만화가 들어있다. <주름>과 <등대>. 등대는 스페인 내전 상황에서 패전 뒤 가까스로 살아남아 섬으로 떠밀려온  열여덟살 병사와 외로운 등대지기 노인의 이야기다. 청년은 등대지기로 부터 모비딕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불리우지만, 살아갈 희망이 없었기에 하루 하루 무의미한 삶을 이어가던 중 노인이 만들고 있는 배와 환상의 섬 라퓨타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난파되어 섬까지 떠밀려온 자재로 배를 만들어 라퓨타에 가기로 하는데...

 

<등대>역시 가슴 아픈 이야기임에는 틀림 없다. 작가가 여러번 수정을 거쳐 세상에 내보낸 책이니만큼 애정도 깊겠지만 책을 읽어가는 독자 역시 책에 애정을 느낄듯하다. 짧은 컷 만화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을 그런 책... 이 책이 내게 그러하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추억을 잃는다는 것... 머리에서 사진이 한장씩 날아가는 책표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다...

 

인생의 마지막 날,, 나는 무엇을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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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 유인경 기자의 더 생생하게, 즐겁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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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세월에 지지 않고, 나이에 밀리지 않고, 당당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유인경 기자의 삶을 살짝 맛보면서 내린 결론은 이 사람은 정말 유쾌한 사람이구나~ 이 사람은 세월이 흘러도 유쾌하고, 귀여운 할머니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단다. 책을 읽어보니 얼마나 열심히,치열하게 살아왔는가가 엿보인다. 그녀만큼 나이를 먹은 것도 아닌데 삶의 끝에 다다른양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방황 아닌 방황을 일삼던 내게 따끔한 침을 놓아주듯, 곁에서 재잘재잘 떠들어주고 공감해주듯 그렇게 나를 달래준다. 자신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그녀가 오십에 다다랐기 때문이란다. 지인의 승진이나 친구의 잘 풀리는 생활에도 뺑덕어멈 처럼 눈꼬리 치켜뜨고 삐딱한 시선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축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넉넉한 오십에 다다랐기 때문이란다. 일견 그럴수도 있겠구나.. 아직 그 시간까지 살아본것은 아니기에 뭐라 큰 공감은 없을지라도 그럴수도 있겠다는 작은 공감은 뒤따랐다.

 

- 그리운 사람의 사진을 수첩이나 책상에 간직하지 않고도 항상 마음이나 가슴에 떠올려 그리워할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살할 일이다. 아무리 많이 그리워해도 그리움은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으니 마음껏 그리워해야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 역시 그리운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건 더 큰 축복이리라. -  63p-

 

오십줄을 넘었다고 인생이 끝난것은 아니듯, 이제 그녀는 겨우 오후 세 시를 지나고 있다는 긍정의 마음가짐이 앞으로 나아갈 그녀의 발걸음을 더욱 더 가볍고 경쾌하게 만들어 줄 것이므로  나도 조급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시골의사로 잘 알려진 박경철씨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내 자식에게도 그렇고 누군가에게 그리운 존재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했단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경청하고,공감하고, 좋은 친구를 만들며,자신의 일에 충실한 삶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지혜, 그것이 필요한데 아직도 나는 내 삶의 여유를 만끽하기에는 나이를 덜 먹었나 보다. 당장 필요치 않을 고민을 한아름 마음 속에 담고, 내일이 와도 해결되지 못할 문제로 오늘을 걱정하며, 언젠가 다가올 노후 걱정으로  하루를 피곤하게 보내는 나는 덜 여물었나 보다. 

 

 

남들의 꽃밭에 무슨 꽃이 피었나, 어떤 꽃이 더 예쁜가를 구경하느라 열등감에 시달리고, 내 꽃밭을 못 가꾸다가 이제야 내 꽃밭에 눈을 돌리는 나이가 50세란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듯하다. 성인이 되려면 아직 몇 년의 시간이 남아있는 자식들 걱정에, 이런저런 생활의 모순들 까지도 누구가의 꽃밭에 비교해보며 내 꽃밭의 꽃이 덜 피었음을, 화려한 장미가 아닌 들꽃이 더 많았음이 속상해 가슴을 치는 일이 잦은 나는, 아직도 인간적으로 성숙한 단계가 되려면 멀었다는 것을 느껴보며 오십을 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 내 꽃밭의 꽃을 아름답게 가꿔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꽃들이 비싸고 화려한 꽃이 아니라 수줍게 피어나 들판을 아름답게 수놓는 들꽃이더라도...

 

-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통 주머니와 십자가를 지고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평화로워졌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어떤 불행한 상황이 닥쳐와서가 아니라, 끝없이 성공하고 잘나 보이는 남들과 비교하고, 쓸데없는 걱정으로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기 때문이다 .- 216p-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사는 삶,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구경만 하는 삶은 우리를 피로하게 만드므로, 남들이라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갖추어 넉넉한 품을 가져야겠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유인경 기자의 삶과 생각이 녹아져있다. 많은 책들을 인용한 삶의 에피소드는 작은 선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고 , 때론 살며시 미소지으며, 때론 크게 고개를 끄덕여가며 그렇게 읽었던 그녀의 에세이 한편... 오십은 삶이 끝나는 지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나이라는 그녀의 활기찬 하루에 감탄을 보낸다.

 

-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났거나 돌이키기에 늦은 일들이며, 22%는 사소한 일들에 대한 것이거, 4%는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들에 대한 것이다. 고작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에 대한 것이다 - 2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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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보트 - 살아남은 자들의 광기 어린 생존 게임
샬럿 로건 지음, 홍현숙 옮김 / 세계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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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의 광기 어린 생존 게임: 라이프 보트>

 

-1884년, 선원들과 소년이 라이프보트에 탄 채 표류하던 중 식량을 목적으로 소년이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선원의 일기가 발각되어 그들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법률 교과서에 실린 실화를 모티브로 샬럿 로건 작가의 손에서 쓰여진 한편의 심리 드라마<라이프 보트>를 읽기 전에,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실제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내려갔다. 그저 소설로만 읽어갈 수 없었고, 독자로서 관망하듯 냉정하게 바라볼 수 없었기에 아마 오래도록 가슴 한켠에 답답함을 안겨줄것만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누구의 손에서 만들어져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는가?.. 답을 못하겠다. 나름대로 정의에 대해 , '정의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었던 지난날이 의심스럽고, 깊디 깊은 마음 속의 소리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것만 같아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소설의 내용은 그레이스의 회상이자 일기로 시작된다. 부유했던 집안의 맏딸이었던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어느날 동업자의 사기에 휘말려 파산했고 아버지는 자살을 선택했다. 남편에게 모든 것을 의지했던 자상한 어머니는 상실의 늪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고, 현실적인 동생 미란다는 조금의 좌절 끝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정교사로 나섰다. 그러나 그레이스는 직업을 가지겠다는 생각 보다 신문 한켠에 실린 부유한 은행가 헨리의 약혼 소식을 접하고 그를 유혹하기로 한다.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는 작전에 성공하고 약혼자가 있었던 헨리는 그의 부모님에게는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그레이스와 결혼을 감행했고 그들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탈출하여 호화로운 여객선에 탑승했지만 얼마 안가 여객선은 침몰하고 그녀는 라이프보트 14호에 탑승하여 목숨을 건졌다. 그리하여 자그마한 보트에 운명을 맡긴 서른 아홉명의 생존자들의 광기와 불신,다툼과 생존을 위한 사투를 그린 소설..

 

-희생양을 선택해야 한다면 분명 메리 앤이나 마리아처럼 나약한 인간이어야 할 것 같았지만, 막상 남자 중 누군가가 - 닐슨 씨였던가? - 이런 상황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보트에서 할 일이 많으므로 희생되어야 할 대상은 여자여야 한다고 말하자, 온 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하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가 그런 생각과 그토록 힘들게 맞서 싸웠던 건 그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메리 앤, 어때요? 바다에 몸을 던지면 괴로움이 한결 덜할 거예요. 어차피 죽을 거라면,. 배고픔이나 갈증으로 죽는 것보다 물에 빠져 죽는 게 훨씬 낫다고 들었어요. " - 173p-

 

-우리는 모두 체면을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상태였다. 먹을 것과 쉴 곳을 빼앗긴 상황에서는 선함도 고귀함도 설 자리가 없었다.-177p-

 

이 소설은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아니,, 친절을 떠나 소설이 생명체인양 스멀거리듯 살아나 독자인 나의 정신을 옭아매어 놓아주지를 않았다는 것이 맞을듯하다. 보트의 무게를 줄이고자 희생양을 선택할 때의 상황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고, 하디가 모두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품속에 숨겼던 것이 무엇인지도 끝내 알 수 없고, 선원이자 14호 라이프보트의 책임자였던 하디의 생존 소식을 끝내 알려주지도 않았듯이 많은 부분을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 채 끝을 맺지만, 책을 읽는 독자는 끝내 이 소설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작가는 이미 예견했을것 같다.  또한 작중 화자인 그레이스가 내가 되고, 내가 그레이스가 되었던 것처럼 두서 없이 혼동됨은 이전까지 있어왔던, 간직하고 있었던,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나의 도덕 관념의 뿌리가 흔들림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두려움 때문이었고, 이후의 세월은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할것 같다..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기 위해 널빤지를 잡고 있던 사람이 널빤지를 뺏으려 하는 자를 밀어낸다면 , 그건 살인인가 아닌가에 대해 긴 토론이 이어졌다. 그럼 널빤지에 두 번째로 도착한 사람이 먼저 와 있던 사람을 밀어냈다면 그 사람은 살인자인가? 인간이라면 당연히 살려고 몸부림칠 테고 널빤지는 한 사람만 지탱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획일적으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가? 생존한 사람의 그런 행동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면, 그 생존자는 불행하게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가? - 262p-

 

도덕이란 무엇인가? 생존이란 무엇인가?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눈감을 수 있는 것인가? 혹은 나의 생존을 위해서는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저 그 사건의 중심인 라이프보트 14호에 내가 있지 않았음을 감사해야 하나.. 지금까지 믿어왔던 정의 말고, 진짜 정의란 것이 있기는 할까...?  소설 한편을 읽고나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보기는 또 처음인것 같았고 오래도록... 아주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그런 소설이었음에 작가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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