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틀, 비법을 가르쳐주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막막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나름대로 터득한 요령은 있지만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건 ‘붕어빵 틀‘을 가르쳐주는 것이고, 그틀은 사람들을 굴레에 갇히게 한다. 틀은 남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자기만의 형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남의 글을 참고하는게 좋다. 신문 칼럼에 관심 있으면 신문을 집중적으로 보며 관찰하고, 잡지 글을 쓰고 싶으면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자꾸 써보면 뭔가습득되는 게 있다. 여행에세이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얘기한 것들을 상기하면서 글을 분석하다 보면 뭔가 보일 것이다. 그걸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같은 노력과 고민 없이 붕어빵틀을 통해 쉽게 글을 쓰면 발전이 없다. 물론 무조건 쓰라는 게 아니다. 틀이 필요하지만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틀을 만들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고민이다. - P143

저자로서 남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표절과 다르다. 나는 남의 여행서도 가끔 읽지만, 특히 철학·사회학 분야의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공부하고 익혀서 그 내용들을 여행기에 풀어 넣는다. 그리고 출처를 밝힌다. 그건 표절이 아니라공부하고 배우는 것이다.
문장의 표절뿐만 아니라 주제, 편집, 구성의 표절도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법적으로 명확하게 가리기 힘들어 보인다. 현실에서는 ‘어떤 책이 떴다‘ 하면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종종 비슷하게 글을 쓰게 될 수도 있다. 같은 영역의 책을 참고할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가이드북이 가이드북을 적당히 베낀 후각색하고, 여행기가 여행기를 흉내 내면 근친상간과 비슷하다 생물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책에서도 그건 안 좋다. 서로 영역이 다른것들을 참고하고 출처를 밝힌 후, 자기 식대로 표현하면 문화의 발전이 되지만, - P160

대중서, 여행기에 주석을 달거나 참고문헌을 밝히면 지적 허세를 피우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밝히는 이유는 표절을 피하고, 원저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며 수많은자료를 건드릴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독자에게좋은 책을 소개하는 서비스의 의미도 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학설, 역사적 사실 등을쉽게 쓰려면 완전히 이해한 후 자기 말로 요약 혹은 해설을 곁들여야 한다. 그건 인용의 수준을 넘는다. 읽는 사람은 쉬워도 쓰는 사람은 힘들다. 그래서 덜 익히거나 잘못 이해한 내용을 자기 식대로쓰다 보면 오류가 발생한다. 이걸 제대로 하려면 자료를 두루두루섭렵하고 고민해야 한다. 책 하나 달랑 보고 글재주로 녹이는 태도는 많은 오류를 생산할 수가 있다. - P176

콘셉트는 작가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중심이지만, 독자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사회적인 관점, 시장성의 관점에서도 접근한다. 책을 내려면 글만 잘 쓰면 안 된다. 무조건 시장 트렌드를 좇는 행위도 바람직하지 않다. 작품성, 사회성, 상품성 등을 모두 감안하면서 콘셉트를 잡는데 이 과정이 힘들다. 콘셉트를 잘 잡아야구성도 잘 세워지고 글도 잘 써지며 출판사에서도 환영받는다. 무조건 여행 많이 하고 글의 재능이 있다고 콘셉트를 잘 잡는 것은아니다. 삶, 세상, 인간, 여행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고민과성찰이 있어야 한다. 콘셉트를 외부의 트렌드에서만 잡으면 선동적인 구호 혹은 광고 카피처럼 전락된다. 자신의 뻑적지근한 삶과 사회적인 흐름이 조화롭게 결합되면 좋은 콘셉트가 나온다. - P192

사진에세이에서는 어떤 사진들을 선택해야 할까?
멋진 사진도 필요하지만 에세이가 결합되는 장르이기에 글이 잘 나오는 사진이 중요하다. 글이 잘 나오려면 메시지가 분명한 사진이좋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사건이든, 감성이든 사진을 보는 순간독자를 확 빨아들이는 초점과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내가 왜 이사진을 찍었으며, 이 사진을 찍는 순간 나를 빨아들인 것이 무엇이었나? 그걸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일반 여행가의 사진은 글을보조하는 역할을 하지만 사진에세이에서는 사진 자체에 힘이 있어야 한다. 아름답거나, 멋진 사진 이전에 강렬한 메시지, 초점이 있는 사진이 글을 잘 불러낸다. - P208

또한 전업작가들은 한때 여행 경험을 평생 우려먹는 게 아니라 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공부해야 한다. 시간, 에너지, 비용이 계속 재투자되어야만 하는데 수익성은 높지 않다. 결국 돈을벌기 위해 신문·잡지 등에 글을 쓰고, 대학·문화센터 · 기업체 등 - P224

의 강의, 방송 등 다방면으로 뛰어야 한다. 그나마 이 길에서 10,
20년 버틴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 그게 현실인데 출판사에는 여행기 원고가 끊임없이 투고되고, 여행작가 글쓰기 강의에는사람들이 몰린다. 여행을 즐기고 나서 책이 나오면 좋고, 안 나와도 좋다는 생각을 하면 괜찮지만 전업 여행작가의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다.
나는 히피처럼 살다가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책이 늘어날수록 살림은 쭈그러져 왔다. 그 과정에서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은 평생 가슴에 안고 갈 짐이 되었다.
그런데도 왜 이 길을 가는가? 내가 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단지 여행과 글을 생계 수단이 아니라 나의 삶을 열어가는 행위로 대했기때문이다. 그게 운명이라고 생각하니 희열도 느꼈다. 이런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내 주변에는 가끔 보인다. 생활은 여유롭지 않지만그래도 정신은 살아 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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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리기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는 삶의 본질적 가치를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는 달리면서 그러한 본질적 가치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런 방법에 달리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세속적이고 평범해도 가장 합리적으로 삶의 의미를 설명해 주는 방법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삶의 의미에 대한 대답이 늘 취약하고 변화한다. 그것은 몇 분 만에 쉽게 이해되었다가는 곧 사라진다. 그러나 이들이 어쩌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 P15

달리기에 대해 쓰려면 글의 구조도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나는서서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글을 구성하는 생각은 아귀가맞지 않아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특별한 것이 없는 활동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발을 내딛고 팔을 흔드는 움직임은 모두 한 동작에서 다음 동작으로 흘러간다. 이 책을 구성하는 생각도 이와 같다. 달릴 때처럼 생각들도 하나에서 다음으로 물 흐르듯 한 순간도 똑같거나머물러 있지 않고 늘 변화하며 흘러 간다. - P17

전통적인 중년의 위기는 자유에 관한 것이지만 이것은 특별한 종류의 자유이다. 서서히 미세한 먼지가 되어 결국은 소멸하는 인생에서어른을 짓누르는 책임감을 벗어던지려는 자유임이 틀림없다. 그러나그 형태는 젊음의 자유를 흉내 내려고 한다. 젊은 여성과 빠른 스포츠카가 젊음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은 노년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이며, 우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격해 오는 삶의 자유인 빠른젊음의 자유를 재현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필요에 맞게 행동하는스피노자의 자유이다. 그러나 장거리 달리기에 체화된 자유는 매우 다르다. 이것은 스피노자의 자유, 젊음의 자유가 아니다. 스피노자의 자유는 육체와 정신의 경계를 허문다. 실제로 스피노자는 육체와 정신은결국 하나라고 생각했다. - P50

데카르트에 따르면, 뇌를 포함한 육체는 다른 물질과 상세 구성이다를지언정 역시 하나의 물질이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보통 동일한 것으로 본 정신, 영혼, 이성 혹은 자아는 매우 다르다. 정신은 물질적 대상이 아니며 물질과는 다른 실체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법칙을 따른다.
그 결과로 나온 데카르트식 이원론은 인간을 물질적 육체와 비물질적정신의 전혀 다른 두 가지가 결합된 것으로 본다.
정신에 대한 데카르트의 견해가 옳다고 보기는 매우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장거리 달리기의 자유는 스피노자보다는 데카르트의 자유인 것이 분명하다. 약한 쪽은 육체이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거리를 늘려 나가는 것은 육체를 속이고 설득하는 정신의 능력이다. 104번가에도달해도 계속 달려야 한다. 나는 내 육체가 여전히 내가 지정한 페이스대로 한 발 한 발 내딛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신은 성공적인 달리기를 위해 가끔은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 인내심의 저변에는 자기기만이있는 것이다. - P51

철학적 질문이 삶에 대한 질문, 즉 삶에서 중요하거나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라면, 문제의 강도과 긴급성은 살면서 스스로느껴야 한다.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매력적인 대안과 그 매력에 굴복하고 마는 것은 근본적으로 살면서 직접 느끼고 실행하는 것이지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의미 혹은 가치라는 문제를 느낄 수 없는 한,
어떤 대답이 주어져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대답은 우리 정신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그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피와 뼈 속에 있다. 삶이라는 문제의 의미를느끼는 것은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살아가면서 삶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창자와 혀에서 느껴지 - P56

는, 저린 뼈와 시린 피이다. 삶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삶을구원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정확히 무엇으로부터 삶이 구원받아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 이해하는 것이고, 피가 묽어지고차가워지며 체력과 지력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느낄 때 알게 되는 것이다. 삶에 의미가 있다면,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1960)가 말한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그 무엇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삶의 의미, 즉 삶의 가치를 묻는 것은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 P57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경험하는 자유는 정신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자유이다. 장거리 달리기에는 일종의 앎도 있는데 아직 젊었던 경쾌한 시절로 스며들었던 바로 그 앎이다. 이것은 가치의 앎이며 삶에서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리는 앎이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경험하는 자유는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자유가아니다. 이것은 제약이 없음에서 오는 자유가 아니다. 오히려 장거리달리기가 내게 가르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의 자유로부터 내가 얼마나 멀어지는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의 자유가있는데, 바로 나도 모르게 생기는 자유, 의심 없이 찾아오는 자유이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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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먹듯 책을 편식하던 파타는 어느 날 언니에게고전소설의 즐거움을 알게 된 마음을 흥분된목소리로 전했다. "축하해. 사람들과 한 발짝 더멀어진 걸. 언니는 웃었다. 파타도 따라 웃었다.
혼자 있는 그 시간 자체가 고전임을 알아버린두 자매는 혼자이면서도 동시에 함께였다. - P23

"전 정체성을 찾고 있어요."

"아주 좋은 시기네요."

"근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파타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고 경계인은 파타를보지 않은 채 말했다.

"매년 올라가야 하는 계단은 높이도 다르고 깊이도달라요. 작년보다 이번 계단이 유독 높았나보네요. 그래서 적응하는 중인가 보다. 그건혼돈의 시기가 아니라 빨리 온 축복이라고 하는거예요. 정체성을 찾아야 해. 그게 앞으로의 몇년을 책임질 거야.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비빔밥을 만들어버려요. 아주 좋은 축복이니자꾸 연구하지 말고, 그냥 관찰해." - P32

파타에게 이때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는지 물어본 적이있다. 한참 뜸을 들이던 파타는 오래도록 눈을굴리다 말을 시작했다.

"자꾸만 내 행복을 빌어줘서..."

"사람들이 자꾸만 내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거야.
그들의 소망이 덕지덕지 내 몸에 붙어서떨어지질 않아." 널 사랑하기 때문인 걸 잘알지 않냐는 말에 "알아. 내가 나쁜거 알아.
아니, 이게 싫은 거야. 자꾸만 내가 나쁜 사람이되게끔 만들어. 그저 사는 나에게 자꾸만행복하라고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지 사람들은모르나 봐.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 P39

"난 그 무거운 임무에서 도망친 건데, 떠난 나에게 또물어보더라. 여행은 행복하냐고, 돌아온 나에게또 물어보더라. 어땠냐고 다녀오니 행복하지않으냐고.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게."

"행복하다고, 홀가분하다고 이야기했어. 원하는 답을해주고 말았어."
파타의 인정에 그들의 표정은 그제야 흡족해졌다는이야기를 끝으로 그녀는 입을 다물다 들릴 듯말듯 읊조렸다.

"내가 진거야." - P40

"잘해준다는 건 선의의 일이지만 아무도 모르는숨겨진 또 하나의 의미가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친절하더라도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다는말이야. 내 진심을 의심하지는 마. 그냥 엿이따라올 뿐이야."

그녀는 경쾌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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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쓰기 훈련법의 원칙은 이렇다.

첫째, 신문칼럼을 베껴쓰며 글쓰기의 기본을 익힌다.
둘째, 흥미롭고 끌리는 분야의 글을 베껴쓴다. - P63

‘문장을 짧게 쓸 것‘, ‘첫 문단을 짧게 쓸 것‘, ‘활기찬 표현을 사용할 것‘, ‘긍정적인 표현을 쓸 것" 헤밍웨이가 근무했던캔자스시티 스타 신문사의 문장 지침이다. 동시에 헤밍웨이 소설 문장의 특징이며, 세상의 소설가들이 헤밍웨이로부터 배우려는 문체의 핵심이다. 헤밍웨이는 신문기사를 쓰며 글쓰기를업으로 삼았고, 신문기사를 쓰며 글쓰기를 단련했다. 예나 지금이나 신문기사는 단순하고 명료하며 정확한 것이 생명이다. 그래야 가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대로 잘 쓴 글을베껴쓰기 위해 신문칼럼을 베껴쓰는 이유다. - P75

배워야 할 것이 있으면 하면서 배운다.

-아리스토텔레스 - P93

나는 이와 같은 베껴쓰기 심화훈련에 ‘프랭클린 베껴쓰기‘라는이름을 붙였다. 프랭클린처럼 욕심껏 글을 잘 쓰기 위해 연습하고 훈련하는 방식을 익히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기계적으로 문자만 옮겨 쓰는 방식의 베껴쓰기를 ‘바틀비 베껴쓰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 P99

글을 참 잘 쓰게 되는 베껴쓰기 심화 훈련법

단계 1. 프리뷰잉_ 미리읽기 신문에서 베껴쓸 칼럼 고르며 읽기

단계 2. 액티브리딩 읽기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읽기

단계 3. 카핑 골라낸 칼럼을 베끼기

단계 4. 필터링 베껴쓴 것을 원문과 대조하며 읽고 고쳐 쓰기

단계 5. 리리딩 베껴쓴 것을 다시 읽기

단계 6. 모니터링읽은 것을 더 잘 이해하는 일련의 활동하기

단계 7. 앵커링 모니터링한 내용을 글로 써보며 자기화하기 - P101

다시 반복하지만 중요한 것은 프랭클린처럼 주의 깊게 신중하게 베껴쓰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틀비처럼 무의식적으로 의미 없이 글자만 옮겨 적어서는 베껴쓰기의 효과가 전혀 없다. 프랭클린처럼 효과가 탁월한 베껴쓰기를 하려면 음미하듯 천천히 그리고 세심하게 집중하며 베껴써야 한다. 문장 표현은 물론 구두점 하나까지,
문장 부호까지 원본 그대로 베껴써야 한다. 베껴쓰기의 목적은 필자가 의도한 사고의 과정을 추적하고 문장으로 표현되기까지의 경로를그대로 따라 해보는 데 있다. 필자가 글을 생산하기까지의 물리적인작업을 정확히 모방해야 의미가 있다. - P113

디브리핑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칼럼을 읽고 이해하고 느낀 것(앞단에서 해온 일련의 활동 끝에)을 글감으로 하여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려 다른 이와 공유하면 대화의 소재로삼기 딱 좋다. 또 칼럼에 등장한 인용이나 사례를 넣어 글을 쓰거나칼럼을 쓰게 만든 실제의 사례를 거론하며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글을 썼지만 나는 좀 다르다 하는 식으로 쓰다 보면 읽은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방법은 "초서라 불린 정약용 선생의 독서법과 비슷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책을 읽으며 중요한 내용을 베껴썼고, 이때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메모했다. 선생은 이 독서법으로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생활 18년 동안 수백권의 책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세종대왕도 베껴쓰기 중심의 독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 하여 ‘백독백습‘이다. 아버지 태종이 책을 주면 세자이던 세종은 그 내용
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베껴쓰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 P127

"가장 열등한 것이 당신을 결정한다."

암웨이 창업자 제이 밴앤델 - P133

베껴쓰기로 습득되는 글 잘 쓰게 되는 6가지 능력

특별한 능력 1. 크리에이티비티(창의적 생산성)
특별한 능력 2. 큐레이션(정보처리력)
특별한 능력 3. 대중화법
특별한 능력 4. 콘텐츠 파워
특별한 능력 5. 설득장치 : 레토릭
특별한 능력 6. 언어 표현의 유창성 - P137

내가 고안해서 활용하는 ‘A.P.T‘라는 이름의 구조물을 소개한다. 신문칼럼을 읽고 이 구조물에 맞춰 내용을 분해해보자. 거의 대부분 짜맞춘 듯 맞아떨어질 것이다. 그런 다음 이 구조물을 당신의글쓰기를 위한 생각의 프레임으로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자. 당신도신문기자처럼 글을 잘 쓰게 될 것이다. - P143

글쓰기의 APT

Attention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과 도입부 쓰기
Point 사안 및 그에 대한 관점 짚기
Trigger 당신의 입장을 정리하여 제시하기 - P144

베껴쓰기를 하며 배워야 할 신문 칼럼니스트들의 대중화법은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야기한다는 측면이기보다는 어떤 전문적인 것도 쉽게 이해되도록 이야기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즉 글감으로서의 차별화된 지식이나 소재에 치중하지 않고, 그것들이 의미하는 것과 가치를 공유하는 화법을 말한다. 대중화법은결국 어떠한 메시지에 사람들이 즐겁게 귀 기울인다면, 그들이 이 메시지에 동의하고 승낙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대중화법은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역량이지만, 일부러 배우려 들면 쉽지 않다. 매일 한 편의 칼럼을베껴 쓰며 한 달에 30편, 1년에 360편의 모범답안을 베껴쓰다 보면저절로 길러지는 역량이라고 확신한다. 신문 칼럼니스트들은 정선되 - P154

고 정련된 고급 정보를 아주 쉽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대중화법의 대표선수들이기 때문이다. - P155

논설위원들처럼 매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사로잡고 싶다면 신문칼럼들의 도입부 유형을 분석한 다음 그 가운데 하나를 택해 도입부 짓기를 해보자.

임팩트 있는 첫 마디
관심을 끄는 개념을 설명하며 시작하기
최근의 핫이슈로 시작하기
격언이나 속담, 고사성어로 시작하기
사례로 시작하기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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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든 책이든 읽고 돌아서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읽다가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된다.
읽다 말다 읽다 말다 하다 보니 읽기가 재미없다.
다 읽고 나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단어가 많아 읽기가 싫증난다.
맞춤법이 자꾸 틀린다.
글이라고 써놓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매번 문장이 길어져 다 쓰기도 전에 지친다.
블로그도 쓰다 말다를 반복한다.
글쓰기 클래스를 쇼핑하고, 글쓰기 책을 모두 사다 나르지만 정작 한줄 쓰지 못한다. - P12

글씨만 보면 울렁증이 생긴다.

베껴쓰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베껴쓰기 훈련 카페에서 묵묵히 베껴쓰기를 해온 동지들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위해 몇 가지 궁금한 것을 여쭈었더니 흔쾌히 경험담을 들려주셔서 베껴쓰기를 경험하지 못한 분이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감사드린다. 미국 학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실행한 읽기지도에 관한 자료를 번역하고 제대로 이해를 도와준 원도형 님에게도 감사드린다. - P13

매일 신문칼럼 한 편을 베껴쓰기 하는 것으로 글을 잘 읽게 되는 것은 물론, 글을 잘 쓰는것까지 가능하다는 제안에 당신은 믿음 반 의심 반일지도 모른다. ‘글쓰기가 그렇게 쉽게 가능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훈련을 지속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경험담인즉 "베껴쓰•기 훈련법은 쉽다. 간단하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는 것이며, "글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글을 보는 안목이 좋아진다"고 베껴쓰기 훈련법을 증언하고 추천한다. 이제 당신 차례다. - P18

"독자가 즐길 만한 목소리를 찾아내기란 감각이다. 감각이란 절뚝거리는문장과 경쾌한 문장의 차이를 들을 줄 아는 귀이며, 가볍고 일상적인 표현에 격식 있는 문장이 끼어들어도 괜찮을 뿐 아니라 불가피해 보이는 경우를 아는 직관이다. 완벽한 감각은 완벽한 음정처럼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습득할 수 있다. 비결은 그것을 가진 작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글쓰기 생각하기」 중에서, 윌리엄 진서)

그렇다. 글쓰기란 재능도 기술도 아닌, 감각의 문제다. 독자가즐길 만한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문장으로 바꾸고, 문장 속에서호흡하게 하는 영역의 문제다. - P25

먼저 글을 잘 쓰기 위해 갖춰야 할 감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정도만 알아보자. 그래야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감각을 단련함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어휘감각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고 했다. 비슷한 단어라도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

☆문장감각 문장에도 유행이 있다. 매일매일의 사회상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문장이다. 소셜미디어가 글쓰기의 중심에 놓인 요즘에는 문장 또한 대중의 눈높이와 같이 가야 한다.

☆시대감각 글 쓰는 이는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 메시지가 빛나는 글은 날카로운 시대감각에서 나온다. 날카로운 시대감각은 쓸거리를 수집할 때도, 글을 쓸 때도 크게 도움이 된다.

☆윤리감각 개인의 일기장이나 순수한 문예창작물이 아닌 경우 글쓰기는사회적·공적인 결과물이다. 공인의식과 윤리감각이 바탕에깔려야 한다. - P29

자,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맨 먼저 해야 할 것이 많이 읽는 것, 제대로 많이 읽는 것이다. 쓰려는 분야에 대해 잘 쓴 혹은 제대로쓴 글을 골라 부단히 읽어대는 것이다. 베껴쓰기는 글쓰기의 맨앞단인 제대로 읽는 훈련이면서, 제대로 읽는 행위로 저자의 의도를 추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떠올려보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읽기이며, 그렇게 자극받은 생각을 길든 짧든 한 편의 글로 재생산하는 쓰기를 위한 훈련이다. 베껴쓰기라는 행위는 글을 읽고 쓰는 데 필요한 총체적 감각을 훈련하는 작업이라는 말이다. - P32

베껴쓰기‘라는 말 때문에 ‘쓰기‘ 훈련으로 오인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쓰기‘가 아니라 ‘읽기‘다. 한자어로는 ‘필사‘, 영어로는
‘카핑Copying‘이다. 한 줄씩, 한 단락씩 문장을 베껴쓰다 보면 눈으로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확연하게 보인다. 문장 속에 들어 있는지도 몰랐던 부호 하나, 조사 하나가 존재감을 발휘하며 내용에 의미를 더한다. 베껴쓰기는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글이나 문장을 옮겨 쓰는 작업이다. 글이나 문장을 옮겨 쓰려면 문장을 대충 읽어서는안 된다. 한 줄 한 줄 혹은 단락 단락을 읽고 그대로 옮겨 쓰려면 우선 신중하게 읽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베껴쓰기란 ‘쓰기에 이르는 읽기의 길‘이다. - P44

2013년 여름, 동경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지성인 이어령 선생과 마주한 일본의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 선생은 이런 경험을 들려주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 영화 <바람 불다 >의영화 팸플릿에 들어갈 추천의 글 (2,400자 분량)을 쓰기 위해 막대한 분량의 독서를 했다. 항공공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비행시대를 다룬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항공공학,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관동 대지진 등에 관련된 수십 권의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읽었고, - P46

전후 도쿄대 연구소 변천의 역사까지도 공부했다. 글쓰기는 실증적인 것이고 지식의 재생산 과정은 이런 독서에 기초한다."

이어 그는 "책을 굉장히 많이 썼고, 쓰는 걸 업으로 하고 있지만 책을 쓴다는 건 바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던히 읽을 수 밖에 없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이는 책을 만들고 쓰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며, 잘 쓰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아울러 "트위터의 140자를 읽기보다 적어도 A4 두 장 분량의 글을 읽거나 새로 나온 책 한 권을 읽는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의 수준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P47

나는 도자기를 만들거나 가죽구두를 짓는 이들이 그들이 숭상하는 장인의 도제가 되어 배우듯, 글을 잘 쓰기 위해서도 누군가의도제가 되어 그의 솜씨는 물론 그의 감각까지도 고스란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가르치고 배우고, 배우고 실행하는 것이 아 - P54

니라 쓰면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잘 쓴 글을 베껴쓰기 하며 쓰기를 배우는 것은 한 위대한 인물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그를 흉내 내며솜씨를 배우는 ‘도제‘와 같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작곡을 하든체조를 하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이들도 모두 베껴쓰기를 통해 도제식으로 배웠다. 그렇게 배우며 기본을 통달한 후에야 자신의 방식대로 작품을 내어놓았다. 베껴쓰기는 모든 분야 대가들의 유서 깊은훈련법이기도 하다. 신문칼럼을 베껴쓰기 하는 것은 글을 잘 쓰기로소문난 일군의 신문기자들을 스승으로 모시며, 그의 도제가 되어 글쓰기 훈련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 P55

"베껴쓰기란 잘 쓴 글을 해독하고 글쓴이의 의도와 방법, 문장과의미를 해체분석하고 해독하는 작업이다. 그 결과 제대로 잘 쓰인 글의 형태와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면당신의 뇌와 몸은 형태와 패턴을 기억했다가 어느 날 그대로 재연하는 데 성공한다. 단지 베껴쓰는 것만으로 글을 잘 쓰게 되는 원리는바로 이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베껴쓰면서 원문이 어떤 식으로 쓰여졌는가를 세심하게, 집중력 있게 관찰하는 능력이다. 대충 따라 하지 않고 치밀하게 관찰하고, 철저하게 흉내 내기가 관건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일 1,000자씩만 베껴써 보자. 1,000자안에서 발상하고 조직하고 연결하고 주장하고 증명하고 설득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하자. 베껴쓰는 동안 집중력 훈련은 함께 행해지게 된다. 그렇게 길들여진 당신의 몸과 뇌와 정신은 당신의 글을 쓸 때도그만큼 집중력이 습관처럼 발휘할 것이다. 쓰기의 근육이 생겨 이미단단해진 이후일 테니 말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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