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제비처럼 요즘은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다. 몸이 아픈 아이들도 많고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을 품어주고보듬어주는 것은 부모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좋은 친구와 좋은 선생님도 필요하다. 그리고 아픈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받아줄 수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과 작은 친절, 배려가 필요함도 절실히 느낀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 마음을 헤아리기 힘들다.
나도 부모가 되어서야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다. 측은하게 여기 - P71

는 것과 내가 그 상황이 되어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 P72

앞을 볼 수 있는 두 눈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측은하게 여겼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나보다 더 민감하게 느끼고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구나. 눈으로 보는 것만이 다가 아니고, 이름을 안다고 그 식물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아니다. 나는 그저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삶을 살진 않았을까? 그렇게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내가 아니었을까? - P105

수국에는 헛꽃과 참꽃이 있다. 수정과 수분의 역할을 하는 진짜 꽃은 작게 숨겨져 있다. 그래서 나에게 수국은 벌과 나비의 눈에 띄기 위해 커다란 우산을 펼쳐 든 모습으로 기다리는 아가씨 같이 느껴진다.
그것도 변덕스러운 아가씨 말이다. 땅의 성질에 따라서 색깔도 금세 바뀌어버려서 알록달록 꽃밭을 만들려면 흙까지 함께 가져와서 덮어줘야만 한다. 그래서 꽃말도 ‘변하는 사랑‘인가 보다. - P107

화단으로 가니 배롱나무가 보였다. 나는 "우와. 백일홍이 너무예쁘지?"라고 말하면서 순간 아차 싶어 "앗, 백일홍이 아니라 배롱나무란다."라고 서둘러 고쳐 말했다. 백일홍이라는 말을 입으로던져놓고는 귀로 듣고 나니 백일홍 꽃은 키가 작고 화려한 꽃이라는 이미지가 그려지며 뭔가 영 어색했던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검색해 보니 배롱나무의 꽃을 백일홍으로 부르는 게 맞았다. 나무백일홍과 꽃 백일홍이 따로 있음을 깊은 머릿속에서는 알고 있었음에도 새롭게 인지하는 경험을 했다. - P152

자연에 가장 많은 변화를 주는 것은 사람이다. 자연을 살리는 것도 사람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도 사람이다. 지금은 바닥에 깔려있지만,
만약 종가시나무 도토리 안에 아주 특별한 성분이 들어있거나 엄청난약효가 있다는 사실이 방송된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수일 내로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가 깨끗하게 사라질 것이다.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위협적인 동물이라는 점을 도토리를 보며 또 한번 생각해본다. - P157

"정말로 즐거운 일을 할 때는 늘 만족할 만한 대가를 받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일에서 성공하는 세 가지 공식은 자신이 - P171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믿고, 자신이 하는 일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함께 일하던 팀장님이 나에게 준 글귀이다. 아직 수입은 없어 불안하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니 되었다. 무엇을 하는지 자각하고, 믿고, 마음에 들어해보자. - P172

대학생들이 창업 관련한 수업의 일환으로 숲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스무 살 너무 예쁜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정말 내 동생을 대하는 마음이 되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그런 이야기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지금 아등바등 알바를 해서 명품 가방을 사서 맨다고 생각해보라. 진짜를 메고 있어도 누군가는 그 가방을 보고 당연히 가짜라고 생각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정말로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어느 곳의 사장이 되어 있다고 한다면, 가짜 가방을 메도 진짜 명품 가방 - P191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설령 에코백을 들고 있어도 누군가는 그조차 명품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검소한 사람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은 초라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 몸에 값비싼 명품을 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명품인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자연에서의 삶은 나를 그렇게 바꿔놓고 있었다. - P192

오늘은 숲 야외 활동이 끝난 후 곶자왈 실천카드를 쓰며 마무리하는 활동이다. 곶자왈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적어보고 약속의 의미로 친구들에게 손도장을 받으며 나무카드를 완성하는 일이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나무를 꺾지 않는다.‘ 보지 않아도 아이들이 적는 내용은 빤하다. 그런데 도형이가 또 한 번 날 놀라게 한다. 삐뚤빼뚤 천천히 적어내려간 내용은 이렇다.

나무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시래기를 잘해요‘, ‘행복하란 말, ‘착하다 착하다 하세요‘

말도 글도 또래에 비해 뒤처진 세상이 보기에는 조금 부족한아이이다. 그런데 하늘에서 보기에는 얼마나 예쁜 아이일까? - P196

그렇구나. 딱히 자연을 위해서 행동으로 해주는 것이 없어도 그 마음이 중요할 수도 있구나. 숲을 개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을 들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다를 수가 있겠구나. 문득 숲에 기대어 살아간다는 것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 P197

그런데 불행에 마주했을 때를 논한다면 좀 다르지 않을까? 살면서 실패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평생의 인간관계와 삶의 무수한변수들을 부모가 제어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추락했을 때 이겨내는 힘은 돈으로 만들어줄 수 없는 것이다. 천천히 느리게 시작해도삶은 살아봐야 아는 거라고. 어떠한 환경에서든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이 위로가 되어주고 좋은 추억이 되어줄 것이라고는 확신한다. 나는 잘난 사람을 만드는 법은 모른다. 그런데 좋은 사람을 만드는 법은 조금 알 것 같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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