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고립의 신호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쓰레기 집‘ 현상은사회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노인 세대에서 주로 나타나는 문제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쓰레기 집은 갈수록 청년 세대의 문제로 떠오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쓰레기 집에서 살아가는 청년 상당수가 방송국 PD, 대기업 직원, 인플루언서 등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을 가지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이며, 그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곁에서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이들의 내면에 깊은 외로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 - P13
는 실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가장 외로움에서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들마저 헤어나올 수 없는 고립과 외로움에 시달리곤 하는 것이 바로 현대 사회의 모습이다. - P14
흔히 "누구를 만날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고들 한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점점 더 오래, 더 불안정한 환경에서 노동한다. 이와 같은 시간의 재편은 우리가 관계를 위해 쓸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고 느끼는 첫 번째 이유다. ‘신자유주의‘ 라는 말에는 여러 용례가 있지만, 특히 이 단어는 규제 없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신봉하는 정치경제 이론과 이에 기반한 현재의 사회경제적 체제를 가리키는 말로 가장 많이 쓰인다. 유연성에 대한 신봉과 탈규제화는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몇십 년에 걸쳐 노동보호와 종신 고용은 유연성이라는 명목 아래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고, 그 자리에는 ‘커리어‘ 계발을 위한 무한경쟁이 들어섰다. - P17
치료요법 문화가 내세우는 철학의 논리적 귀결은, 나를 깊이 있게 아는 친구 혹은 내가 깊이 있게 아는 친구는 아무도 없고, 관계가패스트패션처럼 경쾌하게 교체되며, 소비 없이는 어떤 곳에도 속 - P35
하지 못하고, 공동체나 사회와 어떤 연결감도 느끼지 못하며, 나의아이돌과 상담사, 의사, ChatGPT‘(이하 챗GPT)에게만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러나 나 자신도 내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정확히 무언지 모르는, 외로움의 디스토피아이다. 그런데 누군가와 혹은 무엇과도 깊이 연결되기 어려운 사회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복잡하고 모순된 동기에서 이루어졌으며, 때로는 선의에 기반한 것이기도 했다. 인간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철학의 내용뿐 아니라 그 다면적이고 양가적인 매력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인간과 관계에 대한 대안적 철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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